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꿈을 빌려드립니다」를 읽고
소설 그 자체로서의 소설을 읽고 싶을 때 마르셀 프루스트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찾아 읽게 되는데 이 두 작가의 작품은 이야기 자체로 재미있습니다. 이야기꾼입니다.
이번에 고른 책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Jose de la Concordia Garcia Marquez, 1927-2014)의 1992년 작품집 <꿈을 빌려드립니다>입니다. 이 작품집은 저자의 대표작인 <백 년 동안의 고독> 이후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중단편소설과 에세이들, 그리고 그가 정치적 망명을 해야 했던 배경과 당시 인터뷰 관련 기사들을 함께 수록하고 있습니다.
《제1부 중단편소설》에 실린 아홉 편의 중단편 가운데 표제작인 「꿈을 빌려드립니다」에서는 꿈 꾸는 여인이 등장합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특유의 마술적 사실주의가 전면에 드러나진 않지만 꿈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이면에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신비롭게 만들어냅니다.
나는 아침 아홉 시에 아바나의 리비에라 호텔 테라스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해가 쨍쨍 내리쬐고 있었는데도 가공할 만한 해일이 몰아쳐 방파제 도로를 지나고 있던 여러 대의 자동차와 보도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그중 한 대는 호텔 옆 벽면에 처박혀버렸다. _첫 문장
주인공이자 화자는 쿠바 아바나의 호텔 테라스에서 아침식사를 하던 중 큰 해일이 몰아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해일의 위력으로 방파제에 주차되어 있던 차 한대가 호텔 벽면에 처박히는데 이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가 자신이 오래전 잠시 알고 지냈던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 내고 그녀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꿈꾸는 데 날 빌려줍니다." 사실 그것이 그녀의 직업이었다. 그녀는 말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꿈 이야기를 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_「꿈을 빌려드립니다」 가운데
그녀는 꿈을 통한 예지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어릴적부터 갖고 있던 능력입니다. 화자 역시 그녀의 예언에 따라ㅡ확실한 믿음은 없었으나 피하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ㅡ행동한 경험이 있고 그것은 오늘날까지도 그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녀의 일... "그녀는 단지 꿈만 꾸었지요."
과연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도 예지했을까요. 묘하게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제2부 산문들》에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문학적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에세이가 수록돼 있는데 그 가운데 「무슨 책을 읽으십니까?」에서는 책 읽는 사람과 문학을 인도해줄 좋은 책방에 대한 단상을 적고 있습니다.
필수적인 책만 읽어도 적어도 인생의 반은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반은 "무엇을 읽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똑같이 흘러갈 것이다. _「무슨 책을 읽으십니까?」 가운데
이 물음은 작가들 사이에 흔한 질문이지만 대답은 항상 회피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훌륭한 독자였던 사람들의 답 역시 "난 읽지 않소. 단지 재독(再讀)할 뿐이오"일 것이라는 게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설명입니다. 흠.
문학 습관에 역행하는 요소들도 있다. 그것은 잘 교육받았고 또 잘 인도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책방 주인들이 얼마 전에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가를 평가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길모퉁이에 있는 서점인 것이다. _「무슨 책을 읽으십니까?」 가운데
내용 가운데 가장 좋았고, 그래서 더 아쉬원던 부분은 예전의 독자들은 주치의가 있듯 각자의 책방을 갖고 있었다는 언급입니다. 독자의 취향과 독서 목록을 꿰고 있어 지금 그에게 필요하고 적합한 책을 추천해 줄 수 있는 책방 주인 말이죠. 그런 책방과 책방 주인이 있다면 그를 '주치의'라고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을 듯합니다.
함께 책을 읽고 밤을 새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5.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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