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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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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붉은 인간의 최후 Secondhand Time」를 읽고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붉은 인간의 최후 Secondhand Time」를 읽고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ievich, 1948-)가 2013년 출간한 논픽션, 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데 큰 기여를 한 작품으로 20세기말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이후를 살아가는 러시아인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영문판 제목은 로 붕괴한 과거의 유산을 짊어진 채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체제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의 내적 갈등을 비유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특유의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 기법이 이 작품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공산주의 이념 아래 살아온 이들ㅡ붉은 인간ㅡ이 겪는 자본주의의 충격..
메릴린 로빈슨의 「길리아드 Gilead」를 읽고 메릴린 로빈슨의 「길리아드 Gilead」를 읽고미국의 소설가 마릴린 로빈슨(Marilynne Summers Robinson, 1943-)의 두 번째 소설, 2004년에 발표한 입니다. 이 책으로 마릴린 로빈슨은 2005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에는 타임지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도 선정되었습니다.  는 1950년대 미국 아이오와 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목사인 존 에임스가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남기는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삶과 신앙, 가족사와 미국의 역사를 잔잔한 서간체 문장으로 들려줍니다.   어젯밤에 내가 떠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더니, 넌 "어디요?"라고 물었어. 내가 "주 하나님과 함께 있으러"라고 말하니까, 넌 왜냐고 물었지. 내가 "늙었으니까"라고 대답하니..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의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No Visible Bruises」를 읽고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의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No Visible Bruises」를 읽고 "입법가들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 "내장을 뒤집어놓는다.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과 같은 추천사가 줄줄이 이어지는 책입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문학교수, 가정폭력 전문가인 레이철 루이스 스나이더(Rachel Louise Snyder)가 2019년 출간한 책 입니다. 표제에서 암시하듯 이 책은 가정폭력의 심각성,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조명하는 논픽션으로 출간 전부터 주목을 받았고 출간 직후에는 《뉴욕 타임스》,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유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는 순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히.. 충격적입니다.   의 도입부..
템플 그랜딘의 「나의 뇌는 특별하다 The Autistic Brain」를 읽고 템플 그랜딘의 「나의 뇌는 특별하다 The Autistic Brain」를 읽고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유명한 자폐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미국의 동물학자이자 작가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 1947-)의 저서 입니다. 템플 그랜딘은 2살 때 뇌에 장애가 있다고 진단받은 자폐성 장애아였으나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과 자신만의 특별한 인식체계 발전을 통해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게 됩니다. 성인이 된 이후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받습니다. 템플 그랜딘 자신이 비언어적 지능이 뛰어난 자폐성 장애 당사자로 살아온 경험을 통해 여러 저서를 출간했으며 동물의 세계관이나 감정을 잘 이해하는 특별한 재능으로 동물학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뇌 구조와 그들이 세상을 경..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 Normal People」을 읽고 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 Normal People」을 읽고아일랜드 작가 샐리 루니(Sally Rooney, 1991)의 두 번째 소설, 2018년에 출간된 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 직후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같은 해 맨 부커상 후보에 올랐으며  BBC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립니다.  은 청소년기에 만난 두 주인공, 메리앤과 코넬의 학창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성장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조금 더 넓게는 사회적 불평등과 청년층의 정체성 혼란, 관계에 관한 고정관념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코넬이 초인종을 누르자 메리앤이 문을 열어준다... 어. 안녕. 그가 인사를 건넨다. 들어와. (p.9) _첫 문장 코넬과 메리앤은 작은 마을에서 같은 고등학교에 ..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 Fingersmith」를 읽고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 Fingersmith」를 읽고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Sarah Waters, 1966-)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가장 성공적인 작품, 2002년 소설 입니다. 국내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의 원작 소설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로 등장인물들 간의 음모와 사랑, 속임수와 배신을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은 런던 빈민가에서 고아로 자란 소매치기 수 트린더(Sue Trinder)와 막대한 유산을 받을 부유한 상속녀 모드 릴리(Maud Lilly)라는 두 여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 시절, 내 이름은 수전 트린더였다. 나는 태어난 해는 알지만 태어난 날짜는 오랫동안 알지 못했기에 크리스마스를 생일로 삼았다. 나는 내가 고아라고 생각한..
마크 해던의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읽고 마크 해던의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읽고영국 작가 마크 해던(Mark Haddon, 1962-)의 2003년 소설 입니다. 이 작품은 열다섯 살의 자폐증 소년 크리스토퍼 존 프랜시스 부운을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액자소설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 화자가 크리스토퍼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크리스토퍼가 작품 속에서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도 합니다.   은 영국의 작은 마을 스윈던을 배경으로 합니다. 엄마가 2년 전 돌아가시고 크리스토퍼는 아버지와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수학과 물리에 뛰어나고 기억력이 월등하지만, 크리스토퍼는 자폐 장애가 있습니다.   지금은 밤 12시 7분. 개 한 마리가 시어즈 부인의 집 앞 잔디 한가운데 드러누워 있다. 눈은 감겨 있다... 잠자고 있는 ..
미셸 투르니에 & 에두아르 부바의 「뒷모습 Vues de dos」을 읽고 미셸 투르니에 & 에두아르 부바의 「뒷모습 Vues de dos」을 읽고누군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꾸미거나 감출 수 없는, 심지어는 존재의 이면을 드러내는 을 탐구한 사진 에세이집을 발견했습니다.  현대 프랑스 최고의 작가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 1924-2016)가 글을 쓰고 에두아르 부바(Edouard Boubat, 1923-1999)가 사진 작업을 한 입니다. 두 거장이 만들어 낸 에 관한 단상은 매혹적이기까지 합니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_「뒤쪽이 진실이다!」 가운데  우리는 얼굴 표정을 짓고 손짓과 발짓, 몸짓으로 자신을 표현합니다...
주제 사라마구의 「코끼리의 여행 A viagem do elefante」을 읽고 주제 사라마구의 「코끼리의 여행 A viagem do elefante」을 읽고199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 1922-2010)의 2008년 작품 입니다. 이 소설은 1551년 포르투갈 국왕이 오스트리아의 막시밀리안 대공에게 코끼리를 선물한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쓰였습니다. 제대로 된 운송수단도 없던 16세기 중반에 포르투갈에서 오스트리아까지 코끼리를 어떻게 수송했을까부터 의문인데...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코끼리의 '여행기'가 펼쳐질 듯합니다.    국사(國事)에서 부부의 침대, 그 침대가 교회나 국가의 승인을 받은 것이건 아니면 누구의 승인도 받지 못한 것이건, 어쨌든 부부의 침대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우..
조르조 바사니의 「성벽 안에서: 페라라의 다섯 이야기」를 읽고 조르조 바사니의 「성벽 안에서: 페라라의 다섯 이야기」를 읽고이탈리아의 소설가 조르조 바사니(Georgio Bassani, 1916-2000)의  소설집 입니다.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작품은 1956년 이탈리아 최고의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을 수상합니다. 출간 당시 제목은 로 조르조 바사니가 청년기를 보낸 이탈리아 북부 페라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섯 편 모두 특정한 사건이나 역사적 상황을 다루기보다는 나치 체제에서의 유대인 박해, 정치적 갈등과 학살이 벌어지는 시대의 이면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꾸려가는 일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에 수록된 단편 중 특히 「마치니 거리의 추모 명판」이 백미로 꼽힙니다.  나치 독일에 의해 1943년 가을 경 부헨발트로 추방된 이탈리아 페라라의 유대인ㅡ모두 ..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세 가지 이야기 Trois Contes」을 읽고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세 가지 이야기 Trois Contes」을 읽고19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1-1880)의 단편집 입니다. 이 책은 1877년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생전 발표한 마지막 작품이자 유일한 단편집으로 「순박한 마음」, 「구호성자 쥘리앵의 전설」, 「헤로디아」 세 작품이 수록돼 있습니다.  는 서로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문체 역시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비평가 장 프레보(Jean Prevost, 1901-1944)는 플로베르의 문체를 감히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경지의 것이라며 격찬하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수록된 「순박한 마음」은 19세기, 그러니까 플로베르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어..
브래디 미카코의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읽고 브래디 미카코의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읽고 영국에 거주하는 일본 작가 브래디 미카코(Brady Mikako, 1965-)의 소셜 에세이 입니다. 라는 직관적인 영문 표제를 쓰고 있는 이 책의 부제는 '차별과 다양성 사이의 아이들'로 저자의 중학생 아들의 영국 공립학교 생활을 다루고 있습니다. 는 아일랜드계 백인과 일본인 혼혈인 브래디 미카코의 아들이 겪는 영국 학교 생활을 통해 다문화와 다인종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합니다. 우리나라는 2024년 외국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서며 아시아 최초로 다인종 국가로 진입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듯합니다.    영국에서도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할 시기가 다가오면 수준이나 여건이 좋은 학교 근처로 ..
필리프 클로델의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 L'Archipel du chien」을 읽고 필리프 클로델의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 L'Archipel du chien」을 읽고프랑스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필리프 클로델(Philippe Claudel, 1962-)의 2018년 작품 입니다. 책 표지 이미지가 독특하다고 여겼는데 책을 다 읽고 다시 표지 그림을 보니 섬뜩합니다. 개의 형상을 한 구덩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여섯 사람.  소설 은 지중해의 작은 화산섬의 해변에서 세 흑인 청년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섬사람들은 시신을 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게 되는데 이유는 신원도 사인도 불명확한 '난민'들의 시신으로 인해 현재 섬에서 진행 중인 온천 사업에 차질을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은 정체불명의 화자에 의해 서술됩니다. 그는 ..
도로시 길먼의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The Elusive Mrs. Pollifax」을 읽고 도로시 길먼의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을 읽고영미권 최고 권위의 추리소설 상인 《에드거 상》 그랜드마스터를 수상한 미국 작가 도로시 길먼(Dorothy Edith Gilman, 1923-2012)의 입니다. 이 소설은 1966년부터 2000년까지 35년간 14권이 출간된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The Mrs. Polifax series)'의 세 번째 시리즈물로 1971년 작품입니다.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는 CIA의 최고령 스파이로 활동하는 60대 괴짜 에밀리 폴리팩스 부인(Mrs. Emily Polifax)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에서 폴리팩스 부인의 작전지역은 냉전 시기 감시가 삼엄한 공산국가 동유럽의 불가리아입니다.   새벽 2시, 부인은 막 성배라도 전달받은 사람처럼 황홀한 눈으..
타네하시 코츠의 「세상과 나 사이 Between The World and Me」를 읽고 타네하시 코츠의 「세상과 나 사이 Between The World and Me」를 읽고미국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접하다 보면 21세기에도 여전히 뿌리 깊은 인종주의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특히 단일 민족 국가로 오랜 기간의 역사를 지나온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괜찮은 답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타네하시 코츠(Ta-Nehisi Cooates, 1975-)의 에세이 입니다. 이 책의 부제는 '흑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표현 그대로 미국 사회를 살아가는 흑인의 정체성과 그들의 두려움, 불안에 대해 다음 세대인 아들에게 이야기해 주는 형식을 하고 있습니다.     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간체로 쓰였..
레몽 루셀의 「로쿠스 솔루스」를 읽고 레몽 루셀의 「로쿠스 솔루스」를 읽고프랑스의 음악가이자 소설가 레몽 루셀(Raymond Roussel, 1877-1933)의 장편소설 입니다. 레몽 루셀은 프랑스 잠재문학실험실 울리포(OuLiPo) 작가들의 책을 읽다 알게 됐는데 프랑스문학사에서 기기묘묘한 작품 이력으로 '광기'의 작가로 통한다고 합니다.  이 책 는 1913년 출간된 작품으로 어느 발명가의 거대한 정원을 배경으로 진기한 구경거리와 그에 얽힌 사연을 소재로하고 있습니다. 제목 는 '외딴곳'을 의미하는 라틴어로 소설 속 광대한 빌라 정원의 이름입니다. 이 소설은 소위 '상상력의 집합체'로 교훈이나 실용적 지식 같은 함의가 배제된 이야기 자체의 순수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인공 마르시알 캉트렐은 막대한 재산을 가진 44세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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