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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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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한트케(Peter Handke)의 「소망 없는 불행」을 읽고 페터 한트케(Peter Handke)의 「소망 없는 불행 Wunschloses Ungluck」을 읽고 이보다 더 비참한 표현이 있을 수 있을까, '소망 없는 불행'. 대체 무슨 사연이 담긴 작품일지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긴장됩니다. 1966년 발표한 희곡 작품 으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작가 페터 한트케(Peter Handke, 1942)의 산문집 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페터 한트케는 마침내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 은 두 개의 산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머니에 대해 쓴 「소망 없는 불행」과 첫 번째 부인과 결별 후 딸을 혼자 키운 경험을 쓴 「아이 이야기」, 이렇게 두 편입니다. 「소망 없는 불행」은 어머니가 51세의 나이에..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고 삶에 있어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의 모순을 파헤치는 작품입니다. 쉽게 말하면 무거운 것은 미래를 위한 삶, 가벼운 것은 현재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존재의 무거움이라는 것은 인류의 시각에서, 가벼움이라는 것은 한 개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차이점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체코 출신 프랑스 소설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1929-2023)의 1984년 작품, 입니다. 소설의 형식을 하고 있지만 매우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밀란 쿤데라는 이 소설 에서 모든 모순 중에 '무거운 것-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미묘하다고 말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파르메니데스..
얀 마텔(Yann Martel)의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을 읽고 얀 마텔(Yann Martel)의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을 읽고 로 2002년 맨부커상을 받은 얀 마텔(Yann Martel, 1963)의 1993년 데뷔 소설집 입니다. '데뷔'라는 표현에 어딘가 매력을 느껴 보다 먼저 이 책을 골랐습니다. 역시나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경위에 대해 자세히 적고있습니다. 일부를 옮겨봅니다. "바이올린을 만난 기분이었다. 활로 현을 그었다. 소리는 형편없었지만 얼마나 멋진 악기인지! 배경을 정하고, 등장인물들을 만들어내고, 대화를 주고, 플롯을 구성하고, 이런 것들을 통해 내 인생관을 드러내는 일에 깊이 끌렸다. 모든 에너지를 쏟을 일을 발견한 셈이었다." _「작가 노트」 가운데 작품을 기대하고, 좋아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일련의 과정..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을 읽고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을 읽고 대중에 잘 알려진 시 「정든 유곽에서(1977)」로 등단한 이성복(李晟馥, 1952) 시인의 시집 입니다. 시인의 이름이 한자로 쓰여있어 책날개를 보고서야 한글이름을 확인합니다. '밝을 성', '향기 복', 둘 다 획수가 많은 글자네요. 제게 대부분의 한자는 '알듯말듯'한 문자입니다. 은 1990년에 나온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 2년전 그룹 BTS의 한 멤버가 SNS에 시집 표지를 올리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아직 내가 서러운 것은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 나의 사랑이 그대의 부재를 채우지 못하면 서러움이 나의 사랑을 채우리라 _「숨길 수 없는 노래 2」 가운데 「숨길 수 없는 노래」는 1편부터 4편까지 연작 시로 수록되어..
마이테 카란사(Maite Carranza)의 「독이 서린 말」을 읽고 마이테 카란사(Maite Carranza)의 「독이 서린 말 Palabras Envenenadas」을 읽고 책의 표제만큼이나 끔찍하고 참혹한 이야기 입니다. 잔혹, 잔인이라는 단어는 이 작품을 묘사하는데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소설의 저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작가 마이테 카란사(Maite Carranza, 1958)로 1998년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아동 납치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썼습니다. 2010년 출간된 은 이듬해 스페인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은 네 명의 등장인물, 살바도르 로사노, 누리아 솔리스, 바르바라 몰리나, 에바 카라스코가 번갈아가며 1인칭 화자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형식으로 쓰였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서술방식은 인간이 얼마나 자기 위주로 사고하는 존재인지, 그리..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내 마음의 낯섦」을 읽고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내 마음의 낯섦 Kafamda Bir Tuhaflik」을 읽고 마음은 단 한순간도 동일하지 않고, 같은 상황이라고 같은 마음이 반복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준 작품입니다. , 튀르키예어로 번역기를 돌려보니 '내 머릿속의 낯섦'이라고 출력됩니다. 탁월한 표제입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튀르키예의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 1952)의 2013년 작품으로 오르한 파묵은 이 책을 자신의 첫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소개합니다. 책의 도입부를 읽어나가다보면 떠오르는 성경 속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야곱의 결혼인데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딸 라헬을 좋아했지만 라반의 속임수로 그 언니인 레아와 먼저 결혼하고, 14년 후에 다시 라헬과 결혼한다는 이야기입..
로버트 휴벤슨(Robert Hugh Benson)의 「세상의 주인」을 읽고 로버트 휴벤슨(Robert Hugh Benson)의 「세상의 주인 Lord of the World」을 읽고 영국의 가톨릭 사제이자 작가 로버트 휴 벤슨(Robert Hugh Monsignor Benson, 1871-1914)의 디스토피아 소설 입니다. 1907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적그리스도의 통치와 세상의 종말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Papa Francesco, 1936)과 베네틱토 16세 교황(Papa Benedetto XVI, 1927-2022)이 추천한 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120여 년 전 쓰인 이 작품이 오늘날 주목받는 이유는 소설의 배경이 100년 후인 21세기이기 때문인데 현대판 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작품 속 배경이 오늘날과 유사합니다. 평론가들이 '예언..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의 「빌러비드」를 읽고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의 「빌러비드 Beloved」를 읽고 "내 백성이 아니었던 자들을 내 백성이라, 사랑을 받지 못하던 자들을 '사랑하는 자(beloved)'라 부르리라." (로마서9:25)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1931-2019)의 소설 입니다. 표제는 성경 로마서 9장 25절에서 인용한 것으로 해당 성경구절은 이 작품의 주제를 암시하기도 합니다. 는 노예라는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어린 딸을 죽인 흑인 여성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로 흑인 노예문제, 특히 여성 노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의 고통과 철학적 깊이를 품고 있는 작품입니다. 책의 뒷부분에 수록된 '작가의 말'에 쓰인 문장을 먼저 옮겨봅니다. 어떻..
윌리엄 폴 영(William Paul Young)의 「갈림길」을 읽고 윌리엄 폴 영(William Paul Young)의 「갈림길 Cross Roads」을 읽고 캐나다의 소설가 윌리엄 폴 영(William Paul Young, 1955)의 2012년 작품 입니다. 표제에서 암시하듯 이 책은 기독교 소설입니다. 윌리엄 폴 영은 수련회에서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해서 11일 만에 완성해 냅니다. 의 주인공은 40대 중반의 성공한 사업가 앤서니 스펜서(Anthony Spencer, 토니)입니다. 고통스럽긴 하지만 예측이 가능한 '익숙한 불행'이 더 낫다고 여기는 그에게 행복이란 의미 없는 감정 나부랭이에 불과합니다. 그에게 배려는 성가신 일이고 친구를 만나는 것 역시 손해가 뻔한 투자입니다. 어느 날 주차장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토니는 두부 외상과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의 「눈 이야기」를 읽고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의 「눈 이야기 Story of The Eye」를 읽고 책 날개에 쓰인 저자 소개란에 '생전에는 '저주의 작가'로 취급받으며..'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작가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 1897-1962)에 대한 말입니다. 조르주 바타유는 20세기 프랑스의 저술가로 문학, 철학, 사회학에 관한 글을 썼으며 에로티즘, 신비주의, 초월주의의 거장으로 불립니다. 그의 대표작이자 죽음과 에로티즘을 다룬 이 책 는 저자의 자전적 소설로 제목만 보고 책을 펼쳤다가 당황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1928년 출간 당시 철저한 외설문학으로 평가됐으나 훗날 소설에 대한 해석이 성숙해지면서 초월주의 문학으로 분류되며 철학적, 감정적 ..
이병률 시인의 시집 「찬란」을 읽고 이병률 시인의 시집 「찬란」을 읽고 시인 이병률(1967)의 2010년 작품집 입니다. 시집 목차를 보다가 동물들에 관한 작품이 몇 개 보여 관심이 생겼습니다. 「햄스터는 달린다」, 「고양이가 울었다」, 「유리병 고양이」가 그것인데 햄스터와도 살아봤고 현재는 고양이와 살고 있는 제게 이들에 관한 시는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혹여 시를 통해 알 수 있을까 해서 말이죠. 길에 사는 고양이를 노래하는 시 「고양이가 울었다」입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동네 골목에 살았다 / 검은 비닐봉지와 살았다 // 검은 봉지 부풀면 그것에 기대어 잠들었고 / 검은 봉지 위로 빗물이 떨어지면 / 그것을 핥아 먹으며 살았다 // 어느 날 검은 봉지가 사라졌다 _ 「고양이가 울었다」 가운데 시에 나오는 고양이는 어..
호메로스(Homeros)의 「오디세이아」를 읽고 호메로스(Homeros)의 「오디세이아 Odysseia: 10년간의 귀향 모험담」를 읽고 고대 그리스의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올림포스 신들과 영웅이 엮어내는 장엄한 서사시, 호메로스(Homeros, 기원전 8세기)의 입니다. 가 트로이 전쟁의 진행과정을 그린 작품이라면 는 전쟁 후 트로이의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귀향 모험담입니다. 고대 그리스 영웅 서사시 두 편 중 를 전편, 를 후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 속에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 지혜의 신 아테나, 인간의 운명을 쥔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의 여러 신들이 등장하며 다채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이 판본은 방대한 원전의 내용을 사건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하고 서사시 형식을 읽기 편한 산문 형식으..
호메로스(Homeros)의 「일리아스」를 읽고 호메로스(Homeros)의 「일리아스 Ilias: 신화와 역사 트로이 전쟁」를 읽고 현존 최고의 그리스의 서사시, 호메로스(Homeros, 기원전 8세기)의 입니다. 호메로스는 고대 그리스의 음유시인이자 음악가로 와 의 작자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현대의 연구에 따르면 구전되던 이야기를 호메로스가 후대에 전했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원본은 내용이 매우 방대한데 이 판본은 내용을 사건 중심으로 축약하고, 서사시 형식을 산문 형식으로 풀어썼으며, 중간 제목도 붙이고 있어 읽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그리스신화] 아킬레우스 Achillesㅣ트로이 전쟁 영웅, 아킬레스건의 유래 [그리스신화] 아킬레우스 Achillesㅣ트로이 전쟁 영웅, 아킬레스건의 유래 ◆ 아킬레우스(Achilles) 아킬레우스는 펠레우스(Peleu..
이냐치오 실로네(Ignazio Silone)의 「빵과 포도주」를 읽고 이냐치오 실로네(Ignazio Silone)의 「빵과 포도주 Vino e Pane」를 읽고 책의 표제에서부터 기독교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작품입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버리고 마침내는 그리스도교로 신념을 확정한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작가 이냐치오 실로네(Ignazio Silone, 1900-1978)의 1937년 소설 입니다. 이 작품은 전체주의 정권이 장악한 20세기 유럽의 어둠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경험한 이냐치오 실로네의 자전적 요소가 담긴 작품으로 그가 이탈리아에서 정치생활을 하던 중 좌우 진영 모두로부터 추방당해 1930년 스위스로 망명하는 동안 집필했습니다. 권력자들의 폭압과 위선, 가난한 소시민의 열악한 삶, 잃어버린 정치적 신념 같은 것들이 의 소재가 됩니다. 이냐치오 실로네의 삶이 투영..
코니 윌리스(Connie Willis)의 「화재감시원」을 읽고 코니 윌리스(Connie Willis)의 「화재감시원: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를 읽고 고뇌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아무리 많은 거절 쪽지를 받고, 아무리 낙담했다 하더라도 계속 쓰세요." "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_Connie Willis,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 후기 가운데 미국의 SF 작가 코니 윌리스(Connie Willis, 1945)의 중단편을 모은 '코니 윌리스 걸작선' 1편, 입니다. 작가의 작품들 가운데 휴고상과 네뷸러상 등 메이저 문학상을 받은 수작들을 모아 엮었습니다. 작품들 사이사이 코니 윌리스의 지극히 사적인 후기가 수록돼 있는데 작품+작가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시도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은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인 「화재감시원 Fire Wat..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차가운 피부」를 읽고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Albert Sanchez Pinol)의 「차가운 피부: 내 안의 괴물 La pell freda」를 읽고 어릴 적 괴물 나오는 동화를 많이 읽었는데 당시 저 괴물들은 인간을 뭐라고 생각할까 궁금했습니다. 피차 괴물로 여겨지는 게 아닐까 하고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Albert Sanchez Pinol, 1965)의 첫 소설, 2002년 출간된 에도 진짜 '괴물'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이름 모를 한 남자입니다. 1920년대 남극 근처 어느 섬에 기상관으로 파견된 그는 이곳에서 상상도 못 할 일을 겪게 됩니다. 그 일은 그가 섬에서 보내는 첫날 밤부터 시작됩니다. 미스터리 공포물의 장점은 소설 속 장치 하나하나가 단서로 작용한다는 것인데 그래서 다양한 상상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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