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퇼레의 「자살가게 Le Magasin des Suicides」를 읽고
프랑스의 소설가 장 퇼레(Jean Teule, 1953-2022)가 2007년 발표한 소설 <자살가게 Le Magasin des Suicides>입니다. 언급조차 금기시되는 단어가 조합된 제목이 섬뜩합니다. 따뜻하고 흥미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표지를 보면 어딘가 역설적인 표제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책은 나름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2013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됩니다.
튀바슈 가문은 자살 용품을 판매하는 <자살가게>를 대대로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가업의 번창을 위해 웃음, 즐거움, 감사, 만족, 기쁨과 같은 것은 튀바슈 가문에선 금기시되는 가치입니다. 그런 튀바슈 가문에 웃음이 많고 매사에 긍정적인 막내 '알랑'이 태어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튀바슈 가문의 뤼크레스와 미시마 부부는 그 지역에서 명실상부한 <자살가게>로 자리잡은 가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게에서 제공하는 쇼핑백 한 쪽에는 '자살가게' 다른 쪽에는 '실패한 삶을 사셨습니까? 저희 가게로 오십시오. 당신의 죽음만큼은 성공을 보장해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세상적인 성공과 실패로 한 인생을 판단하는 현대사회를 풍자하는 듯한 문구입니다.
어느날 막내 알랑이 가게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습니다. "작은 것만으로도 우린 행복할 수 있다네. 정말이지 작은 것만으로도 우린 행복할 수 있어!(「정글북」에 나오는 노래)"
"삶이란 있는 그대로의 가치가 있는 것이죠! 서툴거나 부족한 그대로 삶은 스스로 담당하는 몫이 있는 법입니다. 삶에 그 이상 지나친 것을 바라선 안 되는 거예요. 다들 그 이상을 바라기 때문에 삶을 말살하려 드는 겁니다!" _본문 가운데 알랑의 말
튀바슈 가문의 가업을 흔들어버릴 정도의 낙천성을 가진 알랑은 가족들에게 뿐만 아니라 가게 손님들에게도 삶의 의지를 북돋워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누나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야! / 뤼크레스, 마릴린, 미시마, 뱅상... 그 모두에게 알랑의 존재가 아쉽다. 마치 삶의 의미가 아쉬운 것처럼... _본문 가운데
튀바슈 가문에 알랑이 태어난 것은 하늘의 특별한 뜻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장 퇼레가 <자살가게>를 내놓은 것도 그같은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요.
2024. 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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