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고
아동문학의 고전,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1870)의 <올리버 트위스트 The Adventures of Oliver Twist>입니다. 약 200년 전인 1837년 출간된 작품으로 당시 19세기 영국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시대 일자리를 찾아 런던으로 몰려온 빈민들의 참혹한 실상, 적은 임금으로 어린아이들을 착취한 자본가들의 횡포, 소매치기와 강도 매춘의 온상에 고아들로 넘쳐나는 런던의 뒷골목, 찰스 디킨스는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이런 비참한 생활을 이 작품에 담았습니다.
<올리버 트위스트>는 출간 이후 꾸준히 영화, 연극, 뮤지컬로 각색되며 전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여리지만 정직하고 진실된 소년 올리버를 통해 권선징악, 행복한 결말이라는 아동문학의 모범이 되는 작품입니다.
올리버는 구빈원에서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습니다. 당시 구빈원 출신 고아들의 암울하고 끔찍한 삶이 올리버에게도 예견되어 있습니다.
비천하고 항상 배가 고픈 노동자가 되어 평생 주먹질을 하고, 늘 두들겨 맞으며 모든 사람에게 무시당함은 물론 누구에게도 동정받지 못하는 교구의 신세를 지는 아이 _1부 제1장 가운데
고아들이 자라는 보육원 역시 비리의 온상입니다. 늙은 원장이 이삼십 명의 고아를 돌보면서 정부로부터 한 아이당 일주일에 7.5펜스씩 받지만 아이들은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한 채 온종일 기아에 시달리며 바닥을 뒹굽니다. 빈민구제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입니다.
"원장님, 더 주세요." 뚱뚱하고 건강한 원장이 하얗게 질렸다. _1부 제2장 가운데
어느 날 올리버는 배고픔의 고통에 용기 내어 죽을 더 달라고 말합니다. '살이 찌고, 건강한' 원장은 고아가 감히 자신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에 격분에 1주일 넘게 올리버를 독방에 가두는 벌을 줍니다. 자본가는 살이 찌고 노동자는 굶어 죽는 당시 런던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올리버는 자연스럽게 나쁜 길로 빠지게 되고 도둑 무리의 꾐에 빠져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는 수난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스러운 주인공 올리버는 결코 선한 품성과 용기를 잃지 않습니다. 그런 올리버의 성품을 알아본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혹은 크고 작은 행운으로 올리버는 조금씩 바른 길로 돌아옵니다.
올리버가 점점 깊고 평온한 잠에 빠져들었다. 만일 이런 편안함이 죽음이라면 누가 고통과 번민으로 점철된 삶으로 돌아오고 싶겠는가! 현재의 걱정거리, 미래에 대한 불안함, 무엇보다 힘겨운 과거의 회상으로 말이다. _1부 제12장 가운데
시대적 격변기,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은 농촌 사람들이 도시에서 겪었을 고통스러운 삶을 <올리버 트위스트>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어려움은 언제나 여성, 아동,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가혹합니다.
좋은 집안에 입양된 올리버는 무사히 어른이 될테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갈 것입니다. 찰스 디킨스가 자신의 경험을 <올리버 트위스트>에 담아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듯이 말이죠.
2024.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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