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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 / 오늘은 금요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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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 / 오늘은 금요일」을 읽고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의 단편선입니다. <무기여 잘 있어라(1929)>,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 <노인과 바다(1952)> 같은 명작 장편들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헤밍웨이는 약 70편에 이르는 단편을 남겼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거장의 단편은 걸작이 된 장편을 위한 습작이기도 하고 모태가 되기도 하니 문학 초심자에겐 더없이 반가운 작품들입니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헤밍웨이 단편선 1>에는 총 스무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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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킬리만자로의 눈 The Snows of Kilimanjaro

 

그 가운데 1936년 발표한 <킬리만자로의 눈 The Snows of Kilimanjaro>은 헤밍웨이의 중기 작품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성찰을 다룬 명작입니다. 1952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됩니다. 

 

 

아무것도 쓰지 않고 안일만을 추구하며 자신이 경멸해 마지않는 그런 인간이 되어 보낸 하루하루의 생활은 그의 재능을 우둔하게 만들었고 집필에 대한 의욕마저 약화시켰다. _본문 가운데 

 

주인공 해리(Harry)는 부와 환락을 좇는 삶을 즐기느라 태만해진 자신의 작가로서의 의지를 새롭게 다지기 위해 킬리만자로에 부인 헬렌(Helen)과 함께 여행을 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죽어가는 상황입니다. 새 출발을 위해 온 킬리만자로에서 이렇게 죽음을 기다리게 될 줄 알았을까요. 

 

 

오른쪽 다리에 괴저가 발생한 뒤로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직 격심한 피로감과 이렇게 끝나는 것에 대한 분노뿐이었다. 지난 몇 해 동안 죽음은 강박관념처럼 그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것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심한 피로감이 죽음을 이렇게 쉬운 것으로 만들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_본문 가운데 

 

신체의 오래된 물리적 통증과 그로 인한 극도의 피로감이 인간의 정서와 심리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문단입니다. 제가 헤밍웨이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런 심리적 묘사가 정말 탁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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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오늘은 금요일 Today is Friday

 

1926년에 나온 <오늘은 금요일 Today is Friday>라는 짧은 희곡도 인상적입니다. 예수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은 로마군인들이 예수가 죽은 그날 밤 한 유대인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군인 그 사람은 과연 십자가에서 내려오고 싶었을까, 조지?

술집주인 장교님들, 사실 전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그런 일에는 전혀 흥미가 없거든요. 

(...)

첫 번째 군인 그 사람 오늘 그곳에서 꽤 의젓했다는 생각이 들어.

세 번째 군인 잘해냈지. _본문 가운데 

 

로마 군인들에게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는 일은 그저 주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 술집주인에게 그 일은 그저 '남의 일'입니다. 상부의 명령을 따라 주어진 일을 한 군인들과 군중의 무관심 속에 예수는 죄 없이 죽습니다.

 

<오늘은 금요일>이라는 희곡을 읽는 내내 묘한 기시감이 드네요. 


2024.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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