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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안전 통행증 Safe-conduct>을 읽고ㅣ자전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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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로 195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비에트 연방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Boris Pasternak, 1890-1960)의 초기 자전적 에세이 <안전 통행증 Safe-conduct>입니다. 1931년 출간한 이 작품은 40대의 파스테르나크가 글쓰기를 그만둘 생각으로 그동안 자신의 삶과 예술을 정리하며 쓴 글입니다. 

훗날 파스테르나크 스스로 <닥터 지바고(1957년작)>를 소설 형태를 갖춘 또 하나의 <안전 통행증>의 세계라고 밝히고 있듯 이 작품은 작가의 생애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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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통행증>은 크게 3부로 나뉩니다. 1부는 1900년대 초에서 1912년까지를 배경으로 청소년기에 시인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와 작곡가 스크라빈(Alexander Scriabin, 1872-1915)과의 만남을 주된 서사로 하여 파스테르나크가 음악을 공부하다 문학의 길로 들어서는 여정이 중심내용을 차지합니다. 3부는 이후부터 1930년까지를 다루는데 시인 마야콥스키(Vladimir Mayakovsky, 1893-1930)와의 만남과 그의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지금 나는 나의 전기를 기록하고 있는 게 아니다. 나는 다른 이의 전기가 필요해서 다만 내 전기에 관심을 갖는 것일 뿐이다. 나는 릴케를 기억하면서 그에 대한 나의 회상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그로부터 이 회상을 선사받은 것이다. (p30) _1부

즉 <안전 통행증>은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를 있게 한 주변인들, 릴케와 스크라빈과 마야콥스키에 대한 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변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현해 나가는 방식인 것이죠. 

예술에서 가장 분명하고 가장 기억에 남으며 가장 중요한 건 그것의 발생이다. (p77) _2부

예술가는 아니지만 우리 각자가 자신의 인생을 창조해나가는 예술을 한다고 볼 때 제 인생에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은 누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소위 귀인이라 할 수 있는 몇몇 얼굴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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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은 습관을 바꾸고 급히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가 하면 기분이 고조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고는 갑자기 끝이 온다. (p150)

1930년 4월 마야콥스키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 사건은 파스테르나크에게 큰 충격이 됩니다. 마야콥스키의 작품 <바지 입은 구름> 가운데 한 대목을 떠올리지만 감정의 동요로 인해 더는 한마디도 내뱉지 못할 정도입니다. 

'나는 느낀다. 나에게 '나'는 너무 작다는 걸' (p159) _3부 

마야콥스키가 너무 작다고 말한 '나'는 에고를 말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또다른 '나'는 진리로서의 개념을 일컫는 것이겠지요. 독자 마음대로 해석해 봅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마지막 작품이 될 뻔한 <안전 통행증>은 다행히도 이후 여러 속편으로 재해석되어 탄생하고 마침내 최종본 <닥터 지바고>가 노벨문학상을 받기에 이릅니다. 

이로써 <닥터 지바고 Doctor Zhivago>를 읽어볼 때가 마침내 도래했습니다.  


2025.6.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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