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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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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페렉 · 자크 루보의 「겨울여행 / 어제여행」을 읽고 조르주 페렉 · 자크 루보의 「겨울여행 / 어제여행」을 읽고 모두가 그 책을 읽었다. 모두 그 책을 베낀 다음, 틀림없이 모두 없애버렸을 것이다. _「어제여행」 가운데 세계적인 문학가 수십 명이 무명의 작가를 표절했다는, 그야말로 발칙한 상상을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의 과 자크 루보(Jacques Roubaud, 1932-)의 입니다. 조르주 페렉이 1979년 발표한 에 이어 1992년 자크 루보의 이 출간되었는데 동일한 등장인물에 동일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두 작품은 자크 루보의 제안과 조르주 페렉 유족의 동의로 1997년부터 한 권으로 출판되기 시작합니다.    의 주인공 뱅상 드그라엘은 문학선생으로 1939년 8월, ..
조르주 페렉의 「보통 이하의 것들」을 읽고 조르주 페렉의 「보통 이하의 것들」을 읽고평소에는 존재하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평범한, 익숙한,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단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George Perec, 1936-1982)의 입니다. 조르주 페렉은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의 문인들과 교류하며 실험적 글쓰기를 시도해 온 작가인데 에서도 결코 '보통 이하의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 적고 있습니다. 독특한 시선으로 보통을 논하는 책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해서ㅡ예컨대 공기나 물처럼ㅡ 존재조차 잊고 사는 것들은 사라지는 순간 비로소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조르주 페렉은 그런 것들에 말을 걸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 우리가 경험하는 것, 나머지인 것, 모든 나머지 것, 그것들은 어디..
레몽 크노의 「문체연습 Exercices de style」을 읽고 레몽 크노의 「문체연습 Exercices de style」을 읽고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의 공동창립자 레몽 크노(Raymond Queneau, 1903-1976)의 입니다. 1947년 발표한 작품으로 장르를 분류하기 어려운 독특한 책입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99가지 다른 문체로 써내고 있는 형식인데 새로운 문체가 등장할 때마다 놀라며 읽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초 우연히 울리포에 관심이 생겼고, 몇몇 소속 작가들의 책을 읽다 조르주 페렉(George Perec, 1936-1982)을 알게 되고 그의 글을 통해 레몽 크노의 책도 읽어보게 됐는데 역시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에 사용되는 짧은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화자가 버스에서 한 남자를 만납니다. 그 남자는..
올가 토카르추크의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를 읽고 올가 토카르추크의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를 읽고문학을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옳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한 명으로 폴란드의 작가로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올가 토카르축(Olga Tokarczuk, 1962년생)을 꼽고 싶습니다. 생태주의, 채식주의, 동물권 수호와 같은 가치가 저자의 신념을 대변합니다. 2009년 발표한 범죄 추리소설 는 이러한 작가의 가치관이 집결된 작품으로 2017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됩니다.  어느 겨울밤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왕발'이라 불리는 남자가 갑자기 시신으로 발견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웃에 사는 두셰이코와 '괴짜'로 불리는 남자는 자신의 집 바닥에 죽어있는 왕발 시신의 최초 목격자입니다. 둘은 왕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읽고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읽고의 저자이자 프랑스의 비행기 조종사였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ery, 1900-1944)의 소설 입니다. 덕분에 저자를 동화작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 생텍쥐페리는 일생을 항공기 조종사로 살았으며 1944년 7월 31일, 44세이던 해에 그의 마지막 비행에서 실종됩니다.  1931년 발표한 이 작품은 생텍쥐페리가 남미 아르헨티나 야간비행 항로 개척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은 항로 개척 프로젝트의 책임자 리비에르와 조종사 파비앵의 모습을 통해 미지의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나선 이들의 용기와 강인한 의지, 신성한 모험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 해도, 우리는..
앙드레 지드의 「반도덕주의자」를 읽고 앙드레 지드의 「반도덕주의자」를 읽고프랑스 최고의 현대 문인으로 불리는 앙드레 지드(Andre Paul Guillaume Gide, 1869-1951)의 첫 번째 장편소설 입니다. 1902년 발표한 이 작품은 자전적 소설로 동성애자이자 기독교도인 앙드레 지드의 고통과 죄책감, 삶에 대한 성찰을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는 미셸이 자신의 회고록을 세 친구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자네들에게 말하는 것 외에는 어떤 구원도 바라지 않아. 내게 필요한 건... 내게 필요한 건 말하는 거야. 어려운 건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할 줄 아는 거야. _본문 가운데  미셸은 그토록 말하고 싶은 것, 아내 마르슬린이 죽은 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미셸은 용기를 냅니다.    미셸은 마르슬린과 결혼 후..
안도균의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을 읽고 안도균의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을 읽고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이 속한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에서 배출한 작가가 쓴 책입니다. 안도균 저자의 으로 동의보감 「내경편」 해설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의학박사이지만 한의학을 전공하진 않았습니다. 한의학에 관심이 많아 독학하다 동의보감이 교양으로 폭넓게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책의 서문에 동의보감을 감이당 공동체에서 공부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세미나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었다. 설치미술가, 신화를 공부하고 있는 시간제 강사,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백수, 프랑스 유학파 백수, 그냥 백수 등등. _서문 가운데  역시 백수가 지구를 구할건가 봅니다.    "섭생을 잘하는 사..
장 퇼레의 「자살가게」를 읽고 장 퇼레의 「자살가게 Le Magasin des Suicides」를 읽고 프랑스의 소설가 장 퇼레(Jean Teule, 1953-2022)가 2007년 발표한 소설 입니다. 언급조차 금기시되는 단어가 조합된 제목이 섬뜩합니다. 따뜻하고 흥미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표지를 보면 어딘가 역설적인 표제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책은 나름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3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됩니다.  튀바슈 가문은 자살 용품을 판매하는 를 대대로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가업의 번창을 위해 웃음, 즐거움, 감사, 만족, 기쁨과 같은 것은 튀바슈 가문에선 금기시되는 가치입니다. 그런 튀바슈 가문에 웃음이 많고 매사에 긍정적인 막내 '알랑'이 태어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튀바슈 가문의 뤼크레스와 미시마 부부는 그 ..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읽고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읽고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1870)의 장편소설 입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소설이라는 평에 걸맞게 서정적이고 한편으로는 해피엔딩을 기대한 독자들에게 슬픔을 건네는 감상적인 작품입니다. 1840년 신생잡지에 연재하는 형식으로 집필을 시작해서 단행본은 이듬해 1841년에 발표합니다. 찰스 디킨스 하면 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에서도 역시 겨울 냄새가 납니다. 안락하고 따뜻한 겨울을 묘사하고 있지 않는데도 찰스 디킨스의 작품에서는 어딘가 포근한 겨울이 느껴집니다.     은 찰스 디킨스가 아끼던 17세 처제의 죽음을 계기로 집필한, 그러니까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입..
조르주 페렉의 「인생사용법 Life: A User's Manual」을 읽고 조르주 페렉의 「인생사용법 Life: A User's Manual」을 읽고1978년 출판된 그 해 메디치 상을 수상한 조르주 페렉(George Perec, 1936-1982)의 명실상부한 대표작 입니다. 조르주 페렉은 프랑스의 잠재문학실험식 울리포(OuLiPo)의 일원으로 이 책은 그의 문학적 실험을 집대성한 작품입니다. 소설은 약 750페이지에 달하는데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퍼즐과도 같습니다. 이리저리 끼워 맞추고 이야기를 재구성하며 읽다 보면 소설의 제목이 왜 인지를 알게 됩니다. 80억 개의 퍼즐조각으로 이루어진 인생들의 조합이 현재의 지구라는 퍼즐 전체를 구성하듯 말이죠.  42세에 이 책을 발표한 조르주 페렉이 46세에 병으로 요절하지 않았다면 더 파격적이고 훌륭한 작품들을 쓰지 않았을까 하..
어빈 얄롬의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를 읽고 어빈 얄롬의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를 읽고 미국의 정신과 의사, 실존주의 심리치료의 권위자이자 작가인 어빈 얄롬(Irvin David Yalom, 1931년생)의 1992년 소설 입니다. 얄롬이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읽어보는 건 처음이네요. 1882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허구이지만 요제프 브로이어(Josef Breuer, 1842-1925),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 루 살로메(Lou Salome, 1861-1937),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 등 실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이 책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모리스 블랑쇼의 「최후의 인간 Le Dernier homme」을 읽고 모리스 블랑쇼의 「최후의 인간」을 읽고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nchot, 1907-2003)의 1957년 소설 입니다. 모리스 블랑쇼는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일생을 전적으로 학문, 특히 문학에 전념했습니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은 블랑쇼가 소설형식으로 쓴 마지막 작품으로 이후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 도 줄거리 파악이 수월한 작품은 아닙니다. 독자에게 어느 정도의 철학적 수준이나 사유의 깊이를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의 배경은 어느 요양원입니다. 그곳에서 지내는 1인칭 화자 '나', 직원인 '그녀', 죽어가는 환자 '그'를 둘러싼 이야기ㅡ정확하게는 그에 관한 '나'의 사유ㅡ가 책의 주 내용입니다. 그를 방황하게 하는 것은 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읽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읽고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평론가 루이스 호르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 1899-1986)의  1935년 단편집 Historia universal de la infamia> 입니다. 수록된 작품들은 「장밋빛 모퉁이의 남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존에 있는 책을 보르헤스가 재구성한 것으로 내용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세계 곳곳의 불한당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읽기는 쓰기 후에 일어나는 행위이다. 보다 체념적이고, 보다 문화적이고, 보다 지적인 행위. _서문 가운데 보르헤스는 자신의 '다시쓰기' 방식에 대해 서문에서 위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보다 중요한 독자, 독자로서 다시쓴 이 책의..
미즈노 남보쿠의 「결코, 배불리 먹지 말 것」을 읽고 미즈노 남보쿠의 「결코, 배불리 먹지 말 것」을 읽고일본 관상학의 대가이자 역사상 이름난 철학자로 알려진 미즈노 남보쿠(1757-1834)의 사상을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이라는 표제의 이 책은 약 200여 년 전인 1812년 쓰인 의 원문을 편역한 책입니다.  남보쿠는 이 책에서 '관상'보다 중요한 것이 '절식'이라며 음식을 가려먹고 절제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구체적으로는 3년간 8할 분량만 먹으면 개운(開運)한다라고 가르칩니다. 음식을 절제하는 것은 또한 전반적인 생활에서의 절제, 물건을 아껴쓰고 물자를 절약하는 태도로도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즉, 음식이 모든 일의 원천이라는 것입니다.   남보쿠는 하늘이 생명을 보낼 때 그 먹을 음식을 함께 내려준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생명의 원천이 음..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 시리즈 「소름 The Chill」을 읽고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 시리즈 「소름 The Chill」을 읽고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물, 총 열여덟 편으로 이루어진 로스 맥도널드(Ross Macdonald, 1915-1983)의 '루 아처 시리즈' 중 하나인 입니다. 1963년 발표작으로 로스 맥도널드 스스로도 지금까지 작품들 중 가장 '소름'끼치는 플롯의 작품으로 꼽습니다.  이미 읽고 있는 소설이 있어 번갈아가며 읽을 요량으로 부담 없이 책장을 넘겼는데 한순간에 절반 가까이 진도가 나가버립니다. 하드보일드(hard-boiled) 장르의 거장 다운 몰입력입니다. 탐정소설은 어쩜 이다지도 재미있을까요.    탐정소설을 읽을 땐 메모지가 필수입니다. 수많은 등장인물들과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메모하면서 범인을 같이 추적해 나가는 거죠. 거의 99% 틀리..
오 할레스비의 「할레스비의 기도」를 읽고 오 할레스비의 「할레스비의 기도」를 읽고노르웨이의 신학자이자 작 오 할레스비(Ole Hallesby, 1879-1961)가 쓴 기도에 관한 책 입니다. 이 책은 약 100년 전인 1931년 출간되었으며 '기도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할레스비는 이 책에서 우리의 기도는 주 예수님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예수님이 우리를 움직여서 기도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즉, 기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은혜라는 것이죠.  기도 앞에 막막함을 느끼는 그리스도인에게 참고가 되고 깨달음을 줄만한 내용이 담긴 책입니다.    친구여, 잘 들으십시오! 당신이 무력함을 느끼는 것 자체가 바로 당신의 최고의 기도입니다. 당신의 마음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당신이 말로 드리는 모든 호소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하나님의 마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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