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읽고

728x90
반응형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읽고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1870)의 장편소설 <오래된 골동품 상점 The Old Curiosity Shop>입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소설이라는 평에 걸맞게 서정적이고 한편으로는 해피엔딩을 기대한 독자들에게 슬픔을 건네는 감상적인 작품입니다. 1840년 신생잡지에 연재하는 형식으로 집필을 시작해서 단행본은 이듬해 1841년에 발표합니다.

 

찰스 디킨스 하면 <크리스마스 캐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오래된 골동품 상점>에서도 역시 겨울 냄새가 납니다. 안락하고 따뜻한 겨울을 묘사하고 있지 않는데도 찰스 디킨스의 작품에서는 어딘가 포근한 겨울이 느껴집니다.   

 

728x90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찰스 디킨스가 아끼던 17세 처제의 죽음을 계기로 집필한, 그러니까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넬 역시 10대 중반의 어린 소녀입니다. 심지어 가난하고 여리고 순수해서 독자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이 책은 고아인 넬과 넬이 할아버지라 칭하는 노인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는 영국 런던에서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는데 가난을 면하기 힘든 나날들이 이어집니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노인이 아이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이제 곧 부자가 될 거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결국 그렇게 될거야. 이제 내게도 때가 오고 있단다." "가난해도 전 행복해요, 할아버지." 소녀가 말했다. "때가 올 거야. 암, 오고말고. 늦으면 늦을수록 더 좋은 법이지." _본문 가운데 넬과 할아버지의 대화

 

늦으면 늦을수록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할아버지의 바람은 모든 독자들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반응형

 

 

어째서 명확한 것들보다 불명확한 것들이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일까? 우리는 종종 너무나 사랑했던 친구를 뚜렷한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보내고 죽는 날까지 그것을 원통해한다. 도시가 아침 햇살로 반짝였다. 추악하고 의심스럽게 보이던 도시 곳곳이 이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_본문 가운데 

 

어린 나이에 죽은 처제를 향한 애통함을 담은 듯한 문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엔 다시 해가 뜨고 도시 곳곳에 밝음이 스며든다는, 살아남은 자들에게 변함없이 이어지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고 초라한 노인은 놀랍도록 그 장소와 잘 어울렸고, 오래된 교회나 무덤 혹은 허물어진 가옥에서 그가 직접 땅을 파헤쳐 이 허접스러운 골동품들을 끌어모았을 것만 같았다. 어떤 것도 그보다 낡거나 오래돼 보이지 않았다. _본문 가운데 

 

작품 속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비록 낡았지만 결코 버리거나 잊을 수 없는 누군가의 과거나 추억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이 연재되던 시기에 마지막호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넬의 행복을 바랐다고 합니다. 찰스 디킨스에게 넬이 소중한 주인공이었듯 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추천하듯 이 책은 우울하거나 마땅히 읽고 싶은 책이 없을 때ㅡ겨울이면 더 좋고ㅡ 읽기 좋은 책입니다. 750페이지의 두툼한 책이 겨울철 담요처럼 온기를 전해주는 듯합니다. 


2024.9.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