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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질투의 끝」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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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질투의 끝」를 읽고


인간의 소위 속된 감정들ㅡ질투나 의심 허영 같은ㅡ을 마치 해부하듯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면 그 모습이 어떨까요. 아이러니로 가득 찬, 도저히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는 생각이 막연히 듭니다.

 

20세기 문학계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단편집 <질투의 끝 La fin de la jalousie>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총 네 편 실려있습니다. 미세한 감정 하나도 놓치지 않는 빠르고 치밀하고 섬세한 묘사 덕분에 불안정한 인간의 머릿속을 쉽게 그려볼 수 있습니다. 마지 제 마음속 같습니다. 

 

출판사 소개글에 따르면 <질투의 끝>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이르는 첫 관문이자 프루스트가 작가로서 일궈낸 첫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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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질투의 끝」에는 한 연인이 등장합니다. 오노레는 연인 프랑수아즈를 향한 마음이 변치 않길,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께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영원히 사랑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때가 되면 질투하지 않고 예의있게 그녀를 놓아주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언젠가 내 마음이 저 여인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느껴지면, 그녀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소리 없이 그 마음을 붙잡아 두리라. 변함없이 다정하고, 한결같이 정중하리라." _「질투의 끝」 가운데 

 

그러면서 동시에 슬픔을 이야기합니다. 프랑수아즈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들을 축복해줄테고 질투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도 그것 역시 슬픈 일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 얼마나 다양한 선들이 얽혀 있으며 질투라는 감정 속에는 그보다 얼마나 더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가 들어있을지, 전혀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그것을 글로 풀어낸다는 게 놀라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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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의 끝」은 있을까요. 주인공 오노레는 '죽고 나면 질투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살아 있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한 질투 역시 품어야만 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마침내 죽음이 가까워진 순간 오노레는 불현듯 깨닫습니다. 

 

그는 프랑수아즈와 똑같이 늙은 친척들과 하인들과 의사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사랑은 자신과 비슷한 영혼을 지닌, 그렇게 하나로 이어진 모든 인간들을 향했다. _「질투의 끝」 가운데 

 

질투 역시 끝이 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글은 같은 문장이라도 읽을 때마다 다른 해석이 추가됩니다. 글의 밀도가 높은 탓이겠지요. 순식간에,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한 찰나에 흘러가버리는 감정이나 생각을 붙잡아 글로 써낸다면 10초 분량을 써내는데 10페이지도 부족하지 않을까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그토록 무자비(!)하게 분량이 많은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4.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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