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을 읽고
20세기 환경학 분야의 고전으로 불리는 책입니다. 무분별한 살충제와 제초제 사용이 생태계 전반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다룬 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 1907-1964)의 <침묵의 봄 Silent Spring>입니다.
해양생물학자이자 생태주의자인 카슨은 1962년 출간한 이 책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환기시켰고 정부 환경정책의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세계적인 지구의 날(4월 22일) 제정에도 중요한 계기로 작용합니다.
모두가 개발에 열을 올리던 20세기 중반에 관련 업계의 거센 방해에도 불구하고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한다는 것은 큰 용기와 의지가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오늘날 환경이 이만큼이라도 지켜진 것에는 <침묵의 봄>의 역할이 상당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몇 마리의 새조차 다 죽어가는 듯 격하게 몸을 떨었고 날지도 못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p26)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들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는 디스토피아를 가정한 「1부 내일을 위한 우화」의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온 세상은 비탄에 잠기고 새로운 생명은 더 이상 탄생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저지른 행동의 결과물입니다.
카슨은 책의 도입부에서부터 강력하게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류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동안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게 되었다. 인류가 화학물질을 사용한 지 20여 년이 채 안 되는 동안 유기합성 살충제는 생물계와 무생물계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스며들고 있다. (p39)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특히 살충제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합니다. 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고 화학물질이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한 결과적으로 인간도 그것을 피할 길이 없다고 말합니다.
한쪽 접시에는 딱정벌레들이 갉아먹은 나뭇잎을 올려놓고, 다른 쪽 접시에는 유독성 살충제가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 몽둥이에 스러져간 새들의 잔해와 다양한 빛깔의 가련한 깃털들을 올려놓은 채 저울질한 사람은 누구인가? 벌레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결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p154)
20세기 중반 미국의 잘못된 환경 정책에 대해 날카롭게 비난하는 부분입니다. 일부 권한을 위임받은 이들이 함부로 내린 결정으로 생긴 무거운 책임은 결국 자연과 모든 인류가 나누어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유지해 온 철학을 바꿔야 하며 인간이 우월하다고 믿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또 자연이 인간보다 특정 생물체의 수를 조절하는 훨씬 더 경제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p290)
인간보다 자연생태계가 훨씬 지혜롭고 똑똑하다는 캐나다의 곤충학자 G.C.울리엣(G.C.Ullyett)의 말을 인용하며 자연에 대한 지금까지의 잘못된 태도를 바꿀 것을 제안합니다. 최근 기술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는 재야생화, 리와일딩(Rewild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도 자연 스스로의 회복력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겠지요.
"자연을 통제한다"는 말은 생물학과 철학의 네안데르탈 시대에 태어난 오만한 표현... (p325)
카슨은 자연이 결코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해충을 향해 겨눈 무기가 사실은 인류를 포함한 지구 전체를 향하고 있는 불행한 현실에 안타까워하며 <침묵의 봄>을 끝맺습니다.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의 출발점이 어디일까를 잠시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이 출간된지 6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여전히 과학이나 기술에 더 의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2025.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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