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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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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고 알베르토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고문학작품을 접하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작품의 저자, 그의 지인들, 그리고 작품 속 등장인물들까지. 그러다 보면 특별히 마음에 남는 작가는 물론이고 작품 속 캐릭터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책 은 37편의 짧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는데 동화, 신화, 코믹북, 전설, 고전을 망라하는 작품들에서 발굴(!)해낸 흥미로운 캐릭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캐나다 작가 알베르토 망겔(Alberto Manguel, 1948-)로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가이기도 합니다. 방대한 양의 책을 읽고 수많은 캐릭터를 만났을 텐데 그가 엄선한 서른일곱 명의 면면이 궁금해집니다.   저자 서문에서 알베르토 망겔은 이 책에 대해, 그리고 이 책을 쓴 자신..
올가 토카르축의 「다정한 서술자」를 읽고 올가 토카르축의 「다정한 서술자」를 읽고 201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축(Olga Tokarczuk, 1962-)이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 출간한 작품입니다. 문학과 작가에 대한 강연록과 산문, 노벨 문학상 수상 시 수락연설문 등을 엮은 에세이집으로 2020년 발표한 입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면 으레 이러한 책을 써줘야 할 것만 같습니다. 반가운 책이죠.   문학이란 우리와 다른 모든 개별적 존재에 대한 다정함에 근거합니다. 이것이 바로 소설의 기본적인 심리학적 메커니즘입니다. 다정함이라는 이 놀라운 도구, 인간의 가장 정교한 소통 방식 덕분에 우리의 다양한 체험들이 시간을 여행하여 아직 태어나지 않은 누군가에게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_본문 가운데 에서 올가 토카르축은 작가..
세사르 바예호의 시집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를 읽고 세사르 바예호의 시집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를 읽고 길지 않은 일생 동안 단 두 권의 시집을 출판한 세사르 바예호(Cesar Abraham Vallejo Mendoza, 1892-1938)의 시선집 입니다. 수도자이자 문필가인 토머스 머튼은 세사르 바예호를 "단테 이후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 찬탄합니다. 영국의 시인 마틴 스미스는 "모든 언어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20세기 시인"으로 그를 기억합니다. 문학이나 시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독자로서는 이러한 수식어들이 괜히 부담스럽습니다. 명작을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도, 읽다 보면 눈이 뜨일 것이라 기대하며 읽습니다.     세사르 바예호의 대표작인 「검은 전령 Los heraldos negros」입니다. 인생은 철저한 고(苦)라고 말하는 철..
도리스 레싱의 「런던 스케치 London Observed」를 읽고 도리스 레싱의 「런던 스케치 London Observed」를 읽고라는 제목만으로도 벌써 호감이 가는 책입니다. 생의 어느 한 시기에 그곳에 살았다는 이유로 런던이라는 단어만 봐도 아는 체가 하고 싶어 안달이 납니다. 제가.  이 책은 2006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1919-2013)의 단편집으로 런던에 관련된 18편의 짧은 스케치와 이야기가 수록돼 있습니다. 1992년 출간된 작품으로 원작 역시 로 직관적인 표제를 하고 있습니다.   단편집이라도 작가가 진지한 고민 끝에 의도를 갖고 차례를 정했겠지만 저는 늘 그렇듯 읽고 싶은 것 부터 골라 읽으렵니다. 어떤 이야기부터 읽을까 설레는 맘으로 목차를 훑습니다.  「지하철을 변호하며」라는 소제목이 가장 먼..
아니 에르노의 「사건 L'evenement」을 읽고 아니 에르노의 「사건 L'evenement」을 읽고 "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면, 바로 그 일이었을 거다." (p.19) 현대 프랑스 문학의 거장으로 202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1940-)의 고백록 입니다. 2000년에 출간한 작품으로 등단 이래 끊임없이 자신을 고백해 온 저자도 은 끝끝내 이야기하기 고통스러웠다고 말합니다. 바로 20대 초반, 당시는 불법이던 임신중절 경험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통스럽게 써낸 글은 활자에도 그 아픔이 서려있어 읽기도 힘겹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에르노가 이 고백록을 쓰는 것을 자신의 '강력한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
에르난 디아스의 「먼 곳에서」를 읽고 에르난 디아스의 「먼 곳에서」를 읽고 아르헨티나계 미국 작가 에르난 디아즈(Hernan Diaz, 1973-)의 2017년 데뷔작인 장편소설 입니다. 첫 소설로 그는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문단의 주목을 받습니다. 에르난 디아즈는 사실 그의 두 번째 소설 로 유명세를 타는데 이 작품으로 2023년 퓰리처상을 수상합니다.  소설 는 '이방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호칸 쇠데르스트룀은 가난한 스웨덴 이민자로 19세기 중반 미 서부 개척시대에 미국으로 여행하던 중 형과 헤어져 혹독한 환경의 미국 서부를 여행하게 됩니다. 한없이 이어지는 서부의 황야, 그 여정에서 호칸의 삶에 펼쳐지는 끝없는 고독을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의 첫 장면은 알래스카에서 시작됩니다.  흰 하늘과 섞여들어가는 ..
이문열이 엮은 「죽음의 미학」을 읽고 이문열이 엮은 「죽음의 미학」을 읽고 소설가 이문열이 엮은 입니다. 세계적인 문호들이 남긴 죽음을 주제로 한 아홉 편의 소설을 선정해 각각의 작품마다 소개글과 서평을 써두었습니다. 이런 선집을 읽으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넘어 여러 작품들을 비교해 볼 수 있고 부족한 문학적 지식도 얻을 수 있어 유익합니다.  에는 래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스티븐 크레인 「구명정」, 잭 런던 「불 지피기」, 마르셀 프루스트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셔우드 앤더슨 「숲속의 죽음」, 헤르만 헤세 「크눌프」,  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 샤를 루이 필리프 「앨리스」, 바이올렛 헌트 「마차」까지 총 아홉 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시집 「작가 El hacedor」를 읽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시집 「작가 El hacedor」를 읽고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한 비운의 위대한 작가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 1899-1986)가 늘 언급됩니다. 그런 그가 남긴 만년기의 대표 작품집이 바로 이 책 입니다. 1960년 출간된 책으로 25편의 단상과 50편의 시가 수록돼 있습니다. 후반부 역자의 작품 해설 「인간 보르헤스가 쓴 작품」에서는 이 책이 보르헤스 역시 위대한 작가 이전에 인간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라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 는  1950년대 말 보르헤스가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후 처음 발표한 작품으로 그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보르헤스 자..
페터 한트케의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을 읽고 페터 한트케의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을 읽고1966년 첫 희곡이자 실험적인 언어극, 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충격을 안겨준 오스트리아의 작가 페터 한트케(Peter Handke, 1942-)는 시대의 전위적인 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을 읽으면서 독자로서 불쾌감이 일었던 기억이 나네요. 페터 한트케는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작가로 2019년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이 책 은 페터 한트케의 1970년 작품으로 전위적이지 않은 무난한(?) 서사를 가진 소설입니다. 모든 책의 제목이 그 내용을 잘 대변하지만 이 책의 독특한 제목ㅡ원문 제목도 동일함 Die Angst Tormanns Beim Elfmeterㅡ은 더없이 절묘합니다.   이전에 꽤 이름을 알린 골키퍼였던 요제프..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내 방 여행하는 법」을 읽고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의 「내 방 여행하는 법」을 읽고 18세기 프랑스 군인이자 작가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Xavier de Maistre, 1763-1852)의 여행담 입니다. 이 책은 1794년 출간되었으며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가 불법 결투에 가담한 혐으로 42일간 가택연금을 당하던 기간에 쓴 작품입니다. 표제 그대로 그자비에는 자신의 방 구석구석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에 관한 담론을 적어 내려 갑니다. 은 이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알랭 드 보통(Alanin de Botton), 윌키 콜린스(Wilkie Collins) 등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인용되고 암시됩니다. 저도 알랭 드 보통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됐습니다. 비록 연금당한 처지이지만 그자비에는 유머..
로알드 달의 「클로드의 개」를 읽고 로알드 달의 「클로드의 개」를 읽고뻔뻔, 재미, 유쾌, 흥미, 대담함 같은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영국 소설가 로알드 달(Roald Dahl, 1916-1990)의 단편집 입니다. 표제작 「클로드의 개」를 포함한 전체 여덟 편의 연작 단편소설로 제목부터 '로알드 달 스러움'이 있습니다. 로알드 달은 1964년 발표한 , 1988년 작품인 등으로 당대 영미권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표제작 「클로드의 개」는 '세계 챔피언', '피지 씨', '쥐잡이 사내', '러민스', '호디 씨', 5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지는데 하나같이 헛웃음이 나는 어설픈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이야기인 것이죠.   "함정 같은 건 없어, 고든, 맹세해." / "중요한 이야기니까 잘 들어, 자, 첫..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사형장으로의 초대」를 읽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사형장으로의 초대」를 읽고러시아 출신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1899-1977)가 1936년 출간한 장편 입니다. 이 작품은 배경이나 인물, 스토리에 관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나보코프의 작품 가운데 가장 어렵고 의미파악이 어려운 작품으로 꼽힙니다. 일부 평론가는 를 '환상소설'로 규정하는데 읽다 보면 이 견해에 납득하게 됩니다. 나보코프는 한 인터뷰에서 이 책을 "가장 몽상적이고 시적인 소설로, 주인공 친친나트를 시인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도 친친나트는 영지주의적 죄목으로 처형 당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첫 장면은 친친나트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법에 따라 친친나트 C에게 속삭이는 소..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의 「스페인 여자의 딸」을 읽고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의 「스페인 여자의 딸」을 읽고 1980년대 유가 폭락으로 인한 경제 공황 이후 지금까지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베네수엘라의 참상을 그린 소설 입니다. 작가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출신의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Karina Sainz Borgo, 1982-)이며 이 책은 저자의 데뷔작입니다. 원고 상태일 때 이미 22개국으로 판권이 팔릴 만큼 전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책은 도입부부터 흡입력있게 독자를 이끌어갑니다. 비스듬히 누워 책을 읽다 보면 팔이 아픈데 왼쪽 오른쪽 방향을 바꿔가며 그 자리에서 마지막페이지까지 읽어냅니다. 흥미진진. 은 논픽션이지만 거의 언제나 실제가 더 소설 같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쟁 국가의 국민이 겪는 처참함을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엄마를 ..
알프레드 아들러의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를 읽고 알프레드 아들러의 「인생에 지지 않을 용기」를 읽고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의 입니다. 아들러는 심리학을 공부한 이들에겐 익숙한 이름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프로이트나 구스타프 융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지만 현대 심리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의사이자 심리치료사입니다. 이 책은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100개의 격언 형식으로 정리해 해설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근원을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공부하다 보면 동양의 철학이나 불교의 가르침과도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저명한 심리학자들이 수없이 많은데 이들을 '아들러학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100. 뒤에서 욕을 하든 싫어하든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
레몽 루셀의 「아프리카의 인상」을 읽고 레몽 루셀의 「아프리카의 인상」을 읽고철학자 미셸 푸코(Paul-Michel Foucault)가 전기를 바친 유일한 문학가, 프랑스 시인 루이 아라공(Louis Aragon)이 "꿈 공화국의 대표"라고 칭한 상상력의 대가, 생애 자체가 초현실주의자의 면모를 보인 작가, 바로 레몽 루셀(Laymond Roussel, 1877-1933)을 일컫는 수식어입니다. 울리포(OuLiPo) 작가들의 책을 통해 알게 된 레몽 루셀 역시 알아갈수록 매력 있는 작가입니다.    이 책 은 레몽 루셀의 대표작으로 그의 비밀한 창작 '기법'ㅡ「나는 내 책 몇 권을 어떻게 썼는가(1935)」에서 밝힌ㅡ으로 집필한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루셀의 또 다른 주요작 보다 더 읽기 난해한 작품이었습니다.   은 레몽 루셀이 1909..
레몽 루셀의 「나는 내 책 몇 권을 어떻게 썼는가」를 읽고 레몽 루셀의 「나는 내 책 몇 권을 어떻게 썼는가」를 읽고20세기 프랑스 문학에 심오한 영향을 미친 괴짜 같은 작가 레몽 루셀(Raymond Roussel, 1877-1933)의 창작론 입니다. 특히 레몽 루셀은  어떤 공식이나 제약에 따라 글을 쓰는  프랑스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에 큰 영감을 주게 되는데 바로 이 책 가 그 시초가 됩니다.  이 소책자는 레몽 루셀의 창작론으로 자신이 죽고 난 뒤에 공개하도록 유언하여 저자 사후 2년여 가 지난 1935년에 출간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뒷 부분에 부록으로 함께 수록돼 있습니다.    나는 늘 내 책 가운데 몇 권ㅡ아프리카의 인상 Impressions d'Afrique, 로쿠스 솔루스 Locus Solus, 이마의 별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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