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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을 읽고ㅣ건축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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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작가 중 한 명이죠. 스위스 출신 철학자이자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의 에세이 <행복의 건축 The Architecture of Happiness>입니다.

 

2006년에 출간한 작품으로 그가 바라본 건축에 대한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의미를 짚어내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작가답게 <행복의 건축>도 한국인으로서 와닿는 부분이 많은 산문집입니다. 알랭 드 보통의 시선이 한국인의 정서와 닮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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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물리적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성소가 되었다. 집은 정체성의 수호자였다. 소유자들은 밖으로 떠돌던 시절을 끝내고 돌아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했다... 방들은 행복의 증거를 보여준다. 이 행복에 건축은 그 나름의 방식으로 기여했다. (p11)

 

집은 거주자와 함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가족들이 한밤중에 소곤대는 이야기도 듣고 누군가 병원에서 도착하는 광경도 지켜보고 설레며 여행을 떠나는 모습도 기억합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일 수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살았던 집, 특별한 추억이 깃든 집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공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알랭 드 보통은 건축이 행복에 기여했다라고 표현합니다. 

 

 

성당에 들어간 지 10분이 지나자 바깥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겼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갑자기 합리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예수가 신의 아들이고, 천사가 당장이라도 런던 위에 겹겹이 쌓인 적운을 뚫고 내려와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건축 작품 하나 때문에. (p122)

 

알랭 드 보통이 성당 건축과 관련한 정서에 대해 위트를 섞어 묘사하고 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웅장한 유럽의 대성당은 그 존재만으로도 종교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니까요. 거기에 파이프 오르간 연주라도 보태지면 종교심은 유신론자 무신론자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충만하게 일어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가장 깊은 수준에서 보면, 그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대상과 장소를 물리적으로 소유하기보다는 내적으로 닮는 것이다. (p168)

 

집안에 그림을 걸어두는 건 그 그림이 불러일으키는 내 안의 어떤 것ㅡ혹은 내가 잃어버린 어떤 것ㅡ을 만나고 싶은 마음 때문일 수 있습니다. 예술작품 가운데 특히 마음에 드는 것들이 바로 그런 것이죠. 알랭 드 보통은 이 같은 이야기를 하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대상과 장소를 닮고 싶어 그것들을 원하고 소유하고자 한다고 말합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로서, 동의합니다. 

 

우리는 천재가 단순해 보이게 만든 복잡함에서 기쁨을 느낀다. (p232)

 

알랭 드 보통은 문학에서든 건축에서든 덜어내고 덜어내어 정수만 남은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찬탄합니다. 많지 않은 단어를 빈틈없이 배치해 큰 사유를 실어나르는 산문에 감탄하듯 건축가는 거대한 교각의 지지대 숫자를 줄임으로써 같은 감동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랭 드 보통의 문장에도 그런 힘과 매력이 있습니다. 


2025.4.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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