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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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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빨강머리 여인」을 읽고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빨강머리 여인 The Red Haired Woman」을 읽고 , 으로 잘 알려진 튀르키예의 작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 1952)의 소설 입니다. 오르한 파묵은 2006년 튀르키예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2014년 , 2016년 등 출간하는 모든 작품이 판매 기록을 경신하며 노벨상 '이후' 역작을 저술한 희귀한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의 첫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야기할 사건이 있은 후 지질학 엔지니어 겸 건축업자가 되었다. 책을 다 읽고난 후 첫 문장을 다시 읽었을 때의 그 감동이란. 죽음의 순간에 내 인생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기분이 이럴까요, 너무 갔나요, 훗. 의 주인공 젬은 ..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의 「도덕적 혼란」을 읽고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의 「도덕적 혼란 Moral Disorder」을 읽고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는 데 일생을 들인 캐나다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 1939)의 연작 단편소설 입니다. 제각각 다른 열한 편의 단편으로 유년에서 노년에 걸친 여성의 삶을 관통하듯 엮어내고 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뿐만 아니라 20세기 초중반을 살아낸 여성 작가들에게 '여성'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간절한 주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1940)가 여성의 삶에 천착한 것 역시 같은 배경일지 모르겠습니다. 표제작인 에서는 아내가 있는 남자와 살림을 차린 서른 네살의 소위 '상간녀' 넬이 주인공입니다. 남자는 이혼을 진행중이지만 그 ..
J.D.밴스(James Donald Vance)의 「힐빌리의 노래」를 읽고 J.D.밴스(James Donald Vance)의 「힐빌리의 노래 Hillbilly Elegy」를 읽고 '힐빌리(Hillbilly)'는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백인 하층민을 일컫는 말입니다. 햇볕에 그을려 목이 빨갛다는 의미로 교육 수준이 낮고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미국의 시골 백인을 가리키는 모욕적인 표현인 '레드넥(Red-neck)'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책 는 '힐빌리' 출신 변호사이자 정치인으로 자수성가한 J.D.밴스(James Donald Vance, 1984)가 자신의 지난 인생을 담은 회고록입니다. 감동적인 성공담이라기보다는 문화와 교육면에서 소외되고 무너진 가족환경 속에서 일찌감치 미래를 포기해 버리는 '힐빌리'를 조명하며 빈곤층이 성공할 수 있는 방안, 정책적 지..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의 「힘겨운 사랑」을 읽고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의 「힘겨운 사랑 Gli Amori Difficili」을 읽고 사랑의 어려움, 관계의 어려움을 극도로 섬세한 필체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탈리아의 언론인이자 작가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의 단편집 입니다. 이 책의 1부 '힘겨운 사랑'에는 열세 편의 단편이, 2부 '힘겨운 삶'에는 두 편의 단편이 포함돼 있는데 대부분 1949년에서 1958년 사이에 쓰였습니다. 1950년대 이탈로 칼비노는 같이 동화적 환상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을 썼지만 처럼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작품들도 집필했습니다. 두 스타일 모두 흥미롭지만 역시 후자의 경우가 익숙해서 읽기엔 수월합니다. 1부 '힘겨운 사랑'은 모험이라는 동일한 주제 아래 군인, 도둑, ..
디노 부차티(Dino Buzzati)의 「60개의 이야기」를 읽고 디노 부차티(Dino Buzzati)의 「60개의 이야기 Sessanta Racconti」를 읽고 이탈리아 환상문학의 거장 디노 부차티(Dino Buzzati, 1906-1972)의 소설집 입니다. 수록된 단편 60편 모두 어딘가 신비롭고 여운이 남는 이야기로 '어? 이런 작가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습니다. 는 1958년 발표한 작품집인데 당시 단편으로는 이례적으로 이탈리아 최고의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서 절정에 오릅니다. 스스로를 "기자와 작가를 취미로 하는 화가"라고 소개하는 디노 부차티는 평생 기자로 살며 시, 소설, 희곡을 쓰고 화가, 만화가, 무대디자이너로도 활동한 다재다능한 인물입니다. 수록된 60편의 단편 가운데 특히 잔상이 남는 작품으로 「21. 무..
도메니코 스타르노네(Domenico Starnone)의 「끈」을 읽고 도메니코 스타르노네(Domenico Starnone)의 「끈 LACCI」을 읽고 운명이라는 끈에 묶인 가혹하고도 서글픈 가족사를 다룬 소설입니다. 이탈리아 작가 도메니코 스타르노네(Domenico Starnone, 1943)의 장편 은 색다른 구성으로 허를 찌르는 결말까지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제1권은 서간체 형식으로 바람난 남편에게 보낸 아내의 장문의 편지를 옮겨놓고 있습니다. 제2권은 다시 가족품으로 돌아온 남편의 시점에서 바라본 서사, 대망의 제3권은 부부의 두 자녀가 주인공이 되어 마치 부모에게 복수하듯 불행이 대를 잇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실수하고 용서하는 것으로 끝이나는 게 아니라 숙명으로 묶인 끈처럼 불행이 가족의 대를 이어 내려가는 잔혹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 의 첫 문장입니..
캐럴라인 냅(Caroline Knapp)의 「명랑한 은둔자」를 읽고 캐럴라인 냅(Caroline Knapp)의 「명랑한 은둔자 The Merry Recluse」를 읽고 스스로를 '명랑한 은둔자'라고 멋지게 정의내리는 작가 캐럴라인 냅(Caroline Knapp, 1960)의 유고 에세이집 입니다. 이 책은 42세에 세상을 떠난 냅의 삶 전반을 담아낸 작품으로 고독의 즐거움과 고립의 괴로움 사이 아슬아슬한 경계에서의 삶을 우아하고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캐럴라인 냅은 혼자 살고, 혼자 일하면서도 가족과 친구, 반려견과 관계를 맺으며 살았습니다. 중독, 결핍, 상실, 슬픔, 성장, 고립, 고독 같은 키워드로 묘사되는 저자의 삶은 자신의 실수와 결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기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라는 제목을 달고 말이죠. 우리 안에도 존재하는, 그러나 인지하지 못하..
존 그린(John Green)의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를 읽고 존 그린(John Green)의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Turtles All the Way Down」를 읽고 불안과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이 어떤 내적 갈등을 겪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하는 작품입니다. 미국 작가 존 그린(John Michael Green, 1977)이 2017년 출간한 소설 입니다. 주인공 에이자 홈스는 극도의 불안과 강박장애에 시달리는 16세 소녀로 생각의 소용돌이에 갇혀 힘겨운 매일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에이자를 괴롭히는 공포는 다양한데 세균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심합니다. 차츰 심해지는 증세로 남자친구와의 스킨십도 어려워지고 손 세정제를 마시기까지 합니다. 여기 더해 에이자는 자신의 존재가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에도 휩싸입니다. 내가 소설..
톰 필립스(Tom Phillips)의 「진실의 흑역사」를 읽고 톰 필립스(Tom Phillips)의 「진실의 흑역사 Truth: 인간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를 읽고 수많은 정보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오늘날은 정보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꾸며낸 것이 확실한 정보임에도 끝까지 사실로 믿는 이들도 있습니다. 대체 왜 거짓 정보가 더 빠르게 유통되고 소비자는 하필 거짓정보에 종종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요. 영국의 비영리 팩트체킹 기관의 편집자로 일하는 톰 필립스(Tom Phillips)는 에서 거짓뉴스의 근원과 역사를 해박한 지식을 이용해 유머러스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글이 어찌나 유려한지 톰 필립스가 하는 말은 모두 다 진실일 것만 같습니다. 톰 필립스는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 노란 거짓말, 파란 거짓말, 빨간 거짓말, 색깔별로 분류하..
장 주네(Jean Genet)의「도둑 일기」를 읽고 장 주네(Jean Genet)의 자전적 소설 「도둑 일기 Journal du Voleur」를 읽고 '작가가 된 도둑', 프랑스 작가 장 주네(Jean Genet, 1910-1986)의 자전적 소설 입니다. 장 주네는 생후 7개월에 어머니로부터 유기되어 파리 빈민 구제국에서 자랍니다. 초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직업학교에서 잠시 인쇄술을 익히지만 정규 교육은 더 이상 받지 못했습니다. 10대 중반부터 절도, 무임승차, 부랑죄 등으로 교도소를 수시로 들락거렸으며 감옥에서 쓴 소설로 장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장 콕토의 관심을 끌고 예술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와도 교제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장 주네는 초등학교 수준의 학력으로 천재적인 집필 실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이 책 는 어떤 교훈이나 감동을 기대..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를 읽고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 And the Mountains Echoed」를 읽고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1965)가 2013년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 입니다. 저자는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해외로 이주했고 1980년 미국으로 망명했습니다. 는 가난 때문에 이별하게 되는 남매를 주인공으로 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60년 역사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프가니스탄의 가족들, 특히 혹독한 겨울에 열악한 환경으로 많은 이들이 죽음에 이르는 벽촌의 단출한 가족, 상상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가족, 절망의 희생자가 되는 가족, 는 ..
매슈 베이커(Matthew Baker)의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를 읽고 매슈 베이커(Matthew Baker)의 「아메리카에 어서 오세요 Why Visit America」를 읽고 '나의 조국을 위해'라는 헌정 메시지를 앞세운 독특하고 기발한 책입니다. 미국의 작가 매슈 베이커(Matthew Baker)가 자본주의, 노인, 이민, 재난 등 현대사회에 산재한 첨예한 이슈들을 다룬 SF소설집 입니다. 전체 열세편의 소설이 수록돼 있는데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예리하게 풍자하며 오늘날의 미국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 표제작인 는 '아메리카'라는 마이크로네이션(Micronation)을 안내하는 형식으로 쓰인 작품입니다. 분리 독립을 주장하지만 고국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는 이들이 세운 나라입니다. 우리가 분리 독립한 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고국에 엄청난 향수를 느꼈습..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을 읽고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을 읽고1996년 출간된 올가 토카르추크(Olga Nawoja Tokarczuk, 1962)의 대표작이자 세 번째 장편소설 입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심리치료사로 일한 이력 덕분인지 그의 작품은 언뜻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짧은 에피소드들이 여러 개 모여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닮은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역시 그러한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84개의 단편적인 조각글에 각각의 사연과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소설의 배경은 이 세상에 실존하지 않는, 그러나 어디에나 존재할법한 '태고'라는 마을입니다. 이곳은 걸어서 하루가 걸리는 작은 마을이면서 동시에 전 세계이자 소우주, 그리고 시간을 초월한 하나의 생애, 혹은 인간..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작별의 의식」을 읽고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작별의 의식 La Ceremonie des adieux」을 읽고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의 자전적 에세이 입니다. 이 책에서 보부아르는 장폴 사르트르의 연인이자 오랜 계약결혼으로 애정과 우정을 쌓아온 동반자의 시각에서 사르트르의 마지막 10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가 장폴 사르트르에게 남긴 메시지입니다. 사르트르를 위한, 그러나 사르트르는 읽을 수 없는 책입니다. 여기 내 책 중에서 인쇄되기 전에 당신이 읽지 못한 첫 번째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당신께 바치는 헌정인데,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졌습니다. _「들어가며」 가운데 에서는 1970년..
욘 포세(Jon Olav Fosse)의 「3부작」을 읽고 욘 포세(Jon Olav Fosse)의 「3부작 Trilogien」을 읽고 이라는 소설로 욘 포세(Jon Olav Fosse, 1959)를 처음 접하고 이 책 이 두 번째입니다. 페이지를 한 장 넘기자마자 '어?!' 두 작품이 하나로 이어지는 연작 소설인 줄 착각할 뻔했습니다. 마침표가 거의 없는, 산문인 듯 시인 듯 노래가사인 듯 리듬감 있는 욘 포세 특유의 문체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분위기 덕분입니다. 2014년에 출간된 은 2007년 , 2012년 , 2014년 , 세 편의 연작을 1부, 2부, 3부로 나눠 하나로 모은 작품집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역시 의 등장인물들처럼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가난하고 비루한 인생을 쓸쓸하게 살아갑니다. 욘 포세는 이 연작 소설에서 가족의 탄생과 소멸..
폴 오스터(Paul Auster)의 「내면 보고서」를 읽고 폴 오스터(Paul Auster)의 「내면 보고서 Report from The Interior」를 읽고 오스트리아 혈통의 유대인, 미국의 작가이자 영화감독 폴 오스터(Paul Benjamin Auster, 1947)의 청년시절 회고록 입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청년이 되기까지 그의 생각과 가치관의 변화 과정을 잊혀진 역사를 탐사하듯 섬세하게 복원해내고 있습니다. 글은 일인칭 화자가 아닌 독특한 시점을 취하고 있는데 '당신은... 당신이...' 라는 표현을 쓰며 과거의 자신을 객관적인 시점으로 바라보며 서술하고 있습니다. 의 첫 문장은 거의 진리와도 같은 명문장입니다. 어린 아이들의 세계에 살아있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그들의 세상에서는 모든 물체, 식물과 동물, 심지어 플라스틱 숟가락에도 생명이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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