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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요슈타인 가아더의 「꼭두각시 조종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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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슈타인 가아더의 「꼭두각시 조종사」를 읽고


<밤의 유서 Akkurat Passe>라는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소설로 처음 접하게 된 노르웨이의 소설가 요슈타인 가아더(Jostein Gaarder, 1952-)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2016년 발표한 <꼭두각시 조종사>라는 소설인데 감정을 덜어낸 담담한 문체와 전혀 담담하지 않은 내용 사이에서 기묘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심리학을 공부한 이력 탓인지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이런 류의 작품들이 흥미롭습니다.

 

<꼭두각시 조종사>는 60대의 한 언어학자가 앙네스라는 여인에게 쓰는 편지형식을 한 서간체 소설입니다. 편지의 내용은 자신의 인생에 관한 것이고 앙네스가 누구이며, 왜 그녀에게 편지를 쓰는지, 소설의 제목은 왜 '꼭두각시 조종사'인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의문이 하나씩 밝혀지는데 독자로서는 웬만한 추리소설보다 극적인 사연과 장면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 그랬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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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는 사람은 노르웨이 오슬로에 사는 야코브 야콥센이라는 60대 남성입니다. 2013년 5월 스웨덴의 고틀란드섬에서 그는 앙네스라는 여인에게 이 편지 <꼭두각시 조종사>를 씁니다. 단정하고 차분한 문제와 조심스럽고 진솔한 내용이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천주교 신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야코브는 원래 오슬로 출신이 아니며 다른 지역에서 대도시 오슬로로 이주해왔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낯선 오슬로에서 우연히 신문 부고란에 난 장례식 안내문을 보게 되고 낯선 이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일종의 '사회 실험'을 하게 됩니다. 

    

 

나는 처음으로 장례식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나의 데뷔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당시에는 일종의 사회적 실험이라 생각했을 뿐, 내가 앞으로도 습관처럼 장례식을 찾으리라곤 전혀 짐작도 못 했습니다. _본문 가운데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부고나 장례일정을 교회 앞에 안내해놓습니다. 친지나 지인들을 위한 것인데 간혹 혼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도 있으니 야코브의 행동이 처음엔 별로 의심을 사지 않았을 겁니다. 야코브는 왜 낯선 이의 장례식장을 찾는 것일까요. 심지어 친지들로부터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사전에 고인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해야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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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계선은 죽음과 삶 사이를 가르는 선이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 사이를 가르는 경계선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 있건 죽어 있건 간에 함께할 수 있는 벗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조차 외부인으로, 아웃사이더로 덩그러니 홀로 서 있습니다. _본문 가운데 

 

초대받지 않은 손님, 야코브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간절히 초대받고 싶어 한 야코브의 바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앙네스는 어느 장례식에서 야코브 내면의 외로움을 알아봐 준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통해 그는 치유되었을까요. 혹은 치유되어야 할 것은 야코브와 같은 '장례식 유랑자'들을 만들어낸 대도시의 '경계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펠레라는 야코브의 친구가 등장하는데 <꼭두각시 조종사>라는 제목의 비밀을 푸는 열쇠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꼭두각시 조종사... 

 

심리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요슈타인 가아더의 <밤의 유서>와 <꼭두각시 조종사> 모두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2024.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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