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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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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보르헤르트 <이별 없는 세대>를 읽고ㅣ단편소설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한 시대를 잠시 살다 간 요절한 천재 작가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독일 작가 볼프강 보르헤르트(Wolfgang Borchert, 1921-1947)의 단편소설과 시를 엮은 입니다. 볼프강 보르헤르트는 함부르크 출신으로 열다섯에 시를 쓰기 시작해 16세에는 '기사의 노래'라는 시가 일간지에 실립니다. 일찍이 작가적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2차 세계대전에 징집되고 이후 투옥과 전장을 오가는 가혹한 생활로 병을 얻습니다. 1945년 프랑스군 포로로 수용소 이동 중 탈주하여 함부르크로 돌아오지만 병의 악화로 결국 1947년 스물여섯에 생을 마감합니다. 보르헤르트의 작품 대부분은 죽기 2년 전 병상에서 집필한 것들로 의 표제작 역시 1946년 입원 후 쓰였습니다. 에는 25편의 단편과 14편..
외젠 이오네스코 <외로운 남자>를 읽고ㅣ장편소설 루마니아 태생 프랑스 극작가이자 시인 외젠 이오네스코(Eugen Ionescu, 1909-1994)의 유일한 소설 입니다. 1973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로 시작은 흥미진진하고 끝은 장엄하고 거룩한 한 인간의 철학적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외젠 이오네스코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저자는 힌두교, 불교, 샤머니즘에 관심이 많았으며 같은 루마니아 출신 프랑스 철학자 에밀 시오랑(Emil Cioran, 1911-1995)과 파리 망명 생활을 함께하며 평생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를 이해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줍니다. 를 읽다 보면 언뜻언뜻 에밀 시오랑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장 폴 사르트르의 의 주인공 로캉탕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지..
찰스 부코스키 <창작 수업 Creative Writing Class>을 읽고ㅣ시집 독일 태생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찰스 부코스키(Henry Charles Bukowski, 1920-1994)의 시선집 입니다. 문단에서는 언더그라운드 이단아로 불리는 작가이지만 팬들에겐 압도적인 주류라 할 수 있습니다.  찰스 부코스키가 일흔이 넘어 1992년 출간한 대표 시집 이 국내에서는 이 시집 과  두 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에는 일흔이 넘은 찰스 부코스키의 죽음과 남아 있는 시간에 대한 사유가 담겨있으며 초기의 거친 문체는 다소 차분하게 정돈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코스키 특유의 거침없는 표현과 위트는 여전합니다.  이제부터 일생일대의 개똥 같은 영화가 상영되고 당신은 그 영화의 출연자 / 저예산 게다가 평론가만 400만 명 / 상영 시간은 끝을 모르는 무한대 같은 / 그런 하루 ..
알베르토 망겔 <서재를 떠나보내며 Packing My Library>를 읽고 세계 최고의 독서가로 알려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 캐나다 작가인 알베르토 망겔(Alberto Manguel, 1948년생)의 저서 입니다. 저자는 스스로의 직업을 독서가라고 할 만큼 일생동안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작가, 편집자, 도서관장 등 그가 맡은 일들도 모두 책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는 그런 알베르토 망겔이 70여 개의 상자에 3만 5천여 권의 책을 싸면서 느낀 소회와 단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자신에게 책과 서재 도서관이 어떤 의미이며 또 이 시대에 문학과 독서가 갖는 의의는 무엇인지를 사유합니다.   나는 탐욕스러운 약탈자처럼 내가 다 읽은 책이 나의 것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언어의 구체적 물질성, 책의 단단한 현존, 그 형체, 크기, 질감을 원한다. 나는 믿으려면 먼저 만져봐야..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안전 통행증 Safe-conduct>을 읽고ㅣ자전적 에세이 세계적인 장편소설 로 195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비에트 연방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 1890-1960)의 초기 자전적 에세이 입니다. 1931년 출간한 이 작품은 40대의 파스테르나크가 글쓰기를 그만둘 생각으로 그동안 자신의 삶과 예술을 정리하며 쓴 글입니다.  훗날 파스테르나크 스스로 를 소설 형태를 갖춘 또 하나의 의 세계라고 밝히고 있듯 이 작품은 작가의 생애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은 크게 3부로 나뉩니다. 1부는 1900년대 초에서 1912년까지를 배경으로 청소년기에 시인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와 작곡가 스크라빈(Alexander Scriabin, 1872-1915)과의 만남을 주된 서사로 하여 파스테르나크가 ..
데니스 존슨 <기차의 꿈 Train Dreams>을 읽고ㅣ장편소설 미국 소설가 데니스 존슨(Denis Johnson, 1949-2017)의 2012년 장편소설 입니다. 만년의 저자가 남긴 마지막 장편으로 그해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이듬해 오헨리상을 수상했습니다.  은 철도 노동자이자 벌목꾼, 그러니까 막노동자인 로버트 그레이니어의 생애를 그린 작품으로 80년이 넘는 주인공의 삶이 담겨있습니다. 주인공 그레이니어는 19세기 말엽에 태어나 20세기 중후반까지 살았습니다. 최근에 읽은 로베르트 제탈러의 이라는 소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입부에서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엉겁결에 어느 중국인 노동자를 괴롭히는 무리에 속하게 됩니다. 이 일을 계기로 그의 양심은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합니다. 중국인이 퍼부은 뜻을 알 수 없는 저주와 같은 말을 두려워하는 그의 모습에..
찰스 부코스키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를 읽고ㅣ시집 독일 태생의 미국 작가이자 문단의 대표적인 이단아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 1920-1994)의 시집 입니다. 1977년 출간한 작품으로 스물한 편의 시가 수록돼 있습니다.  찰스 부코스키는 평생 60여권의 작품을 출간했는데 그 가운데 시집이 서른세 권입니다. 그가 영향을 받은 시인으로 중국 당나라 문인 이백과 두보를 들고 있다는 게 특이합니다.  미국 문단에서 찰스 부코스키는 하층민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힙니다. 그는 자신을 포장하려 하거나 변명하지 않았으며 진솔함으로 일관했습니다. 그것이 다른 작가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찰스 부코스키만의 정체성이며 덕분에 이름난 문학상 하나 받지 않은 그의 작품이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는 것이겠지요.  에 수록된 시에도 찰스 부코스키만의..
귀스타브 플로베르 <통상 관념 사전>을 읽고ㅣ프랑스문학 19세기 후반 프랑스 대표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1-1880)의 입니다. 이 책은 마치 사전처럼 단어마다 새로운 정의를 나열해놓고 있습니다. 일종의 말장난이나 풍자처럼 보이는데 이를 통해 언어의 부조리함과 그 언어를 이용한 우리 사고의 허점을 드러냅니다.  에 대해서는 경쾌한 아이러니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쓴 몇 가지 통상 관념의 정의를 정리해 봅니다. ㅣ기억력 자신의 기억력을 한탄할 것 심지어 기억력이 없음을 자랑할 것. 그러나 판단력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면 얼굴을 붉힐 것 ㅣ개 이상적인 인간의 친구  ㅣ고양이 고양이를 살롱의 호랑이라고 부를 것. 고양이는 배신자다 ㅣ몸 우리의 몸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안다면 우리는 감히 움직..
찰스 부코스키 <고양이에 대하여>를 읽고ㅣ시+산문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덮어놓고 편애하는 편입니다. 심지어 그 사람이 작가라면 더 볼 것도 없이 이미 팬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미국 문단의 안티히어로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 1920-1994)의 시와 짧은 글을 모아 엮은 는 제가 또 한 작가의 팬이 되게 한 책입니다. 2015년 출간된 작품으로 찰스 부코스키가 생전에 잡지에 기고한 글, 편지, 미발표 원고들에서 골라낸 글이 수록돼 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작품을 통해 거칠고 노골적인 아웃사이더 면모를 드러냈던 찰스 부코스키는 아홉 마리의 길고양이를 케어하는 한없이 친절한 고양이집사였습니다. 뭔가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지는 듯하네요.  알고 보면 찰스 부코스키는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세 가지..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ㅣ장편소설 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1958년생)의 대표 장편소설 입니다.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이 책은 휴머니즘이 살아 있는 감성 미스터리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월간지에 연재하던 작품으로 2012년 단행본 형태로 출판되었습니다.  은 일본과 중국에서 영화로도 각색되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역시 명작은 책을 직접 읽어야 하는 법이죠. 소설은 삼인조 좀도둑 쇼타, 아쓰야, 고헤이가 늦은 밤 갈 곳이 마땅찮아 오래된 폐가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 폐가가 바로 문을 닫은 지 30년은 훌쩍 넘은 '나미야 잡화점'입니다. 세 사람은 자물쇠가 망가진 뒷문으로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던 중 바닥에 떨어진 편지 한 통을 집어 들게 되는데 편지 속..
찰스 부코스키 <우체국 Post Office>를 읽고ㅣ장편소설 미국 주류 문단으로부터 배척당한 언더그라운드 문학의 아이콘 찰스 부코스키(Henry Charles Bukowski, 1920-1994)의 1971년 장편 데뷔작 입니다. 우체국에서 12년간 일하며 시를 쓰다가 일을 그만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에는 찰스 부코스키의 분신과도 같은 헨리 치나스키가 처음 등장하는데 불건전한 사상과 행동을 태연하게 드러내는 인물입니다.  이 책은 이후 출간하는 여러 편의 자전적 소설의 출발점이 됩니다.   찰스 부코스키는 라는 만년의 에세이를 통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유쾌하고 괴짜스러운 어투와 문체가 흥미로워 데뷔작을 찾아 읽습니다.   소설은 헨리 치나스키가 우연히 우체국에 취업하게 되는 에피소드로 시작됩니다. 그 계기는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 정도로 정리..
줌파 라히리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를 읽고ㅣ산문+단편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 1967-)의 첫 산문집 는 작가의 모국어인 영어가 아닌 낯선 언어 이탈리아어로 쓰였습니다. 첫 산문집을 외국어로 펴낸 작가의 마음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줌파 라히리는 글을 창작하는 예술가에게 안정감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p73)고 말합니다. 자유롭고 친숙한 언어인 영어로 글을 쓰는 것보다 낯선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는 것은 그래서 감각을 더 예민하게 깨운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언어 배우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줌파 라히리의 이 산문집은 적잖은 공감대가 될 듯합니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면서 줌파 라히리는 늘 포켓사전을 갖고 다닙니다.  이 작은 사전은 부모라기보다 형제 같다. 사전에는 비밀들이 가득하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
윌 듀런트 <노년에 대하여 Fallen Leaves>를 읽고ㅣ만년의 에세이 20세기 미국의 위대한 철학자 윌 듀런트(William James Durant, 1885-1981)의 에세이 입니다. 윌 듀런트는 아내 아리엘 카우프만 듀런트(Ariel Durant, 1898-1981)와 공동집필한 11권에 달하는 역사 시리즈 와 철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로 잘 알려진 역사가이기도 합니다. 특히 는 40여 년에 걸쳐 집필한 역사적인 저술입니다.   윌 듀런트의 마지막 원고이기도 한 에서는 그의 가장 개인적인 생각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 청춘 중년 노년, 신과 종교, 정치, 도덕, 전쟁, 예술, 교육 같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통과해야할 삶의 과정과 과업들에 대한 단상 22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주름지고 창백한 얼굴, 상냥하지만 짜증이 날 만큼 어리둥절한 그 얼굴에는 무섭게 변화하..
카테리네 크라머 <케테 콜비츠: 슬픔을 구출하는 예술>을 읽고ㅣ평전 1,2차 세계대전 시기에 활동한 독일의 판화와 회화 조각 분야에서 활동한 예술가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 1867-1945)의 평전입니다. 현대 미술사가 카테리네 크라머(Catherine Krahmer, 1937-)가 쓴 책으로 한강 작가 추천 도서로도 유명합니다.   케테 콜비츠는 20세기 초 세계대전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던 유럽에서 전쟁으로 인한 불행과 가난에 천착해 인간의 정서를 사실적이고 애틋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함께 울고, 함께 느끼며, 함께 싸우고, 어려움도 함께한다. 이 '함께'라는 단어만큼 강하게 공동체 감정을 뿜어내며 케테 콜비츠의 인간성과 작품의 성격을 확연히 들어내주는 말도 없을 것이다. (p27) 케테 콜비츠는 시대와 함께한 예술가입니다..
철학자 한병철의 <투명사회>를 읽고ㅣ사회철학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사회철학서 입니다. 2012년 발표한 저서로 앞서 2010년 출간한 와 함께 그를 주목받는 인문 비평가로 만들어준 작품입니다.  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을 비밀이 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투명성'이라는 가치가 가진 전체주의적 본질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투명사회는 불신과 의심의 사회, 신뢰가 줄어들기에 통제에 기대려는 사회다. (p98) 독일에서 먼저 출간돼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한병철 철학자의 책은 그래서 직접적으로는 독일 사회에 대한 분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투명성'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는 독일 사회에서 논란이 될 수 밖에 없었죠.  21세기는 인터넷, SNS의 발달로 정보가 모두에게 공개되고 시공간 제약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의 긍정적인 면이 기대되..
임철우 <아버지의 땅>을 읽고ㅣ단편소설 소설가 임철우가 1980년부터 1983년까지 쓴 열한 편의 단편을 수록한 첫 소설집 입니다. 데뷔작임과 동시에 작가에게 첫 문학상을 가져다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1984년에 출간했으며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쇄를 거듭하고 있으니 단연 고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은 6.25 전후의 우리나라 민족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쟁, 학살, 가난, 폭력, 불안, 슬픔, 분노 같은 우리가 알아야 할, 그러나 읽어내기 쉽지않은 어두운 역사의 기록입니다.   소설집의 표제작인 「아버지의 땅」은 6.25 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느 마을에서 전쟁 당시 사망한 이의 유해가 발견되는데 이 부분이 소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텅 빈 초겨울의 들녘에서 저희들끼리 몰려다니며 메마른 밭고랑 사이를 어슬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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