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세계대전 시기에 활동한 독일의 판화와 회화 조각 분야에서 활동한 예술가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 1867-1945)의 평전입니다. 현대 미술사가 카테리네 크라머(Catherine Krahmer, 1937-)가 쓴 책으로 한강 작가 추천 도서로도 유명합니다.
케테 콜비츠는 20세기 초 세계대전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던 유럽에서 전쟁으로 인한 불행과 가난에 천착해 인간의 정서를 사실적이고 애틋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함께 울고, 함께 느끼며, 함께 싸우고, 어려움도 함께한다. 이 '함께'라는 단어만큼 강하게 공동체 감정을 뿜어내며 케테 콜비츠의 인간성과 작품의 성격을 확연히 들어내주는 말도 없을 것이다. (p27)
케테 콜비츠는 시대와 함께한 예술가입니다.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솟구쳐 나오는 힘에 이끌려 작업했으며 그 예술작품을 통해 시대에 적잖은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이 책을 통해 케테 콜비츠를 처음 알게 됐는데 한강 작가가 왜 좋아하는 책으로 이 책을 언급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두 아이와 그 아이를 품고 있는 어머니를 묘사한 조각입니다. 애틋함, 사랑, 절절함, 슬픔, 고통 같은 감정이 느껴지고 심지어는 작은 아이에게서 풍기는 아기냄새가 후각을 건드리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합니다. 케테 콜비츠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는 작가로 작품이 주는 느낌을 강렬하게 표출시키기 위해 부수적인 것을 모두 사장시키는 구성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 의도가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이 작품이 베일을 벗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선보이게 되었다. (일기, 1931년 4월 22일) (p162)
케테 콜비츠의 작품 가운데 유명한 조각상인 '비통한 부모'는 로게펠트 군인 묘지에 위령비로 세워진 작품입니다. 1914년 참전한 아들 페터가 플랑드르 전장에서 전사한 후 그를 추모하며 작업한 것으로 1932년 대중에 공개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완성한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대가라고 불린다. 학파를 설립한 사람으로서 대가가 아니다. 그는 홀로 섰다. (p267)
이 글은 케테 콜비츠가 1916년 11월 3일 란도우어에서 괴테에 대한 강연을 듣고 남긴 기록입니다. 괴테에 관해 쓴 글이지만 이것은 케테 자신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케테 콜비츠는 온전히 작품만으로 홀로 선 예술가입니다.
<케테 콜비츠> 평전에는 케테가 직접 작업한 자화상을 연도별로 수록해두고 있는데 그 변천사가 인간의 생애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 즈음에 '죽음'이라는 작품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네요. 언젠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죽음이 손짓을 할 테지요.
2025.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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