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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조르주 페렉의 「공간의 종류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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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페렉의 「공간의 종류들」을 읽고 


프랑스의 소설가 조르주 페렉(Georges Perec, 1936-1982)의 1974년 작품, <공간의 종류들 L'especes d'espaces>입니다. 조르주 페렉, 이탈로 칼비노, 레몽 크노 등 프랑스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 작가들의 책에 요즘 꽂혔습니다. 이탈로 칼비노는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외 두 작가는 최근에 팬이 됐습니다. 진지하고 무겁거나 교훈적이지 않고 가볍고 자유롭고 기발한 울리포 작가들의 글은 볼수록 매력적입니다. 

 

<공간의 종류들>은 페렉이 생전에 낸 유일한 산문집입니다. 프루스트가 '시간'에 대한 인식에 집중했다면 페렉은 이 작품에서 '공간' 인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공간의 종류들>에서 조르주 페렉은 어떤 뜻밖의 시선을 전해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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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공간에 대해 질문하는 것, 혹은 좀 더 단순히 말해 공간을 읽는 것이다. _「서문」 가운데

 

조르주 페렉은 서문에서 이 책 <공간의 종류들>을 '한 공간 사용자의 일기'라고 소개합니다. 어떤 공간이 그의 주의를 끌었으며 그것에 대한 조르주 페렉의 사유는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독자인 우리는 어떻게 공간을 인지하는지, 인지하고는 있는지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공간이란 실존에서 시간만큼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보는 법을 모른다. 거의 어리석을 정도로, 더 천천히 접근해야 한다. 흥미롭지 않은 것, 가장 분명한 것, 가장 평범한 것,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것을 적기 위해 노력하기. _「거리」 가운데

 

사소한 것, 일상적인 것, 매력적이지 않은 것, 보통의 것에 집중하고 그것들을 보통 이상의 특별함으로 페이지에 옮겨놓는 조르주 페렉의 글쓰기 재능이 <공간의 종류들>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보는 법을 모른다'라고 설명합니다.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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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시간보다 더 길들여진 듯, 혹은 덜 위험한 듯 보인다. 우리는 언제나 시간을 알고자 하지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는 결코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걸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_「공간」 가운데

 

조르주 페렉은 때때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ㅡ지형적 위치ㅡ 자문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파트 층수 같은 고도의 차이, 공간 안에서의 이동, 서로 간의 방향에 대해 상상해 보라고 권합니다. 그러면서 그가 솔선하여 자신의 주소를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조르주 페렉 / 아송시옹거리 18번지 / A 계단 / 4층 / 오른쪽 현관 집 / 파리16구 / 센주 / 프랑스 / 유럽 / 세계 / 우주 

 

어쩌면 공간에 대한 치밀한 사유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만큼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1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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