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균의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을 읽고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이 속한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에서 배출한 작가가 쓴 책입니다. 안도균 저자의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으로 동의보감 「내경편」 해설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의학박사이지만 한의학을 전공하진 않았습니다. 한의학에 관심이 많아 독학하다 동의보감이 교양으로 폭넓게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책의 서문에 동의보감을 감이당 공동체에서 공부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세미나 회원들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었다. 설치미술가, 신화를 공부하고 있는 시간제 강사,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는 백수, 프랑스 유학파 백수, 그냥 백수 등등. _서문 가운데
역시 백수가 지구를 구할건가 봅니다.
"섭생을 잘하는 사람은 생각을 줄이고, 걱정을 줄이고, 욕심을 줄이고, 일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웃음을 줄이고, 근심을 줄이고, 즐거움을 줄이고, 기쁨을 줄이고, 노여움을 줄이고, 좋아하는 것을 줄이고, 싫어하는 것을 줄인다. 이 12가지를 줄이는 것이 양생의 핵심이다." _본문 가운데 「양성서」 인용문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한대로 의학ㅡ한의학을 포함하여ㅡ은 철학, 문학, 영화, 예술, 신화, 정치, 역사, 일상의 윤리에까지 연결됩니다. 모든 것은 지나침도 좋지 않고 모자람도 좋지 않다는 중용의 도가 섭생의 핵심입니다. 음식도 삶도 담백한 것이 좋습니다...만, 늘 단짠에 흔들리죠.
'정(精).기(氣).신(神).'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에서는 의외의 지식을 발견합니다. 정(精)을 채우는 좋은 방법으로 운동을 권하는 것인데, 설명을 들어보면 그 맥락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등산, 걷기, 달리기, 스쿼트 등 하체를 튼튼하게 만드는 운동은 정을 채우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하체 근육이 단단하면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음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음이 안정되어야 양기의 항진을 예방할 수 있다. 하체는 음을 간직하고 있는 저장고인 셈이다. _본문 가운데
어릴 때부터 어른들이 하체가 튼튼해야 건강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던 게 생각나네요.
걱정하고 화내는 것이 몸의 균형을 헤치고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던 정보이지만 다시금 되새깁니다.
두려움으로부터 시작된 신의 병증은 '두려움ㅡ심과 신의 손상ㅡ정충ㅡ건망증'으로 진행되며, 심하면 치매나 정신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공황장애도 두려움이 두드러지는 병증이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데, 발작이 일어나기 전에는 자기가 그 두려움을 느낄까 봐 두려워한다. 일상이 두려움의 연속이다. _본문 가운데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에서는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화내는 일로 원기(元氣)를 낭비하지 않아 80세가 넘어도 기운이 넘쳤다는 유공도의 일화ㅡ본문 가운데 「삼원연수참찬서」 인용ㅡ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평안하세요."라는 인사말이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양생과 상통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4.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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