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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암 병동」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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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암 병동」을 읽고


러시아의 역사가이자 소설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xander Solzhenitsyn, 1918-2008)의 <암 병동 Cancer Ward>입니다. 1967년 발표한 소설로 솔제니친에게 1970년 노벨문학상을 안겨다 준 작품입니다.

 

소련의 스탈린(1941-1953) 사망 직후 1954-1955년의 소련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타슈켄트의 병원 13병동 암 환자들의 이야기들을 다루는 한편 소련 사회의 모순과 부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당시 본국에서는 출판하지 못합니다. 노벨문학상 역시 소련 정부의 방해로 솔제니친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1974년 스위스로 망명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미국에서 20여 년간 칩거하다 1991년 소련 정권 붕괴 이후 1994년 러시아로 귀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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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병동인 13병동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스탈린 정권의 시혜를 받은 자, 스탈린에 저항한 자, 강압에 굴복한 자, 노인, 10대 소년, 고위 공무원, 수형자까지. 그러나 병원복을 갈아입은 후의 그들은 그저 다 같은 '암 환자'일 뿐입니다. 

 

"내 이야기 잘 들어요, 미타! 우리 집 양반은... 고위직에 있는 분이에요. 어디서나 특별 대우만 받던 분인데, 어쩌다 이런 몹쓸 병에 걸리게 되었네요. 그래서 말인데 이분에게 전담 간호사를 붙여 줄 수는 없을까요?" _1권, 본문 가운데 

 

파벨 니콜라예비치 루사노프는 스탈린 정권의 고위직 간부입니다. 암에 걸리긴 했으나 특권을 누리던 바깥 세상에서의 삶을 13병동까지 끌고 들어오려 애써보지만 그럴수록 비참한 상황만 길어질 뿐입니다. 

 

 

13병동에서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벌어집니다. 어느 날은 톨스토이의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주제로 대화가 오갑니다. 무엇으로 사는가, 암 병동에서 충분히 화두가 될 만한 것이죠.  

 

사람은 개인의 이기심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책에는 쓰여 있는데, 저 엉터리 같은 사내는 공공복지로 살아간다고 하지 않는가. _1권, 본문 가운데 

 

여기서 '엉터리 같은 사내'는 바로 파벨 니콜라예비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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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병동>의 주인공 올레크 코스토클로토프는 전직 군인이며 정치 망명자로 수감 중 암 병동에 입원해 있습니다. 그런 올레크에 대해 사회적 부채의식을 갖고 있는 13병동 술루빈의 말이 당시 소비에트의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해 줍니다. 

 

당신은 체포되었지만 우리는 소집당해서 당신들을 패라고 강요받았어. 당신은 판결을 받았지만 우리는 판결이 낭독될 때 박수를 치라고 강요받았고, 총살을 요구하라고 강요받았다고! 박수를 칠 때도 손을 높이 들어 의장단이 볼 수 있도록 쳐야 했어. 누군들 살고 싶지 않았겠나? 누가 저항할 수 있었겠나? 지금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_2권, 본문 가운데 

 

 

올레크는 마침내 퇴원합니다. 살아서 다시 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덤으로 주어진 봄이다! 그것에 감사할 뿐인 것이다! 올레크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느꼈다! 새로 창조된 그의 세계에는 어느 것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었고, 추한 것이 없었다! 한평생이라는 시간도 오늘의 이 위대한 하루와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_2권, 본문 가운데 

 

그는 백화점과 동물원 등을 다니며 새로운 세상을 느껴보고자 했으나 현실은 좌절과 고통뿐임을 자각합니다. 우리에 갇힌 동물들, 죽음이 아니면 그곳에서 나오지 못하는 그들의 운명이 마치 자신이 있던 정치범 수용소나 13병동을 연상케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 책 <암 병동>은 솔제니친의 반자전적 소설입니다. 죽음을 넘나들며 스탈린 시대 정치범으로 수용소와 감옥을 전전하고 암 투병에서 살아남은 그는 이후의 삶이 덤으로 주어졌다고 여기며 자신이 경험한 소비에트의 진실을 기록하게 됩니다. 


2024.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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