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의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한국의 페미니즘 고전」을 읽고, 장영은 엮음
근대 한국의 페미니스트 화가이자 작가 나혜석(1896-1948)의 작품을 엮어 해설을 곁들인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입니다. 나혜석 작가에 대해서는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글을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 책은 희귀한 나혜석 작가의 작품을 집대성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첫 장에는 그의 사진과 말이 실려있는데 근대 식민지 조선을 살다 간 여성 나혜석의 신념을 잘 보여줍니다.
"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은 영원히 못 갈 것이오. 우리가 욕심을 내지 아니하면 우리가 비난을 받지 아니하면 우리의 역사를 무엇으로 꾸미잔 말이오. 다행히 우리 조선 여자 중에 누구라도 가치 있는 욕을 먹은 자 있다 하면 우리는 안심이오." _나혜석
이 책에는 나혜석의 소설, 에세이, 평론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소설 <경희>는 나혜석의 자전적 작품으로 글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문학이 여성 지식인이 사회적 활동을 실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삶으로 그것을 증명해 보입니다.
"공부를 하면 무엇을 전문하겠어?"
"문학이요"
"사람은 개인적으로 사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사는 것이 사는 맛이 있으니까. 좋은 창작을 발표해 사회적으로 한 사람이 된다면 더 기쁜 것이 없는 것이야."
_「경희」 가운데, 선생님과의 대화
20세기 초, 1933년에 문인들을 모아놓고 「만혼(晩婚) 타대 좌담회」를 했다는 것이 꽤 신선합니다. 결국 인간은 모든 세대가 '요즘 세대, 요즘 세태'라는 틀에 젊은 층을 가두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생의 어느 순간에 '요즘 세대'가 될 수밖에 없나 봅니다.
꽉 찬 나이에도 시집, 장가를 가지 않으려 하는 이들이 많은 요즘 세태를 되돌아보고자 김기진, 김억, 나혜석, 이광수 이렇게 문인 네 분을 모시고 좌담회를 열었다 _「삼천리」 1933년 12월호 수록
소설 <경희>에는 나혜석의 목소리가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아래 명언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경희도 사람이다. 그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의 여자보다 먼저 전 인류의 여성이다. 부인의 딸보다 먼저 하느님의 딸이다... 오냐, 사람이다. _「경희」 가운데
나혜석은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하던 중 만난 최린과의 연애가 문제가 되어 35세에 남편과 이혼합니다. 그때 <이혼 고백장: 청구(靑邱) 씨에게>를 써서 당시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는 잘잘못을 떠나 남성 중심의 사회를 바꾸기 위해 여성들이 용기 내서 말과 글을 남겨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글로 자신을 이야기하며 자기를 잃지 않고 살아간 여성이자 한 사람, 책날개의 소개처럼 나혜석은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 간' 근대 여성 지식인입니다.
2024.3.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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