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실크 스타킹 한 켤레」를 읽고

728x90
반응형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실크 스타킹 한 켤레」를 읽고 


19세기에서 20세기로 전환되는 시기에 활동한 영미권 여성 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실크 스타킹 한 켤레 A Pair of Silk Stockings>입니다. 책에는 표제작의 저자인 케이트 쇼팽(Kate Chopin, 1850-1904) 등 열한 명의 작가가 쓴 열세 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습니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이 단편집은 2021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출간되었습니다.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시대적 흐름이던 19세기말, 여성의 삶에도 큰 변화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 시기에 활동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주목할 이유가 됩니다. 

 

728x90

 

표제작 <실크 스타킹 한 켤레>는 케이트 쇼팽이 1896년 발표한 단편소설로 1890년대 고급 백화점, 화려한 레스토랑, 극장 등이 즐비한 어느 대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서머스 부인은 뜻밖에 15달러라는 적지 않은 돈을 갖게 됩니다. 케이트 쇼팽은 거기서부터 벌어지는 서머스 부인의 내적인 갈등과 충동을 특유의 세밀한 필치로 그려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전'이 그러하듯 이 작품은 여러 갈래의 해석과 통찰을 독자에게 선사합니다. 

 

다 해진 낡은 돈지갑이 두둑해진 걸 보자 수년간 누리지 못했던 자존감이 솟아났다. _본문 가운데 

 

돈이 자존감이 되는 시대, <실크 스타킹 한 켤레>는 자본주의를 묘사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살까, 한참을 고민하던 서머스 부인은 빛나는 실크 스타킹을 만지게 되고, 그 감촉에 이끌려 그것을 사고 자신의 자유와 충동을 위해 15달러를 쓰기 시작합니다. 행동의 옳고 그름이나 일상의 무거운 책임은 잠시 밀어둡니다.  

 

방금 산 실크 스타킹으로 갈아 신었다. 그녀의 예리한 정신이 작동하지도 않았고, 사리를 따져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생각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잠시 그 고되고 피곤한 작용에서 벗어나, 그녀의 책임을 덜어주는 어떤 기계적인 충동에 몸을 맡겼다. _본문 가운데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이 말한 돈이 가진 '유사 전능성'을 서머스 부인은 온전히 누립니다. 그야말로 자. 본. 주의입니다. 

 

반응형

 

 

평소 즐겨 찾던 할인코너는 들르지 않습니다. 비싼 잡지 두 권을 사서 '손에' 들고, 치마를 살짝씩 들어 올려 빛나는 실크 스타킹을 과시합니다. 옷과 액세서리가 서머스 부인을 규정하고 자존심을 추어올립니다. 

 

새 스타킹과 부츠와 딱 맞는 장갑이 그녀의 태도를 기적처럼 바꿔놓았다. 그것들로 인해 그녀는 자신감이 생겼고, 잘 차려입은 사람들 무리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_본문 가운데 

 

레스토랑에서 과하지 않은 고급스러운 식사를 하고, 연극도 한 편 봅니다. 그리고, 이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작품의 초입에 서머스 부인이 했던 고민을 다시 돌아봅니다.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것이 그녀가 가장 고심한 문제였다. 괜히 성급하게 행동해서 나중에 후회할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작품입니다. 


2024.10.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