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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의 「도덕적 혼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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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의 「도덕적 혼란 Moral Disorder」을 읽고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는 데 일생을 들인 캐나다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Margaret Atwood, 1939)의 연작 단편소설 <도덕적 혼란 Moral Disorder>입니다. 제각각 다른 열한 편의 단편으로 유년에서 노년에 걸친 여성의 삶을 관통하듯 엮어내고 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뿐만 아니라 20세기 초중반을 살아낸 여성 작가들에게 '여성'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간절한 주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1940)가 여성의 삶에 천착한 것 역시 같은 배경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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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도덕적 혼란>에서는 아내가 있는 남자와 살림을 차린 서른 네살의 소위 '상간녀' 넬이 주인공입니다.

 

남자는 이혼을 진행중이지만 그 남자 티그는 서두르는 게 없습니다. 오히려 본처의 건강을 염려하며 이혼으로 그녀를 지나치게 괴롭히는 일은 모두가 삼가야 한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녀는 몸이 안 좋아요, 티그가 말했다.

나는 거의 서른 네 살이 다 됐는데, 하고 넬은 생각했다.

언제 일의 실마리가 풀릴까?

그러나 티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넬이 부모, 친구와 멀어진 것은 이미 오래되었고 티그와 티그의 아이들에게도 회색 지대인 모든 게 탐탐지 않은 삶 속에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수시로 단절된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티그와 아이들은 넬의 주황색 탁자에 팔꿈치를 올리고 편안히 둘러 앉았다. 마치 가족처럼. 여기서 나만 아무와도 연관이 없는 사람이군, 하고 넬은 생각했다.  

 

이런 넬에게 대중이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왜 저러고 살아?'이겠지요. 마거릿 애트우드는 그런 말 대신 넬의 마음을 조용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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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디폴트가 되어버린 넬의 삶에 맛있는 음식이 종종 위로가 되어줍니다. 인간은 어쩌면 참 단순합니다. 

 

그녀의 슬픔에도 불구하고(그녀는 여전히 슬펐다.) 고기가 맛있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육식 동물이야. 그녀는 이상할 만큼 초연한 태도로 생각했다. 

 

넬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러한 삶을 통해 넬이 누구보다 술수에 능한 사람이 될 것이며 다른 사람들은 갖지 못할 특별한 지식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녀는 어둠의 일부를 흡수하게 될 것이다. 어둠은 결코 어둠이 아니라 지식일 수도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러한 넬의 처지를 이렇게 근사한 표현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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