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1958년생)의 대표 장편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Miracles of the Namiya General Store>입니다. 제목에서도 암시하듯 이 책은 휴머니즘이 살아 있는 감성 미스터리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2011년 월간지에 연재하던 작품으로 2012년 단행본 형태로 출판되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일본과 중국에서 영화로도 각색되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역시 명작은 책을 직접 읽어야 하는 법이죠.
소설은 삼인조 좀도둑 쇼타, 아쓰야, 고헤이가 늦은 밤 갈 곳이 마땅찮아 오래된 폐가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 폐가가 바로 문을 닫은 지 30년은 훌쩍 넘은 '나미야 잡화점'입니다. 세 사람은 자물쇠가 망가진 뒷문으로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던 중 바닥에 떨어진 편지 한 통을 집어 들게 되는데 편지 속엔 '달 토끼'라는 현직 운동선수의 고민이 들어있습니다.
쇼타, 아쓰야, 고헤이 세 친구가 이 편지에 답장을 하게 되면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펼쳐집니다.
고민상담 편지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나미야 잡화점을 혼자 운영하던 72세의 나미야 유지입니다. 아무리 장난스러운 고민이라도 정성스럽게 답변을 해주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일으키게 됩니다.
"답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 그래서 내가 답장을 써주려는 거야. 물론 착실히 답을 내려줘야지. 인간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어떤 것이든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돼." (p159)
누군가 장난질로 하룻밤에 서른통의 엉터리 편지를 보낸 날 그 편지들을 무시하라는 아들 다카유키의 말에 나미야 유지가 한 답변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만들어낸 근원이 됩니다.
여러 사람들의 고민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는 나미야 유지의 작은 선행은 타인의 고민에 공감하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는 것이 그 사람의 남은 전 생애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그리고 모든 사람들과 사건들은 하나의 큰 태피스트리 속에 엮여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피워보시기를 기원합니다. (p447)
나미야 잡화점의 마지막 상담편지 중 일부입니다. 아쓰야가 아무것도 쓰지 않은 빈 편지지를 가게 셔터 우편함에 넣은 후 도착한 답장인데 더없이 따뜻하고 성의 있는 조언이 들어 있습니다.
방황하던 세 청년은 이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통해 자신들만의 지도를 만들어나가겠지요. 상담사가 천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25.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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