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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김영하 작가의 「말하다」를 읽고ㅣ인사이트 3부작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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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의 인사이트 3부작 산문집 가운데 <말하다>입니다. 언어를 사용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말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특히 김영하 작가의 팬이라면 더 그렇겠죠. (저요!)

 

 

어떻게 하면 실행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 '앞으로 10년밖에 못 산다면 뭘 할까?' 그러면 인생의 우선순위가 명쾌하게 정리되죠. (p45)

 

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실행력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10년밖에 못 산다면? 5년? 혹은 2년이나 1년밖에 살 날이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 극단적으로는 오늘 저녁에 죽는다면, 이라는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이보다 유용하고 잔인한(!) 질문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난 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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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특이하잖아요. 조용하게, 고요하게 앉아 있는 걸 보면 인간을 좀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인간은 뭔가를 계속하잖아요. 부스럭부스럭. 고양이와 살다보니 내가 참 수선스럽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보다 먼저 죽고, 작고 힘이 없는데도 훨씬 우아한 동물이죠. 그런 게 나를 돌아보게 해요. (p47)

 

같은 고양이 집사로서 공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반려동물의 존재가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고해 준다고 말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인간이 얼마나 아름답지 못하냐에 대해 성찰하게 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를 관찰하는 제 고양이의 시선과 가끔 마주칠 때 뭔가 몸가짐을 가다듬게 된다고나 할까요. 

 

 

책을 고를 때, 네 가지 기준으로 선택합니다. 첫째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둘째는 꼼꼼하고 믿음직스럽고 우아한 편집을 제공하는 출판사, 셋재로 번역서의 경우 신뢰하는 번역자의 책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처음 접하는 저자의 책일 경우는 작가의 관상을 눈여겨봅니다. (p81)

 

가끔 방송에 나오는 김영하 작가를 보면 잔잔하고 고급스러운 위트를 가진 분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책을 고르는 기준 가운데 처음 접하는 저자의 경우 관상을 눈여겨보고 결정한다는 말이 살짝 유머러스하게 들리지만 가장 정확한 기준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사한 의견으로 저자의 사진을 책 표지에 떠억하니 앉힌 책은 믿고 거른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한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압제자들은 글을 쓰는 사람을 두려워했습니다. 글쓰기는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우리를 해방시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 자신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몰랐던 것들, 외면했던 것들을 직면하게 됩니다.  (p57) 

 

소설이라는 것은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거죠.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이유는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 과정을 통해서 직설적으로는 말할 수 없었던 굉장히 깊은 게 나와야 돼요. 자기 안의 진짜 충동에서 발원한 게... (p188)

 

글을 쓰는 것, 특히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김영하 작가의 성찰이 산문집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재해석한 카멜 다우드의 <뫼르소, 살인 사건>에서 '적자생존ㅡ적는 자가 이긴다'을 확인시켜 주듯 글쓰기는 분명 어떠한 힘과 맥이 닿아있습니다.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우리를 해방시키는 힘 이겠지요.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떤 기술의 문제도 아니고, 기법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순간에 인간이 고요하게 자기 서재, 아무도 침입해오지 않는 고요한 공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고 정직하게 쓴 글에는 늘 힘이 있고 매력이 있어요. (p121)

 

독자를 고려한 글이 아니라 작가 자신에게 정직한 글이 가장 힘 있고 매력적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조용히 앉아 매일을 기록하는 일기가 떠오르네요. 시간이 지나 일기를 다시 읽어보면 내가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동적일 때가 있죠.   


2025.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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