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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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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읽고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저명한 문학교수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 1899-1977)의 <나보코프 문학 강의 Lectures on Literature>입니다. 나보코프는 20세기 중반 발표한 그의 대표작 <롤리타 Lolita(1955)>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나보코프가 하버드, 스탠퍼드, 코넬 대학 등에서 강의한 내용을 엮은 것으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포함한 총 7편의 고전문학 강의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프란츠 카프카, 제임스 조이스, 제인 오스틴 등 대가의 작품을 다룬 그의 강의는 인기가 없을 수가 없었겠지요.   

 

제인 오스틴 <맨스필드 파크>

찰스 디킨스 <황폐한 집>

귀스타브 플로베르 <보바리 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프란츠 카프카 <변신>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제가 특히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 위주로 편식하며 읽습니다. 내 마음 가는 대로 읽었던 작품에 대해 나보코프 교수는 어떤 강의를 해줄지 기대되고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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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는 세세한 부분들을 알아차리고 귀여워해줘야 합니다. _「좋은 독자와 좋은 작가」 가운데

 

'귀여워해줘야..'라는 표현이 너무 좋네요. 제가 프란츠 카프카와 마르셀 프루스트를 읽을 때 '감히' 자주 느끼는 감정입니다.

 

나보코프 교수는 책 도입부의 「좋은 독자와 좋은 작가」에서 앞으로 진행될 문학 강연에 대해 소개합니다. 그는 먼저 자신의 강의에 '좋은 독자가 되는 법' 또는 '작가에게 상냥함을'이라는 부제목을 붙이고, 걸작을 '평'하지 않고 '애정'하며 다룰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술의 대가는 길도 없는 산길을 오릅니다. 바람 부는 정상에 섰을 때, 그 작가가 누굴 만날까요? 숨을 몰아쉬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독자입니다. 그들을 묶어준 책이 존재하는 한, 그들은 영원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_「좋은 독자와 좋은 작가」 가운데  

 

그러니까 나보코프 교수는 자신과 영원히 연결된 소중한 작가와 작품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자신의 오랜 친구를 독자들 역시 상냥하게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강의를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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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소설과 자서전, 독자로서 이 둘의 차이는 거의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을 읽다 보면 그 차이는 희미해지고 작가와 소설 속 주인공이 뒤섞여버리는 경험을 또 쉽게 합니다. 나보코프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강의에서 이 점을 특히 강조합니다. 

 

여러분이 단단히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자서전이 아니라는 것. (...) 이 작품을 다루는 데 있어서 작가의 삶은 전혀 중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다뤄야 할 이슈를 흐릿하게 만들어버릴 뿐입니다. _「마르셀 프루스트 강의」 가운데 

 

작가와 작품을 뒤섞지 말라는 경고인데 독자들이 또 쉽게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원인을 찾고 작품을 손쉽게 작가의 일생에서 해석해 내려는 게으름의 소치겠지요. 나보코프가 서문에서 언급한 좋은 독자의 조건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예술가의 열정과 과학자의 참을성이 전혀 없는 독자라면 위대한 문학을 즐기기 힘들 겁니다. _「좋은 독자와 좋은 작가」 가운데

 

산 정상에서 만나 얼싸안았던 작가들을 떠올리게 한 이 책 <나보코프 문학 강의>는 두고두고 읽을 인생책 목록에 올려둡니다. 좋은 독자로서의 자질을 기르는 데 시간을 들여야겠습니다. 


2024.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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