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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허수경 시인의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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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의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을 읽고


뒤늦게 유튜브에서 알쓸신잡을 보다가 허수경 시인에 대한 일화가 언급되는 걸 보고 고른 시집입니다. 허수경 시인이 2005년에 발표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입니다. 2000년대 이후 잦아진 세계적인 테러나 전쟁, 난민 사태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한 인간이 쓰는 反전쟁에 대한 노래. 이 아이러니를 그냥 난, 우리 시대의 한 표정으로 고정시키고 싶었을 뿐." _프롤로그 '시인의 말' 가운데 

 

시인으로 살면서 세상의 크고 작은 고통과 불의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허수경 시인의 '한 표정'은 같은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의 표정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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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에서 이룰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이를테면 시간을 거슬러 가는 일, 시간을 거슬러 가서 평행의 우주까지 가는 일 // 그곳에서 나는 내 아버지에게서 태어나지 않는다 / 그곳에서 나는 내 어머니에게서 태어나지 않는다 _「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은가」 가운데 

 

허수경 시인은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1987년 시인으로 등단합니다. 이후 1992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고고학 박사과정을 밟습니다. 문학과 고고학, 모든 학문은 연결되어 있지만 이 둘의 조합은 더없이 잘 어울립니다. 이러한 시인의 배경을 알고 시를 접해서 그런지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에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들에서 시간을 길어 올리는 고고학자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숨은 말 속에 불 있는가. 저 조각상의 근육 속에 힘은 있는가. 손가락 속에 아직도 살인을 명령할 욕망은 있는가, // ebay 경매에 나온 어느 독재자 조각상의 다리 한쪽, 저런 종류의 죽음을 우리는 무엇이라 부르는가 _「무너진 조각상」 가운데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에 담긴 시인의 反전쟁, 평화주의 신념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시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대체 저런 종류의 죽음을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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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자라는 시간 청동으로 된 시간 / 차가운 시간 속 뜨겁게 자라는 군인들 // 아이들이 앉아 있는 땅속에서 감자는 / 아직 감자의 시간을 사네 _「물 좀 가져다주어요」 가운데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에는 달, 해, 빛, 물, 불, 별, 새와 같은 자연물이 많이 등장합니다. 전쟁이나 테러 같은 극도로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이야기하기 위해 시인은 '자연'스러운 것들을 가져다 씁니다. 빈곤과 결핍, 갈증, 무엇이 이 시간들을 초래하는 것일까요. 청동으로 된 시간, 차가운 시간, 뜨거운 군인, 감자의 시간, 시인만의 독특한 시간 묘사가 촉각으로 느껴집니다.   


2024.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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