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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조르주 페렉의 「보통 이하의 것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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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페렉의 「보통 이하의 것들」을 읽고


평소에는 존재하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평범한, 익숙한,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단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페렉(George Perec, 1936-1982)의 <보통 이하의 것들 L'infra-ordinaire>입니다.

 

조르주 페렉은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의 문인들과 교류하며 실험적 글쓰기를 시도해 온 작가인데 <보통 이하의 것들>에서도 결코 '보통 이하의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 적고 있습니다. 독특한 시선으로 보통을 논하는 책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해서ㅡ예컨대 공기나 물처럼ㅡ 존재조차 잊고 사는 것들은 사라지는 순간 비로소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조르주 페렉은 그런 것들에 말을 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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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 우리가 경험하는 것, 나머지인 것, 모든 나머지 것, 그것들은 어디에 있을까? 매일 일어나고 날마다 되돌아오는 것, 흔한 것, 일상적인 것, 뻔한 것, 평범한 것, 보통의 것, 보통-이하의 것, 잡음 같은 것, 익숙한 것, 어떻게 그것들을 설명하고, 어떻게 그것들에 대해 질문하며, 어떻게 그것들을 묘사할 수 있을까? _프롤로그 「무엇에 다가갈 것인가?」 가운데 

 

조르주 페렉은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집필 의도를 먼저 명확히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것, 익숙한 것들을 찾아내 묘사하고 그들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신문 1면에는 보통을 넘어선 것들, 예컨대 선로를 무탈하게 잘 달리는 기차가 아닌 선로를 이탈한 기차가 언급됩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페렉은 선로를 따라 매일 똑같이 달리는 보통의 기차에 집중합니다. 

 

 

익숙한 것에 대해 질문해 보자.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특이한 것을 발견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익숙한 것, 비특이적인 것들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그 시작지점을 찾는 것부터 난해한 일입니다. 

 

페렉은 어떤 식으로 <보통 이하의 것들>을 묘사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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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어느 카페에 붙은 조르주 페렉을 기념하는 간판이라는데 페렉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입니다. 파리에 가면 찾아가보고 싶네요. (Cafe de la Mairie, Pl. Saint-Sulpice)

 

책은 목차부터 흥미롭습니다. 

 

I. 보통 이하의 것들

: 빌랭거리 / 생생한 컬러 엽서 이백사십삼 장 / 보부르 주변 여행 / 런던 산책 / 지성소 / 천구백칠십사 년 한 해 동안 내가 먹어치운 유동식과 고형 음식들의 시험적 목록 / 스틸 라이프(Still life) 스타일 리프(Style leaf)

 

II. 나는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첫 번째 <보통 이하의 것들>은 조르주 페렉이 태어나 여섯 살까지 살았던 빌랭 거리입니다. 폴란드에서 이주해온 유대인이었던 페렉의 가족은 주로 가난한 노동자나 이주민들이 거주한 이곳 빌랭 거리에 자리를 잡습니다.

 

24번지(내가 살았던 집이다)에는 : 먼저, 1층에 (폐쇄된) 문이 있는 이층짜리 건물이 있다. 문 주위로 여전히 페인트 흔적이 남아 있고, 문 위에는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글씨가 보인다. 여성 전용 미용실 _「빌랭 거리」 가운데

 

어릴적 제가 살던 동네는 지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네요.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오래전 그 당시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 

 

페렉은 <보통 이하의 것들>에서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보통-이하'를 소개합니다. 잠시 제게 있는 '보통-이하'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그것들로 인해 저의 일상이 오늘도 무탈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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