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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찰스 부코스키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를 읽고ㅣ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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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태생의 미국 작가이자 문단의 대표적인 이단아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 1920-1994)의 시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Love is A Dog from Hell>입니다. 1977년 출간한 작품으로 스물한 편의 시가 수록돼 있습니다. 

찰스 부코스키는 평생 60여권의 작품을 출간했는데 그 가운데 시집이 서른세 권입니다. 그가 영향을 받은 시인으로 중국 당나라 문인 이백과 두보를 들고 있다는 게 특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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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단에서 찰스 부코스키는 하층민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힙니다. 그는 자신을 포장하려 하거나 변명하지 않았으며 진솔함으로 일관했습니다. 그것이 다른 작가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찰스 부코스키만의 정체성이며 덕분에 이름난 문학상 하나 받지 않은 그의 작품이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는 것이겠지요.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에 수록된 시에도 찰스 부코스키만의 염세적이고 냉정하며 은유나 수식이 없는 거친(!)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여름날 / 뜨거운 보도 위를 홀로 걷는 / 개 한 마리가 / 신(神)들 수만 명의 / 힘을 가진 듯 보인다. / 이건 뭘까? _개

a single dog / walking alone on a hot sidewalk of / summer / appears to have the power / of ten thousand gods / why is this? _Dog

'개(Dog)'라는 제목의 짧은 시입니다. 이 시에 등장하는 개의 모습에서 찰스 부코스키가 보입니다. 이건 뭘까요? 

 


외로움이 비대한 세상 / 느릿느릿 가는 시곗바늘에 그것이 / 보일 정도 // 사랑해서 혹은 사랑하지 않아서 / 사람들은 녹초가 되고 / 망가진다 // 사람들은 상대에게 친절하지 않다 // 부자는 부자에게 친절하지 않고 / 빈자는 빈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_대립(The Crunch)

찰스 부코스키는 '대립'이라는 시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친절하지 않다(People are not good to each other)'라는 문장을 여러번 되뇝니다. 그렇지만 않아도 우리의 죽음이 이처럼 슬프지는 않을 것이라며 쓸쓸한 말을 덧붙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고 길이 있지 않겠냐는 물음에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고 답합니다. 

지금까지 읽어본 찰스 부코스키의 모든 문장과 작품 가운데 가장 그 답지 않은 시가 '대립'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아웃사이더 문학가로서 그가 꿈꾸던 세상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서로에게 친절한 세상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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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의 에필로그 부분에 찰스 부코스키의 사진 한 장과 그의 문장이 실려있습니다. 

"그때 내게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우체국에 남아 미쳐 가느냐, 아니면 그곳을 빠져나와 작가로 살면서 굶주리느냐. 나는 굶주리는 쪽을 선택했다." _Charles Bukowski

만년에 그가 쓴 에세이를 보면 실제 그는 평생 부유하게 살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롯이 자기다운 자유로움을 누렸으며 그 결과로 수십 편의 시와 소설 작품을 남긴 작가로 살다 갔으니 좋은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2025.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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