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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를 읽고ㅣ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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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소설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Carlos Ruiz Zafon, 1964-2020)의 대표작 <바람의 그림자 La sombra del viento>입니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은 데뷔 이후 줄곧 청소년 소설을 써오다 2001년 장편소설 <바람의 그림자>를 출간하면서 문단의 조명을 받았으며 이 책은 스페인어로 쓰인 최고의 책 100권에도 포함되었습니다. 

 

<바람의 그림자>는 스페인 내전이 종식된 이후 1945년의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건축물이나 도로 지명들이 언급되는데 같이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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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는 10대의 다니엘 셈페레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다니엘은 희귀본과 헌책을 다루는 작은 서점 주인의 아들로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잊힌 책들의 묘지'라는 오래된 도서관에 가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네가 보는 책들, 한 권 한 권이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단다. 책을 쓴 사람의 영혼과 책을 읽으며 꿈을 꾸었던 이들의 영혼 말이다. 책이 새 주인의 손에 들어갈 때마다 그 영혼은 자라고 강인해진단다." (p15-16)

 

'잊힌 책들의 묘지'에서 아버지는 다니엘에게 이곳은 성전(聖殿)과도 같은 곳이라며 처음 방문하면 누구나 한 권의 책을 골라 양자로 삼아 목숨을 걸고 그 책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자신이 쓴 책을 통해 작가는 영원히 살게되는 것이죠. 다니엘은 신중을 기해 묘지에서 훌리안 카락스라는 무명작가의 책 <바람의 그림자>를 구해냅니다. 

 

 

"한 권도 없단다." 바르셀로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네 책을 제외하면 말이다. 나머지는 모두 불태워졌지." (p35)

 

<바람의 그림자>에 완전히 반해버린 다니엘은 훌리안 카락스의 다른 책을 찾아읽기 위해 아버지의 동료이자 중고 서적상인 구스타보 바르셀로에게 물어보지만 다니엘이 가진 한 권을 제외한 그의 모든 책이 불태워졌다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한 권의 책에 영혼이 담겨 있다는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누군가가 훌리안 카락스의 영혼을 송두리째 없애버리는 중인 것이죠.  

 

"라인 쿠베르 아닌가요?" "들어본 이름이냐?" "카락스의 마지막 소설 「바람의 그림자」에 나오는 인물 이름이에요." "소설에 나오는 인물이라고?" "그 소설에서 라인 쿠베르는 악마가 사용하는 이름이죠." (p115)

 

훌리안 카락스의 책을 찾아내 모조리 불태워버린 인물은 <바람의 그림자>에 나오는 악마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다니엘은 점점 이 미스터리한 사건에 얽혀 들어갑니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도 훌리안 카락스의 책만큼 흡인력이 있습니다. 800페이지 정도 되는 장편소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나는 버려진 수백만의 페이지들, 주인 없는 영혼들과 세계들에 둘러싸인 것 같았다. 도서관 바깥의 약동하는 세상이 잊으면 잊을수록 현명해진다는 믿음으로 날마다 기억을 잃어가는 동안 그것들은 어두운 대양에 가라앉고 있었다." (p126)

 

다니엘은 '잊힌 책들의 묘지'에 묻힌 한 권의 책에서 온 우주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남은 다른 수만 권의 책은 영원히 잊힌 채 남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습니다.  

 

 

베아는 말한다. 독서라는 예술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그것은 내밀한 의식이라고, 책은 우리가 이미 우리 안에 지니고 있는 것만을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독서할 때 우리는 정신과 영혼을 건다고, 위대한 독서가들은 날마다 더 드물어져가고 있다고. (p778-779)

 

이제 베아와 함께 중고 서점을 운영하는 다니엘은 책에 대한 사명을 갖고 그 일을 합니다. 세상이 외면하는 '잊힌 책들의 묘지'를 자신만은 기억해야할 것 같은 책임감 때문이겠지요. 위대한 독서가들의 시대는 다시 올 것이라고 낙천주의자인 다니엘은 믿고 있습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새로운 인생>,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같은 책과 독서를 소재로 한 책들이 떠오르네요. 


2025.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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