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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로 호세 셀라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을 읽고 카밀로 호세 셀라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을 읽고스페인 내전 직후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소재로 한 사회문학임과 동시에 살인마의 범죄 고백을 다룬 범죄심리 소설입니다. 1989년 스페인 소설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카밀로 호세 셀라(Camilo Jose Cela, 1916-2002)가 1942년 출간한 입니다. 이 작품은 저자의 데뷔작으로 당시 소재의 불온함과 표현의 잔인함으로 출판 금지 조치를 당하지만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둡니다. 이라는 표제에서 '부엔디아 가문'의 흥망성쇠를 다룬 콜롬비아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의 이 연상되는데 과연 한 개인의 일생에 있어 가족 공동체는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을까요. 피해자 겸..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소설과 소설가」를 읽고 오르한 파묵의 하버드대 강연록 「소설과 소설가」를 읽고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튀르키예 소설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 1952년생)의 하버드대 강연록 입니다. 2008년 가을 하버드대학교의 노턴 강좌에서 진행한 여섯 차례의 강연을 엮은 것으로 35년 간 소설가로 살아온 오르한 파묵의 문학가로서의 여정이 담겨있습니다. 세계적인 작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오르한 파묵은 어릴 적 화가 지망생이었는데 소설을 만나면서 홀로 작가의 꿈을 키우고,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며 인생을 배우고 마침내 소설가로서의 삶을 개척합니다. 여섯 번의 짧은 강연에서 자신의 문학론을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됩니다. 오르한 파묵의 팬으로서.   목차는 1부 「소설을 읽을 때 우리 머릿속에서 무슨 ..
하퍼 리(Harper Lee) 「파수꾼」을 읽고 하퍼 리(Harper Lee) 「파수꾼」을 읽고하퍼 리(Harper Lee, 1926-2016)의 베스트셀러 의 속편이자 '전작'인 2015년 장편소설 입니다.  일생동안 단 하나의 작품만 출간한 베스트셀러 작가 하퍼 리의 55년 만의 소설 은 신작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이 1960년 출간된 보다 3년 앞서 집필되었기 때문인데 당시 출판사의 제안과 작가의 의지로 출판하지 않기로 한 이 느닷없이 저자 사망 1년 전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작가의 출판 동의 여부 등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역시 출간 직후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됩니다.   가 1950년대 중반 미국을 배경으로 쓰여졌고 은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시점을 그리고 있습니다. 등장인물은 두 작품 모두 동일한데 주인공 진 루이즈 핀치는 에서..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을 읽고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을 읽고"어느 날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나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p9) 첫 문장에 반해서 고르는 책이 종종 있습니다. 이 책 역시 첫 문장부터 홀린 듯 읽어 내려갑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튀르키예의 소설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 1952)이 1994년 출간한 다섯 번째 소설 입니다. 무겁지 않고, 희망에 차 있고, 즐거운 서사를 다룬 작품처럼 보이지만 은 역설적이게도 상징으로 가득한 매우 철학적인 소설입니다. 믿고 보는 작가의 또 하나의 명작을 만났습니다.   의 주인공 오스만은 이스탄불의 평범한 공대생으로 어느 날 눈에 들어온 여학생 자난이 들고 다니던 책을 구해 읽고 그 책에 사로잡힙니다. 오스만에게는 이제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
코이케 류노스케 「2500년 동안 사랑받은, 초역 부처의 말」을 읽고 코이케 류노스케 「2500년 동안 사랑받은, 초역 부처의 말」을 읽고"나는 부처에게서 인생의 해답을 찾았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띠지에 적어놓은 솔깃한 책입니다. 참고로 쇼펜하우어는 동양 철학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승려 코이케 류노스케(Ryunosuke Koike)의 은 부처의 말을 현대어로 재해석한 것을 축약해서 실어놓고 있습니다. 덕분에 불교에 문외한인 사람도 어려운 불교의 가르침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책의 부제로 사용된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 행복이 곧 길이다'라는 문구부터 무척이나 심오합니다. 행복이 곧 길이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이 책에서 직접 선택한 190개의 어록을 다시 열두 개의 큰 주제로 분류해 엮어놓고 있습니다. 덧붙여 대부분의 어록이 ..
그렉 이건 「쿼런틴 Quarantine」을 읽고 그렉 이건(Greg Egan) 「쿼런틴 Quarantine」을 읽고이해는 안 되는데 재미있는 SF소설입니다. 이 책에 추천사를 쓴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한마디로 미친 책이다"라며 격찬을 쏟아냅니다. 바로 작품의 소재가 양자역학이기 때문인데 더 놀라운 건 33년 전인 1992년에 출간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하드 SF 르네상스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소설가 그렉 이건(Greg Egan, 1961)의 데뷔작 입니다. 작품 속 배경은 2060년으로 2034년 11월 15일 외계인들이 지구의 인류를 봉쇄하기 위해 지구를 거대한 막으로 에워싸는 사건이 일어난 '버블데이' 이후 30여 년이 흐른 시점입니다. 더 이상 지구에서는 태양계 너머의 별을 볼 수 없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별다른 재앙 없이..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 「필립과 다른 사람들」을 읽고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 「필립과 다른 사람들」을 읽고작가들의 첫 소설은 대체로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합니다. 그래서 어떤 '좋은' 작가를 알게 되면 그의 첫 작품을 찾아 읽게 됩니다. 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터봄(Cees Nooteboom, 1933.7.31.~)이 1955년 22살의 나이에 처음 발표한 소설 역시 작가의 삶이 반영된 작품입니다. 주인공 필립의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지는 소설은 10대 소년의 모험과 방랑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랑의 시작과 끝을 도와주는 인물로 범상치 않은 아웃사이더이자 필립의 삼촌인 안토닌 알렉산더가 있습니다.   안토닌 알렉산더 삼촌은 이상한 사람이었다. (p13)_첫 문장 필립이 10살 무렵 처음 만난 알렉산더 삼촌은 그때 이미 칠순 ..
브라이언 스윔 「우주는 푸른 용: 매혹적인 우주의 창조 이야기」를 읽고 브라이언 스윔 「우주는 푸른 용: 매혹적인 우주의 창조 이야기」를 읽고우주에 관한 책인 줄 알았는데 천주교 서적인 듯도 하고...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둘 다를 아우르는 '우주 신학'을 다룬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우주론을 가르치는 물리학자 브라이언 스윔(Brian Thomas Swimme, 1950)의 책 입니다. 책은 신학자인 토마스 베리 신부와 젊은 브라이언 스윔 박사가 우주 신학에 관해 하룻저녁에 나누는 짧은 대화로 구성됩니다. 지금까지 알던 우주와 신학의 범위를 뛰어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흥미롭습니다. 아마도 두 사람의 대화에 핵심이 이론이 되는 양자역학 때문이겠지요. 양자.   목차는 크게 1부 「하느님의 첫 계시, 우주」, 2부 「하느님의 창조물, ..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을 읽고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을 읽고20세기 환경학 분야의 고전으로 불리는 책입니다. 무분별한 살충제와 제초제 사용이 생태계 전반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다룬 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 1907-1964)의 입니다. 해양생물학자이자 생태주의자인 카슨은 1962년 출간한 이 책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환기시켰고 정부 환경정책의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세계적인 지구의 날(4월 22일) 제정에도 중요한 계기로 작용합니다. 모두가 개발에 열을 올리던 20세기 중반에 관련 업계의 거센 방해에도 불구하고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한다는 것은 큰 용기와 의지가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오늘날 환경이 이만큼이라도 지켜진 것에는 의 역할이 상당했음을 인정하지 ..
오정희 「중국인 거리 Chinatown」를 읽고 오정희 「중국인 거리 Chinatown」를 읽고책갈피에 꽂힌 엽서를 보니 2017년 1월에 선물 받은 책입니다. 분량이 많지 않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 읽고 인상적인 문체에 반해 작가가 누군지 검색해 봤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작가인 오정희(1947년생)의 1979년 단편 입니다. 작가 본인의 유년기 경험을 기초로 한 자전적 소설로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후반 인천 연안부두 인근의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인 거리라고 불리는 동네에, 바로 그들과 인접해 살고 있으면서도 그들 중국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아이들뿐이었다. 어른들은 무관심하게, 그러나 경멸하는 어조로 '뙈놈들'이라고 말했다. (p44)  는 당시 가난한 피난민들이 모여든 거칠고 어두컴..
조남주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선물 받은 지 꽤 오래된 책인데 책장에 꽂아둔 채 잊어버렸습니다.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읽을 시기가 된 듯합니다.  전문 방송작가이자 소설가인 조남주 작가가 2016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입니다. 마치 읽었다는 착각이 들만큼 유명한 소설인데 곳곳에서 보이던 홍보문구 덕분이겠지요. 이 책의 주인공은 표제 그대로 한국에서 나고 자란 1982년생 김지영 씨입니다. 남아선호사상이 여전하던 1982년, 그리고 그 당시 흔하디 흔한 이름인 '지영'을 소설의 제목으로 사용한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태어나서 학교에 들어가고, 대학 졸업한 후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되고, 육아하고, 시댁과 갈등하고... 이렇게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그 ..
나종호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을 읽고 예일대 정신과 교수 나종호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을 읽고'낙인과 혐오를 넘어 이해와 공존으로'라는 부제로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나종호 교수의 에는 저자가 미국 뉴욕대학교 레지던트를 거쳐 예일대학교에서 정신과 전임의를 하는 동안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책은 21세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고 이웃들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만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은 나에게 새로운 '책'과 같았다. _서문 가운데 나종호 교수는 서문에서 자신이 만난 소중한 '책'과 같은 환자들을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이피게니에 & 스텔라」를 읽고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이피게니에 & 스텔라」를 읽고18-19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작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의 희곡집 입니다. 이 희곡집에는 표제작 「스텔라」,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 두 편을 포함해 「연인의 변덕」, 「피장파장」, 「에피메니테스」까지 전체 다섯 편의 희곡이 수록돼 있습니다. 다섯 편의 희곡은 풍자와 비극 등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괴테 문학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이 가운데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 Iphigenie auf Tauris」는 독일 고전주의 희곡의 백미로 꼽힙니다.  주인공 이피게니에는 트로이 전쟁 영웅 아가멤논의 딸로 여신 아르테미스의 신전 제..
장가브리엘 코스 「색연필 Les crayons de couleur」를 읽고 장가브리엘 코스 「색연필 Les crayons de couleur」를 읽고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이 사라지고 무채색만 남은 세상은 어떨까요. 단지 색깔만 사라졌을 뿐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상이 가능할까요.  프랑스의 색채 전문가 장가브리엘 코스(Jean-Gabriel Causse, 1969)의 장편소설 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색채를 다루는 일을 하는 저자가 쓴 색에 관한 이야기는 동화처럼 흥미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흑백영화처럼 변해버린 도시에서 사라진 것은 단순히 색깔뿐일까요.  무채색을 세련된 것이라 여기는 유럽의 여느 도시들과 온통 컬러풀한 중남미의 도시들을 떠올려봅니다. 색깔은 도시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성격에까지 분명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목경찬 「연기법으로 읽는 불교」를 읽고 불교대학 교수 목경찬 「연기법으로 읽는 불교」를 읽고불교나 동양철학, 더 구체적으로는 한국학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정작 동양인이고 한국인인 제가 이들 학문에 전혀 문외한이라 기초적인 지식이라도 배워보려고 고른 책입니다.  불교대학 목경찬 교수의 입니다. 제목 옆에 작은 글씨로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음 작용 간의 관계성을 밝힌 연기법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새롭게 풀이한 십이연기, 삼법인, 오온, 십이처, 십팔계 및 업과 윤회의 참뜻'. 부제에서부터 낯선 용어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십이연기, 삼법인, 오온, 십이처, 십팔계, 업, 윤회... 알파벳보다 한자가, 서양철학보다 동양철학이 더 멀고 어렵게 느껴지네요.      개인적으로는 에서 기본적인 용어 몇 가지만 제대로..
마일리스 드 케랑갈 「닿을 수 있는 세상」을 읽고 마일리스 드 케랑갈 「닿을 수 있는 세상」을 읽고예술가는 어떻게 삶을 꾸리고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성해 나갈까요.  프랑스 소설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Maylis de Kerangal, 1967)의 2018년 작품 에서는 거의 실제와 가깝게 대상을 묘사해 내는 '트롱프뢰유(Trompe L'oeil)' 기법을 배우는 어느 20대 예술가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진정한 예술이란?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란? 그리고 젊은 예술가의 일과 사랑을 통해 마일리스 드 케랑갈은 이들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겠는지 묻고 있습니다. 독자로서는 속 인물들을 보며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지점을 향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천천히 대리석 판들 쪽으로 다가가고 바라보고 손바닥을 펴서 대어 본다. 돌의 차가움 대신 색칠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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