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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보다ㅣ김영하, 인사이트 3부작 산문집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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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보다ㅣ김영하, 인사이트 3부작 산문집 (문학동네)


주일 아침은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깹니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몸에 익은 습관인데 아마도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 작용이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6시에 일어나 청소하고 아침을 먹고 오디오북을 검색합니다. 김영하 작가님 책을 읽고 싶은데 오디오북에는 없네요. 전자책을 찾아 읽습니다. 산문집 <보다>입니다. 소설책도 좋지만 수필이나 산문은 작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어 저처럼 통찰이 약한 독자에겐 꽤 유익합니다. 


3시간 동안 꼼짝 않고 앉아 다 읽었습니다. 평소 막연하게 품고 있던 생각이나 염려를 김영하 작가의 섬세한 글로 만납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사유가 깊다는 것이라는걸 다시 깨닫게 됩니다. <보다>는 평온한 주일 아침에 읽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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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는데 이 책을 집필할 당시 김영하 작가는 부산 해운대에 살고 계셨네요. 해운대는 제 홈타운이고 현재도 가족이 살고 있어 뭔가 더 친숙한 느낌입니다. 책 내용 중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아내는 부산행을 강력하게 반대했었다.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세상에는 많다." 그 많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저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는 동안 거처, 직장, 직업, 친구들까지, 많은 것들로부터 떠나오는 삶을 살고 있는 저로서는 공교롭게도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타고난 보헤미안 기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과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통찰도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3부의 소제목인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안타깝게도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진심 역시 잘 설계된 우회로를 통해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그게 이 세상에 아직도 이야기가, 그리고 작가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이야기의 해석 가능성을 다갈래로 열어두면서도 묘한 설득력을 가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예로 들며 이런 인사이트를 내놓습니다.

 

 

에필로그에서 김영하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뭔가를 '본다'라고 믿지만 우리가 봤다고 믿는 그 무언가는 홍수에 떠내려오는 장롱 문짝처럼 빠르게 흘러가버리고 우리 정신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책상 앞에 앉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생각의 가장 훌륭한 도구는 그 생각을 적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생각입니다. 김영하 작가의 인사이트 3부작으로 <보다>, <읽다>, <말하다>가 세트로 언급되는데 <읽다>와 <말하다>도 곧 읽어보겠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2022.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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