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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작별의 의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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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작별의 의식 La Ceremonie des adieux」을 읽고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의 자전적 에세이 <작별의 의식 La Ceremonie des adieux>입니다. 이 책에서 보부아르는 장폴 사르트르의 연인이자 오랜 계약결혼으로 애정과 우정을 쌓아온 동반자의 시각에서 사르트르의 마지막 10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가 장폴 사르트르에게 남긴 메시지입니다. 사르트르를 위한, 그러나 사르트르는 읽을 수 없는 책입니다. 

 

여기 내 책 중에서 인쇄되기 전에 당신이 읽지 못한 첫 번째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당신께 바치는 헌정인데, 당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졌습니다. _「들어가며」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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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의식>에서는 1970년부터 사르트르가 세상을 떠난 1980년까지의 기록을 연대기 순으로 실어놓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사르트르를 지켜본 보부아르는 첫 문장에서 그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살아온 사람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도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깊이 고민한 문학가로 기억되는 사르트르에 대한 익숙한 기록입니다.   

 

 

사르트르가 병으로 쇠약해지면서 동반자인 보부아르에게 점점 더 의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읽고 쓰는 것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아온 사르트르가 점점 시력을 잃어가면서 느낀 무력감과 두려움에 대해 보부아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걱정스럽고 조금은 창피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 시력은 영영 회복될 수 없는 걸까?" 그 말이 내 가슴을 너무나 아프게 찢어놓아서 나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_「1973년」 가운데

 

동료 학자이자 반려자인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의 마음을 모를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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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도 사르트르는 집필에 몰두합니다. 그에게 글을 쓰는 일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보부아르의 눈을 빌려 저작들을 읽는 일에도 흥미를 잃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을 하는 것이오" 그가 말했다. "다행히 머리는 괜찮소." 그리고 또 이렇게 말했다. "머리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소." 사실이었다. _「1975년」 가운데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폴 사르트르는 20세기 초 '계약결혼'이라는 독특한 관계로 세상에 이름을 각인시킨 커플이기도 합니다. 개성이 뚜렷했던 두 사람이 50여 년을 동반자로 살아가며 우정과 애정을 쌓은 것은 그 독특한 관계 덕분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세상을 누구보다 앞서 살았던 두 철학자입니다. 

 

"난 당신을 많이 사랑하오. 나의 카스토르." 

 

그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 나의 죽음이 우리를 결합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의 생이 그토록 오랫동안 일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 _「1980년」 가운데

 

보부아르를 '카스토르'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사르트르, 그들은 상대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는 성숙한 사랑과 우정을 나눴습니다. 사르트르와 동반자로 살아온 세월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보부아르, 멋진 <작별의 의식 La Ceremonie des adieux>입니다.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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