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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세사르 바예호의 시집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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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르 바예호의 시집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를 읽고 


길지 않은 일생 동안 단 두 권의 시집을 출판한 세사르 바예호(Cesar Abraham Vallejo Mendoza, 1892-1938)의 시선집 <조금밖에 죽지 않은 오후 Los Heraldos Negros>입니다.

 

수도자이자 문필가인 토머스 머튼은 세사르 바예호를 "단테 이후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 찬탄합니다. 영국의 시인 마틴 스미스는 "모든 언어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20세기 시인"으로 그를 기억합니다.

 

문학이나 시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독자로서는 이러한 수식어들이 괜히 부담스럽습니다. 명작을 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도, 읽다 보면 눈이 뜨일 것이라 기대하며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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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르 바예호의 대표작인 「검은 전령 Los heraldos negros」입니다. 인생은 철저한 고(苦)라고 말하는 철학자의 말처럼 세사르 바예호 역시 산다는 것에 대한 지독한 고통을 이 시에 토해내고 있습니다. 

 

사노라면 겪는 고통, 너무나 지독한... 모르겠어! / 신의 증오 같은 고통, 그 앞에선 가슴 아린 / 지난날이 밀물이 되어 온통 / 영혼에 고이는 듯... 모르겠어! / 이따금 찾아오지만 고통은 고통이지... // 아니면 죽음의 신이 우리에게 보내는 검은 전령 _「검은 전령」 가운데

 

모든 작품의 옆 페이지에 스페인어 원문이 수록돼 있습니다. 흠. 저 원문(Hay golpes en la vida, tan fuertes... Yo no sé!)을 이 시어로 받아내다니, 역시 번역가는 시인입니다.  

 

 

부재하는 사람아! 쓸쓸한 한 마리 새처럼, / 내가 어둠의 바다와 침묵의 제국의 / 해변으로 떠나는 아침, / 하얀 묘지는 그대의 족쇄가 되겠지. _「부재하는 사람」 가운데

 

「부재하는 사람」에서 '하얀 묘지는 그대의 족쇄가 되겠지'라는 시구가 쉽게 넘어가지 않네요. 죽음과 이별의 슬픔, 그리고 남아서 살아가야 하는 이의 아픔과 고뇌가 이 한 문장에 다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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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 // 내 몸의 뼈는 죄다 타인의 것. / 아마도 내가 훔쳤겠지! / 어쩌면 다른 사람 몫을 // 가로챘는지도 몰라. /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 다른 가난한 이가 이 커피를 마시련만! / 난 몹쓸 도둑... 어찌할 거나! _「일용할 양식」 가운데

 

페루 안데스 산맥의 외딴 마을에서 태어난 세사르 바예호는 이곳 저곳을 떠돌며 일생을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그런 그였지만 자신보다 더 가난한 이들의 배고픔 앞에 죄책감을 느낄 만큼 예민한 성정이 세사르 바예호를 위대한 시인으로 만들었겠지요. 

 

책 후반부 「해설」에서 역자는 세사르 바예호를 일컬어 '고통의 시인'이라고 부릅니다. 배고픔, 가난, 이별, 상실, 고뇌, 죽음, 슬픔같은 우울하고 어두운 시어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토록 인간적인 그의 작품이 역자를 파블로 네루다에서 세사르 바예호로 넘어오게 만들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2024.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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