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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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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암 병동」을 읽고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암 병동」을 읽고러시아의 역사가이자 소설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xander Solzhenitsyn, 1918-2008)의 입니다. 1967년 발표한 소설로 솔제니친에게 1970년 노벨문학상을 안겨다 준 작품입니다. 소련의 스탈린(1941-1953) 사망 직후 1954-1955년의 소련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타슈켄트의 병원 13병동 암 환자들의 이야기들을 다루는 한편 소련 사회의 모순과 부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당시 본국에서는 출판하지 못합니다. 노벨문학상 역시 소련 정부의 방해로 솔제니친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1974년 스위스로 망명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미국에서 20여 년간 칩거하다 1991년 소련 정권 붕괴 이후 1994년 러시아로 귀환합니다.     ..
요슈타인 가아더의 「꼭두각시 조종사」를 읽고 요슈타인 가아더의 「꼭두각시 조종사」를 읽고라는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소설로 처음 접하게 된 노르웨이의 소설가 요슈타인 가아더(Jostein Gaarder, 1952-)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2016년 발표한 라는 소설인데 감정을 덜어낸 담담한 문체와 전혀 담담하지 않은 내용 사이에서 기묘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심리학을 공부한 이력 탓인지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이런 류의 작품들이 흥미롭습니다. 는 60대의 한 언어학자가 앙네스라는 여인에게 쓰는 편지형식을 한 서간체 소설입니다. 편지의 내용은 자신의 인생에 관한 것이고 앙네스가 누구이며, 왜 그녀에게 편지를 쓰는지, 소설의 제목은 왜 '꼭두각시 조종사'인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의문이 하나씩 밝혀지는데 독자로서는 웬만한 추리소설보다 극적..
조르주 페렉의 「잠자는 남자」를 읽고 조르주 페렉의 「잠자는 남자」를 읽고 실험적이고 과감한 문학적 시도로 주목받은 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의 1967년 작품, 입니다. 페렉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작품 는 패러디의 산물로 프루스트, 조이스, 성서의 문체를 차용하고 카프카, 허먼 멜빌의 작품을 차용하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패러디'도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죠. 모르는 건 창작으로 여기고 읽습니다.   의 첫 문장을 읽자마자 마르셀 프루스트의 의 첫 문장, "오랜 시간,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왔다."에 대한 대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네가 눈을 감자마자, 잠의 모험이 시작된다. _본문 첫 문장   너는 혼자다. 너는 홀로인 사람처럼 걷는 법을, 한가로이 산책하는 법을, 주시하지 않고..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무척이나 낭만적인 제목의 소설, 스위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파스칼 메르시에(Pascal Mercier, 1944-2023)의 입니다. 2004년 출간된 소설로 2013년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됩니다. 북쪽은 길이 없는 반도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는 야간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다는 것 자체로 낭만과 부러움의 대상이네요.  저자의 본명은 피터 비에리(Peter Bieri)로 '파스칼 메르시에'라는 필명은 프랑스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과 루이-세바스티앙 메르시에의 성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는 어느 비 오는 날 저녁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낯선 여성을 구해냅니다. 그리고 그날 그녀가 남긴 수수께끼 같은 흔적을 추적하다 라는 포..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고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읽고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Fyodor Dostoevsky, 1821-1881)의 1864년 작품 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와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에게 실존주의적 영감을 준 인물로 이 소설 는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로 일컬어집니다. 작품 속 화자에게서 묘하게 카프카의 이미지도 보입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지하 인간'은 는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지하 인간'은 40세의 남성으로 우연히 친척의 유산을 상속받으면서 은퇴한 공무원입니다. 사회와 자발적으로 철수되어 아무도 만나지 않고..
조르주 페렉의 「생각하기/분류하기」를 읽고 조르주 페렉의 「생각하기/분류하기」를 읽고2024년 현시점에 가장 즐겨 읽는 작가로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을 주저 없이 꼽습니다. 당연히 어제도 읽었고, 오늘도 읽고, 내일도 읽을 예정입니다. 페렉의 글은 문과생의 글이라기보다 이과생의 글 같아서 친근하고 정겹습니다. 언어나 사회영역보다 수리 과학영역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문과생이 쓴 글로 가득한 도서관 한편에서 저만 아는 '한 구석'을 발견한 것처럼 반갑습니다. 페렉의 성향도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이 책 는 1976년부터 1982년까지 페렉이 쓴 짧은 글 열세 편을 모은 산문집입니다. 저자 사후에 편집되어 1985년에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은 주로 페렉의 문학관, 작품세계, 일상적인 습관같은 것으로 작가노트..
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을 읽고 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을 읽고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의 사후 30여 년 만에 출간된 미발표 장편소설 입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3년 뒤인 1960년, 카뮈는 자동차 사고로 마흔여섯에 급작스레 생을 마감합니다. 사고 당시 카뮈의 가방에서 발견된 육필 원고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은 자크 코르므리라는 주인공의 유소년기에 집중한 성장소설로 '최초의 인간'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한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책은 1부 「아버지를 찾아서」, 2부 「아들 혹은 최초의 인간」으로 구성됩니다.    삶의 어느 시기를 지나다 보면 부모에 대한 연민이 생겨나는 때가 있습니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렸던 젊은 '그들'의 치열했던 지난 삶에 대한 연민, 정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읽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읽고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저명한 문학교수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1899-1977)의 입니다. 나보코프는 20세기 중반 발표한 그의 대표작 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나보코프가 하버드, 스탠퍼드, 코넬 대학 등에서 강의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를 포함한 총 7편의 고전문학 강의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프란츠 카프카, 제임스 조이스, 제인 오스틴 등 대가의 작품을 다룬 그의 강의는 인기가 없을 수가 없었겠지요.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귀스타브 플로베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마르셀 프루스트 프란츠 카프카 제임스 조이스  제가 특히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 위주로 편식하며 읽습니다. 내 마음 가는 ..
조르주 페렉의 「공간의 종류들」을 읽고 조르주 페렉의 「공간의 종류들」을 읽고 프랑스의 소설가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의 1974년 작품, 입니다. 조르주 페렉, 이탈로 칼비노, 레몽 크노 등 프랑스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 작가들의 책에 요즘 꽂혔습니다. 이탈로 칼비노는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외 두 작가는 최근에 팬이 됐습니다. 진지하고 무겁거나 교훈적이지 않고 가볍고 자유롭고 기발한 울리포 작가들의 글은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은 페렉이 생전에 낸 유일한 산문집입니다. 프루스트가 '시간'에 대한 인식에 집중했다면 페렉은 이 작품에서 '공간' 인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에서 조르주 페렉은 어떤 뜻밖의 시선을 전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공간에 대해 질문하는 것, 혹은 좀 더 ..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실크 스타킹 한 켤레」를 읽고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실크 스타킹 한 켤레」를 읽고 19세기에서 20세기로 전환되는 시기에 활동한 영미권 여성 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입니다. 책에는 표제작의 저자인 케이트 쇼팽(Kate Chopin, 1850-1904) 등 열한 명의 작가가 쓴 열세 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습니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이 단편집은 2021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출간되었습니다.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시대적 흐름이던 19세기말, 여성의 삶에도 큰 변화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 시기에 활동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주목할 이유가 됩니다.   표제작 는 케이트 쇼팽이 1896년 발표한 단편소설로 1890년대 고급 백화점, 화려한 레스토랑, 극장 등이 즐비한 어느 대도시를 ..
레몽 크노의 「연푸른 꽃」을 읽고 레몽 크노의 「연푸른 꽃」을 읽고프랑스의 초현실주의자, 언어학자, 수학자, 영화인이자 소설가,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의 창립자인 레몽 크노(Raymond Queneau, 1903-1976)의 1965년 작품 입니다. 일생을 문학에서의 문자와 수의 세계를 탐구해 온 레몽 크노의 후기작으로 꿈과 현실, 중세와 현대를 오가는 독특한 서사적 구성을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뒷부분에 수록된 '저자의 말'에서 레몽 크노는 장자의 호접몽의 특이한 구성에 착안해 이 작품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175년이라는 시대적 거리를 사이에 둔 중세시대 오주 공작과 현대의 시드롤랭, 누가 누구의 꿈을 꾸는 것인지 혹은 둘 다 꿈인지, 둘 다 실재하는 것인지, 해석은 독자 몫입니다.     레몽 크노의 작품은 밖에..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고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고아동문학의 고전,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의 입니다. 약 200년 전인 1837년 출간된 작품으로 당시 19세기 영국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시대 일자리를 찾아 런던으로 몰려온 빈민들의 참혹한 실상, 적은 임금으로 어린아이들을 착취한 자본가들의 횡포, 소매치기와 강도 매춘의 온상에 고아들로 넘쳐나는 런던의 뒷골목, 찰스 디킨스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이런 비참한 생활을 이 작품에 담았습니다.  는 출간 이후 꾸준히 영화, 연극, 뮤지컬로 각색되며 전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여리지만 정직하고 진실된 소년 올리버를 통해 권선징악, 행복한 결말이라는 아동문학의 모범이 되는 작품입니다.  올리버는 구빈원에..
조르주 페렉 · 자크 루보의 「겨울여행 / 어제여행」을 읽고 조르주 페렉 · 자크 루보의 「겨울여행 / 어제여행」을 읽고 모두가 그 책을 읽었다. 모두 그 책을 베낀 다음, 틀림없이 모두 없애버렸을 것이다. _「어제여행」 가운데 세계적인 문학가 수십 명이 무명의 작가를 표절했다는, 그야말로 발칙한 상상을 바탕으로 한 픽션입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의 과 자크 루보(Jacques Roubaud, 1932-)의 입니다. 조르주 페렉이 1979년 발표한 에 이어 1992년 자크 루보의 이 출간되었는데 동일한 등장인물에 동일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두 작품은 자크 루보의 제안과 조르주 페렉 유족의 동의로 1997년부터 한 권으로 출판되기 시작합니다.    의 주인공 뱅상 드그라엘은 문학선생으로 1939년 8월, ..
조르주 페렉의 「보통 이하의 것들」을 읽고 조르주 페렉의 「보통 이하의 것들」을 읽고평소에는 존재하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평범한, 익숙한,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단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George Perec, 1936-1982)의 입니다. 조르주 페렉은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의 문인들과 교류하며 실험적 글쓰기를 시도해 온 작가인데 에서도 결코 '보통 이하의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 적고 있습니다. 독특한 시선으로 보통을 논하는 책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해서ㅡ예컨대 공기나 물처럼ㅡ 존재조차 잊고 사는 것들은 사라지는 순간 비로소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조르주 페렉은 그런 것들에 말을 걸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 우리가 경험하는 것, 나머지인 것, 모든 나머지 것, 그것들은 어디..
레몽 크노의 「문체연습 Exercices de style」을 읽고 레몽 크노의 「문체연습 Exercices de style」을 읽고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의 공동창립자 레몽 크노(Raymond Queneau, 1903-1976)의 입니다. 1947년 발표한 작품으로 장르를 분류하기 어려운 독특한 책입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99가지 다른 문체로 써내고 있는 형식인데 새로운 문체가 등장할 때마다 놀라며 읽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초 우연히 울리포에 관심이 생겼고, 몇몇 소속 작가들의 책을 읽다 조르주 페렉(George Perec, 1936-1982)을 알게 되고 그의 글을 통해 레몽 크노의 책도 읽어보게 됐는데 역시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에 사용되는 짧은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화자가 버스에서 한 남자를 만납니다. 그 남자는..
올가 토카르추크의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를 읽고 올가 토카르추크의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를 읽고문학을 통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옳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한 명으로 폴란드의 작가로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올가 토카르축(Olga Tokarczuk, 1962년생)을 꼽고 싶습니다. 생태주의, 채식주의, 동물권 수호와 같은 가치가 저자의 신념을 대변합니다. 2009년 발표한 범죄 추리소설 는 이러한 작가의 가치관이 집결된 작품으로 2017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됩니다.  어느 겨울밤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왕발'이라 불리는 남자가 갑자기 시신으로 발견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웃에 사는 두셰이코와 '괴짜'로 불리는 남자는 자신의 집 바닥에 죽어있는 왕발 시신의 최초 목격자입니다. 둘은 왕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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