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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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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오리지널 오브 로라」를 읽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오리지널 오브 로라」를 읽고20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러시아 출신 미국의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1899-1977)의 미완성 유작 입니다. 이 작품의 운명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와 비슷합니다. 죽기 전 원고를 모두 불태우라는 아버지의 유언이 있었지만 아들 드미트리 나보코프는 오랜 고민 끝에 책을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사후 32년 만인 2009년 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됩니다.   특히 이 작품은 나보코프가 친필로 쓴 원고의 원본을 그대로 사진 형태로 수록하고 있어 '미완성 유작'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독자로서는 거장의 초고, 연구노트를 들여다볼 드문 기회를 갖게 됩니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는 나..
브래디 미카코의 「꽃을 위한 미래는 없다 No Future for The Flowers」를 읽고 브래디 미카코의 「꽃을 위한 미래는 없다 No Future for The Flowers」를 읽고신간 코너에서 화려한 표지와 상반되는 좌절과 우울로 점철된 문장을 실은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습니다.  일본 작가 브래디 미카코(Brady Mikako, 1965-)의 에세이집 입니다. 이 책은 2005년에 발표한 브래디 미카코의 데뷔작으로 비평이나 칼럼 성격의 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와 영국 체류를 반복하던 저자는 1996년 영국에 정착했으며 가난한 백인 트럭 운전수인 남편과 브라이튼의 '언덕 위의 빈민가(p.30)'에 살고 있습니다.  브래디 미카코에 대한 이러한 소개는 책을 읽는데 기초 정보가 됩니다. 저자가 자신과 주변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시각이 얼마나 시사적이고 위..
존 맥스웰 쿳시의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를 읽고 J.M. 쿳시의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를 읽고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오스트레일리아 작가인 존 맥스웰 쿳시(John Maxwell Coetzee, 1940-)의 책 입니다. J.M. 쿳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회의 모순과 갈등, 인종차별의 허구성, 서구문명의 위선 등을 우의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그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1983년과 1999년에는 부커상을, 2003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합니다. 는 2003년 출간된 J.M. 쿳시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로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노년기의 작가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의 강연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일인의 강연이나 연설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단편 연작에 가까운 장편입니다. 소재는 J.M. 쿳시가 실제 했던 강연을 바탕으로 하고..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읽고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을 읽고오노레 드 발자크(Honore de Balzac, 1799-1850)의 1835년 소설 입니다. 이 책은 발자크가 1829년부터 출간한 90여 편의 소설을 하나의 작품으로 엮은 《인간 희극》의 주축이 되는 작품으로 19세기 초 초기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과 개개인을 면밀히 탐구하고 있습니다. 작품집 《인간 희극》은 오늘날까지도 세계문학의 걸작으로 남아있습니다.   위대한 작가의 삶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발자크 역시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한 오랜 기간의 독서와 습작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습니다. 손을 대는 사업마다 실패하고 소설을 써서 빚을 갚느라 평생을 고생합니다. 의 주인공 으젠 드 라스티냐크 역시 20대 초반의 가난한 시골 귀족 출신으로 성공을 위해 파리에 온 법..
크리스티앙 보뱅의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고 크리스티앙 보뱅의 「흰옷을 입은 여인」을 읽고프랑스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크리스티앙 보뱅(Christian Bobin, 1951-2022)의 입니다. 보뱅의 단아하고 우아한 문체에 반해 여러 작품을 읽었지만 이 책은 특히 아름답고 애틋함마저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 작품이 19세기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Elizabeth Dickinson, 1830-1886)을 향한 보뱅의 팬심이 담긴 헌사이기 때문이겠지요.  보뱅은 에밀리 디킨슨과 관련된 철저한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 이 글을 완성합니다. 덕분에 은 에밀리 디킨슨에 관한 시적 전기물이라고 할 만큼 그에 관한 구체적인 사건들과 일화가 담겨있습니다.   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에밀리 디킨슨에 대해 알아야겠지요. 미국 매사추세츠주 앰허스트에서 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8월에 만나요」를 읽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8월에 만나요」를 읽고라틴아메리카 현대 소설의 거장, 콜롬비아의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José de la Concordia Carcía Márquez, 1927-2014)의 유고 소설 입니다. 1982년 마르케스에게 노벨문학상을 가져다준 그의 대표작 과는 문체나 분위기가 전혀 달라 팬들에게는 또 다른 마르케스를 만나볼 수 있는 즐거움을 줍니다.  는 그가 꽤 오랜기간 공을 들인 작품이지만 마르케스는 만족하지 못했고 생애 마지막에 그가 치매에 시달리며 더 이상 소설의 줄거리를 따라갈 수 없었고 끝내 완성할 수 없었습니다. 마르케스는 자녀들에게 이 소설을 파기해 달라고 했으나 그들은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알아보았고 사후 10여 년이 지난 2024년 를..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Cathedral」을 읽고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Cathedral」을 읽고미국의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Raymond Clevie Carver, 1938-1988)의 단편집 입니다. 1983년 발표한 작품으로 표제작인 「대성당」을 포함한 전체 열두 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20세기 후반 미국의 평범한 소시민들을 등장인물로 내세워 카버 특유의 간결한 언어로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라는 웅장한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표제와 내용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됩니다. 소설가는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봐 넘기지 않는 이들입니다. 그들의 눈에 띄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조차 근사한 이야기가 됩니다.   ㅣ「보존」 「보존」은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은, 그러나 다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탈로 칼비노의 「존재하지 않는 기사」를 읽고 이탈로 칼비노의 「존재하지 않는 기사」를 읽고현대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의 '선조 3부작' 완결편 입니다. '선조 3부작'은 , , 세 작품을 일컫는 표현으로 1960년 이탈로 칼비노가 《우리의 선조들》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에서 유래합니다. 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 역시 기대가 됩니다. 이탈로 칼비노는 믿고 보는 작가이기도 하고요.   의 주인공은 '몸'이 존재하지 않는 기사 아질울포입니다. 의지나 정신 생각은 존재하지만, 그러니까 존재하지 않는 기사입니다. 프랑스 황제 카롤루스 대제가 기사들의 사열을 받는데 유일하게 아질울포만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얼굴을 보여달라는 황제에게 백색 갑옷 만으로 존재하는 아질울포는 자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
체사레 파베세의 희곡 「레우코와의 대화」를 읽고 체사레 파베세의 희곡 「레우코와의 대화」를 읽고이탈리아의 소설가이자 시인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1908-1950)의 희곡 입니다. 20세기 초 영향력 있는 이탈리아 작가 중 한 명으로 1949년 발표한 소설 으로 1950년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스트레가 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이 책 는 신화를 희곡으로 재구성한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1947년 출간 당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 못했지만 체사레 파베세는 자신의 문학적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난 이 책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망 당시에도 머리맡에 이 책이 놓여 있었고 그 첫 페이지에 유서와 같은 아래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모두를 용서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용서를 구한다. 되었는가? 너무 수다를 떨지 않기를." _「역자 ..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 Les Choses」을 읽고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 Les Choses」을 읽고일단 책이 예쁩니다. 펭귄 북스(Penguin Books) 출판사를 괜히 좋아하는데 마침 이 책도 펭귄에서 나왔네요.  프랑스의 소설가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이 1965년 발표한 책 입니다. 제목만 봤을 땐 저자의 다른 책 과 비슷하게 '사물들'에 대한 관찰과 사색의 기록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서사가 있는 소설입니다.  책 표지를 넘기면 흑백사진 한 장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조르주 페렉과 그의 반려묘인 듯 보이는 검은 고양이인데 저렇게 어깨에 올라가 있는 걸 보면 분명 반려묘겠지요. 집사도 고양이도 편안해 보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사진 중에도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활짝 웃는 사진이 있는데 고양이와 함께 있는 사진 속 작..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설로 읽는 철학, 소피의 세계」를 읽고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설로 읽는 철학, 소피의 세계」를 읽고노르웨이의 소설가이자 철학교사인 요슈타인 가아더(Jostein Gaarder, 1952-)가 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쓴 책 입니다. 1994년 발표한 작품으로 전 세계 6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읽혔으며 지금까지도 4,000만 부 이상 판매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자의 작품 가운데 와 를 인상깊게 읽었는데 이 책은 그 덕분에 '역주행'하여 읽게 됐습니다.    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전혀 모르겠어.' 소피는 생각했다. 그런 건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하지만 소피는 이 질문이 타당하다고 여겼다. 이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서 적어도 세계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_본문 가운데 14세의 소피가 철학적 질문이 ..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작은 우주들 Microcosmi」을 읽고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의 「작은 우주들 Microcosmi」을 읽고이탈리아의 작가이자 명망 있는 중부유럽 연구가인 클라우디오 마그리스(Claudio Magris, 1939-)의 입니다. 저자의 대표작 와 늘 함께 거론되는 작품으로 출간된 그해 1997년 스트레가 상을 받습니다. 가 다뉴브 강 유역 중부유럽 전반의 광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은 마그리스의 고향인 트리에스테를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과 사람들을 들여다봅니다. 그야말로 사소한 것들, 그러나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우주인 '작은 우주들'에 관한 단상입니다.   이탈리아 북동부 끝 슬로베니아 국경지대의 트리에스테(Trieste)는 19세기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했으며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는 귀속 분쟁이 잦았던 지역입니다. 그 덕분에..
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 / 오늘은 금요일」을 읽고 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 / 오늘은 금요일」을 읽고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의 단편선입니다. , , 같은 명작 장편들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헤밍웨이는 약 70편에 이르는 단편을 남겼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거장의 단편은 걸작이 된 장편을 위한 습작이기도 하고 모태가 되기도 하니 문학 초심자에겐 더없이 반가운 작품들입니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에는 총 스무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ㅣ킬리만자로의 눈 The Snows of Kilimanjaro  그 가운데 1936년 발표한 은 헤밍웨이의 중기 작품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성찰을 다룬 명작입니다. 1952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됩니다..
조르주 페렉의 「어렴풋한 부티크」를 읽고 조르주 페렉의 「어렴풋한 부티크」를 읽고 프랑스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를 대표하는 소설가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의 입니다. 이 책은 1968년 5월부터 1972년 8월까지 꾼 꿈 124개를 필사(transcription)하여ㅡ꿈을 그대로 옮겨 적은ㅡ 모은 작품으로 이듬해 1973년 출간됩니다. 개인적으로 꿈을 필사하는 건 한 번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긴 하지만 꿈을 꾼 사람도, 필사한 사람도, 그것을 읽는 독자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글의 모음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 실험적 시도를 페렉이 4년여에 걸쳐 해낸 것이죠.  다행히 에는 조르주 페렉의 꿈을 해석하느라 헤맬 독자들을 위해 옮긴이(조재룡 교수)의 꼼꼼하고 친절한 주석이 달려있습니다.    차..
허수경 시인의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을 읽고 허수경 시인의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을 읽고뒤늦게 유튜브에서 알쓸신잡을 보다가 허수경 시인에 대한 일화가 언급되는 걸 보고 고른 시집입니다. 허수경 시인이 2005년에 발표한 시집 입니다. 2000년대 이후 잦아진 세계적인 테러나 전쟁, 난민 사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한 인간이 쓰는 反전쟁에 대한 노래. 이 아이러니를 그냥 난, 우리 시대의 한 표정으로 고정시키고 싶었을 뿐." _프롤로그 '시인의 말' 가운데  시인으로 살면서 세상의 크고 작은 고통과 불의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허수경 시인의 '한 표정'은 같은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의 표정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빛 속에서 이룰 수 ..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질투의 끝」를 읽고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질투의 끝」를 읽고인간의 소위 속된 감정들ㅡ질투나 의심 허영 같은ㅡ을 마치 해부하듯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면 그 모습이 어떨까요. 아이러니로 가득 찬, 도저히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는 생각이 막연히 듭니다. 20세기 문학계의 대작 의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단편집 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총 네 편 실려있습니다. 미세한 감정 하나도 놓치지 않는 빠르고 치밀하고 섬세한 묘사 덕분에 불안정한 인간의 머릿속을 쉽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마지 제 마음속 같습니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은 에 이르는 첫 관문이자 프루스트가 작가로서 일궈낸 첫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표제작 「질투의 끝」에는 한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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