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273) 썸네일형 리스트형 카르스텐 두세의 「명상 살인: 죽여야 사는 변호사」를 읽고ㅣ장편소설 독일 변호사이자 작가인 카르스텐 두세(Karsten Dusse, 1973)의 데뷔작 , 부제는 '죽여야 사는 변호사'입니다. 2019년 발표한 소설로 출간 직후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소 자극적인 표제라 몇 차례 그냥 지나치다가 첫 문장에서 뭔가 심상찮은 느낌이 들어 읽어봅니다.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결코 난폭한 사람이 아니다. (p9) 이 첫 문장에서 주인공은 가벼운 심리적 문제를 가졌거나 혹은 치료 불가능할 만큼 중증의 정신 질환자가 아닐까 상상해 보게 됩니다. 이어지는 문장에서 자신이 42세에 첫 살인을 했으며 이후 6건이 추가되었다고, 그러나 이것은 자신의 업무환경에 비춰보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태연히 서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 주인공은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오규원 시집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를 읽고ㅣ시집 시인 오규원(1941-2007)의 만년기 작품 54편을 모아 엮은 시집 입니다. 2005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오규원 시인의 '날(生) 이미지 시'라는 본인의 시론으로 오롯이 형상화한 시편들이 담겨있습니다. '날(生) 이미지 시'라는 것은 나(주체) 중심의 관점을 벗어나 낱낱의 물물(物物)의 관점에서 그저 서로를 바라본다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시인에 의해 다듬어진 시가 아니라 세상 만물이 날것 그대로 살아 있는 이미지로서 그 자체로 시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붉은 양철 지붕의 반쯤 빠진 못과 반쯤 빠질 작정을 하고 있는 못 사이 이미 벌겋게 녹슨 자리와 벌써 벌겋게 녹슬 준비를 하고 있는 자리 사이 퍼질러진 새똥과 뭉개진 새똥 사이 아침부터 지금까지 또닥 또닥 소리를 내고 있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수많은 운명의 집」을 읽고ㅣ여행기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의 여행기를 엮은 입니다. 빈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 재능을 보였으며 대학에서 철학과 문예학을 공부한 슈테판 츠바이크는 1920-1930년대 유럽 최고의 작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1934년 나치 집권 후 고향 오스트리아를 떠나 런던과 미국을 거쳐 브라질로 망명하게 되고 그곳에서 유럽의 멸망을 지켜보며 절망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은 여행을 즐겼던 츠바이크의 여행기 일부를 연도순으로 발췌해 편역 한 것으로 이제 거의 100년도 더 된 그의 여행기는 전 세계의 역사이자 츠바이크 개인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팬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셸 투르니에 「짧은 글 긴 침묵 Petites proses」을 읽고ㅣ산문집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된 20세기 프랑스 문단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Michel Tournier, 1924-2016)의 산문집 입니다. 미셸 투르니에는 '로빈슨 크루소'를 재해석한 데뷔작 으로 주목을 받고 이후 1970년 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 입지를 굳힙니다. 문학적인 성공을 거둔 후 1972년부터 미셸 투르니에는 파리 근교 슈아젤의 사제관에서 은둔하며 집필에 전념합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신화, 종교, 철학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독자들로 하여금 게으를 틈 없는 사색을 요구하는 작가입니다. 선입견인지 사진 속 미셀 투르니에의 얼굴에 천주교 사제와 같은 느낌이 묻어납니다. 에는 여덟 개의 큰 주제에 관한 짧은 단상들이 여러 편 수록돼 있습니다. 그 아무.. 존 케네디 툴 「바보들의 결탁」을 읽고ㅣ장편소설, 퓰리처상 수상작 1980년 출간되어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존 케네디 툴(John Kennedy Toole, 1937-1969)의 장편소설 입니다. 저자의 생몰연대를 보면 이 작품이 존 케네디 툴 사후 10년도 더 지난 시점에 출간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툴은 생전에 이 책을 출간하려 했으나 거절당하고 우울증과 좌절감에 시달리다 32세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이후 어머니의 노력으로 1980년에 마침내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은 결국 존 케네디 툴의 대표작이자 유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록색 사냥모자가 살덩어리 풍선 같은 머리통 윗부분을 쥐어짜듯 꾹 덮고 있었다... 북슬북슬한 검은 콧수염 밑으로는 두툼한 입술이 일자로 앙다문 채 툭 불거져 있었고, (p15) 은 1960년대 초 미국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 J.D.샐린저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를 읽고ㅣ아홉가지 이야기 中 으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 1919-2010)의 대표 단편소설집 입니다. 1953년에 출간된 이 작품집은 J.D. 샐린저가 1940년부터 1965년까지 쓴 서른다섯 편의 중단편 가운데 아홉 편을 모아 엮었습니다. 수록된 작품은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 「코네티컷의 비칠비칠 아저씨」, 「에스키모와의 전쟁 직전」, 「웃는 남자」, 「작은 보트에서」,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 「예쁜 입과 초록빛 나의 눈동자」, 「드 도미에 스미스의 청색 시대」, 「테디」까지 9편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를 꼽고 싶습니다.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는 1950.. J.D. 샐린저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을 읽고ㅣ아홉가지 이야기 中 으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Jerome David Salinger, 1919-2010)의 대표 단편소설집 입니다. 1953년에 출간된 이 작품집은 J.D. 샐린저가 1940년부터 1965년까지 쓴 서른다섯 편의 중단편 가운데 아홉 편을 모아 엮었습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수록된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은 전세계에 마니아층을 양산할 만큼 여운이 크게 남 작품입니다. 1948년 《뉴요커》에 발표한 이 단편은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후속 작품들의 근원이 됩니다. "아뇨, 그냥 그 사람이 그 책에 대해서 묻더라구요. 내가 그 책을 읽었는지 알고 싶어 했어요." (...) "무섭구나. 무서워. 사실 그건 슬픈 일이야. 네 아버지가 지난밤에 말하길..." (p18) 「.. 줌파 라히리의 「내가 있는 곳」을 읽고 독특한 형식의 소설입니다. 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 1967년생)의 입니다. 2018년에 발표한 소설로 마흔여섯 개의 짧은 이야기들을 옴니버스식으로 엮어내고 있습니다. 소설은 주인공 그녀에 관해서는 이름도, 사는 장소도, 직업도 말하지 않습니다. 이라는 표제를 따라 그녀가 존재하는 46개의 공간들만이 무심히 펼쳐질 뿐입니다. 그녀가 머물고 그녀가 지나치는 모든 장소를 조용히 따라가며 함께 사색할 수 있게 하는 소설입니다. 그는 마흔네 살에 목숨을 잃었다. 바로 여기 이 보도, 잡초가 돋아난 담벼락 옆에서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 묘비가 담벼락 밑 행인이 지나는 발치에 있는 거라고 상상해 본다. (p15) _'보도에서' 가운데 주인공은 굽어진 오.. 조르조 바사니의 「금테 안경」을 읽고 페라라 연작 소설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작가 조르조 바사니(Georgio Bassani, 1916-2000)의 1958년 작 입니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볼로냐 대학에서 수학한 조르조 바사니는 유년시절을 페라라에서 보냈습니다. 또한 페라라의 한 일간지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반파시즘 운동으로 체포되어 페라라 감옥에 수감되었으며 사망 후 유해는 페라라의 유대인 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 페라라는 조르조 바사니를 품은 도시입니다. , , , 등으로 이어지는 페라라 연작 소설은 이탈리아 파시즘 치하를 살아가는 민중의 혼란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간이 기억을 흐리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페라라에서 파디가티 선생님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p7) 이라는 표제.. 에스페란토(Esperanto) 알아보기ㅣ국제적 인공어 ◆ 에스페란토(Esperanto) 에스페란토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국제어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인공어입니다. 언어적 장벽을 줄이고 세계 평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국제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배우기 쉽고 중립적인 언어로 만들어졌습니다. 자연발생적 언어가 아닌 에스페란토는 언어가 규칙적이며 예외가 거의 없습니다. ◆ 창시자 에스페란토는 폴란드의 안과의사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Lejzer Ludwik Zamenhof, 1859-1917) 박사가 창시한 언어로 1887년 'Lingvo Internacia(국제어)'라는 책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 문자와 어휘의 특징 에스페란토는 로마자 알파벳 28자를 사용합니다. 어휘는 대체로 라틴어,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등 유럽어에서 차용했습.. 정현종 시집 「그림자에 불타다」를 읽고 아직은 시가 가슴 깊이 와닿지 않아 가끔 좋은 시인의 시집을 제 수준 가늠 차원에서 읽어보곤 합니다. 인생의 연륜과 문학적 감수성이 어느 정도 채워져야 시가 좋아질까요. 이번에 고른 시집은 정현종(1939년생) 시인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2015년에 발표한 시집 입니다. 2009년 출간된 이라는 시선집으로 정현종 시인을 처음 알게 됐는데 직접 그린 삽화와 손글씨에 반했던 기억이 납니다. 에는 58편의 최근작들이 수록돼 있는데 일흔이 넘은 시인의 깊이를 절반이라도 읽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여행을 가면 / 가는 곳마다 거기서 / 나는 사라졌느니, / 얼마나 많은 나는 / 여행지에서 사라졌느냐. / 거기 / 풍경의 마약 / 집들과 골목의 마약 / 다른 하늘의 마약 / 그 낯선 시간과 공간 / ..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계단 위의 여자」를 읽고 로 잘 알려진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Bernhard Schlink, 1944)의 2014년 작품 입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그림 를 모티브로 쓰였는데 구글링 해보면 소설 속에서 묘사하고 있는 그림 「계단 위의 여자」와 동일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림에 묘한 분위기가 있네요. 의 주인공은 법률회사의 시니어 대표 변호사로 탄탄한 성공가도를 걸어온 인물입니다. 40여년 전 초임 변호사 시절 「계단 위의 여자」라는 그림에 얽힌 사건을 맡으며 한 여자를 알게 됩니다. 바로 그림 속 여인이자 주인공이 사랑하게 된 이레네입니다. 이레네는 부유한 기업가인 군트라흐의 전 부인으로 그림은 화가 카를 슈빈트가 그렸습니다. 이 두 남자 사이에 이레네와.. 화과자 만들기ㅣ원데이클래스 먹기만 하던 화과자를 만들어봤네요. 원데이클래스에 다녀왔는데 역시 내 손으로 뭔가 만든다는 건 즐겁습니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내가 만들었으니 제일 예쁘고 맛있다는 게 결론입니다. 직접 앙금을 만들고 떡을 찌는 게 아니라 준비해 주는 키트에 들어있는 재료로 조색하고 조형하는 과정만 진행하는 거라 클레이 놀이와 비슷합니다. 세 종류의 화과자를 총 9개 만드는 과정입니다. ■ 1단계 속앙금 / 겉앙금(떡)을 각각 비슷한 크기로 9등분합니다. 겉앙금(떡)은 식용색소를 묻혀 조색하는데 이때 색소를 아주 조금만 찍는 게 포인트입니다. 저는 나름 조금만 찍었는데 색이 너무 진하게 나왔네요. 앙금에 먼지가 앉을 수 있고 떡이 마를 수 있으니 작업 중에는 속앙금과 겉앙금(떡)을 비닐로 꼭 덮어둡니다. ■ 2.. 한강 작가 「작별」을 읽고ㅣ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018년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과 후보작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수상작인 한강 작가의 이 표제로 사용되었고 여섯 편의 수상 후보작도 함께 수록돼 있습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도서관에 한강 작가의 작품을 따로 모아 별도의 서가를 만들어 놓았는데 대출 중인 책들이 많아 겨우 이 책 한 권을 손에 쥐었습니다. 은 어느 날 갑자기 눈사람으로 변해버린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도입부가 마치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벌레로 변한 자신을 발견한 한 남자를 그린 프란츠 카프카의 을 연상하게 합니다. 난처한 일이 그녀에게 생겼다. 벤치에 앉아 깜빡 잠들었다가 깨어났는데, 그녀의 몸이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p13) '난처한'이라는 형용사가 의 첫 단어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 김영하 작가의 「말하다」를 읽고ㅣ인사이트 3부작 산문집 김영하 작가의 인사이트 3부작 산문집 가운데 입니다. 언어를 사용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말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특히 김영하 작가의 팬이라면 더 그렇겠죠. (저요!) 어떻게 하면 실행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 '앞으로 10년밖에 못 산다면 뭘 할까?' 그러면 인생의 우선순위가 명쾌하게 정리되죠. (p45) 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실행력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10년밖에 못 산다면? 5년? 혹은 2년이나 1년밖에 살 날이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 극단적으로는 오늘 저녁에 죽는다면, 이라는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이보다 유용하고 잔인한(!) 질문은 없어 보입니.. 탄허 스님 법문집 「선학 강설」을 읽고 우리나라 정신문화의 큰 별이라 불리는 탄허 스님(呑虛, 1913-1983)의 법문을 정리한 입니다. 탄허 스님은 20세기 중반에 이미 한국의 21세기 이후를 내다본 미래학의 선지자이기도 합니다. 을 읽다 보면 명쾌한 지식과 지혜를 전수하는 경전임과 동시에 후학들에 대한 애정이 담긴 서신과도 같은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책으로나마 탄허 스님의 법문을 접할 수 있어 반갑습니다. 은 대부분의 불교 법문이 그렇듯 한자가 많지만 해설이 쉽게 되어 있어 불교에 문외한인 일반인이 교양서로 읽기에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왜, 이 책, 재미있지요? 탄허 스님의 교훈적이지만 위트있는 말투까지 그대로 수록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직접 스님 앞에 앉아서 듣는 기분이네요. 목차부터 살펴보.. 이전 1 2 3 4 5 ··· 143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