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읽고
<어린왕자 Le Petit Prince>의 저자이자 프랑스의 비행기 조종사였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ery, 1900-1944)의 소설 <야간비행 Vol de nuit>입니다. <어린왕자> 덕분에 저자를 동화작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 생텍쥐페리는 일생을 항공기 조종사로 살았으며 1944년 7월 31일, 44세이던 해에 그의 마지막 비행에서 실종됩니다.
1931년 발표한 이 작품은 생텍쥐페리가 남미 아르헨티나 야간비행 항로 개척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야간비행>은 항로 개척 프로젝트의 책임자 리비에르와 조종사 파비앵의 모습을 통해 미지의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나선 이들의 용기와 강인한 의지, 신성한 모험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 해도,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인간의 목숨보다 더 값진 것처럼 행동하죠.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_본문 가운데 리비에르의 말
리비에르의 이 말은 생텍쥐페리 자신의 가치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합니다.
더 위대한 가치를 위한 희생, 젊은 조종사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 해나가야 했던 리비에르. 덕분에 인류 문명이 발전이 있었다고 하면 너무 멀리 간 것일까요.
야간항로 개척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에 나선 조종사들의 숭고한 의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신념을 갖고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는 방향을 향해 고집스레 밀고 나갑니다.
누군가가 밤에도 일을 하고 있기에 삶이 지속되고 의지가 지속될 수 있으며, 기항지에서 기항지로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야간비행은 밤새 지켜봐야 하는 질병처럼 계속되었다. _본문 가운데
<야간비행>은 줄곧 개인을 넘어서는 더 높고 위대한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이 세상을 어떤 마음가짐과 시각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습니다. 인류의 삶을 지속하게 하고 그 같은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죠.
리비에르는 그들에게 감탄하는 사람들을 경계했다. 그런 사람들은 이 모험의 신성한 성격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감탄사를 연발해 의미를 왜곡시키고 인간을 보잘것없게 만들어버린다. 리비에르는 마치 대장장이가 제 모루에 대해 말하듯, 자신의 직업과 비행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는 펠르랭을 사랑했다. _본문 가운데
누군가에게 쉽게 감탄을 보내는 사람들, 그 이면의 저열함을 리비에르는 경계합니다. 자신의 성과나 지위에 대해 담담한 자세, 오만함이나 지나친 겸손이 아닌 담백함은 언제나 진실에 더 가깝습니다. 그런면에서 비유로 대장장이를 언급한 것은 무엇보다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를 알고나면 작품이 다르게ㅡ좋은 쪽으로ㅡ 보일 때가 많습니다. <야간비행>과 <어린왕자>도 그런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2024.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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