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G 르 클레지오의 사막기행 「하늘빛 사람들」을 읽고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Jean-Marie Gustave Le Clezio, 1940-)와 그의 아내 제미아 르 클레지오가 함께 쓴 사막기행 <하늘빛 사람들 Gens des nuages>입니다. <하늘빛 사람들>이 나오게 된 계기는 사하라 사막 아루시 족 유목민의 후예인 모로코인 아내의 시원(始原)을 찾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기아 엘 함라 골짜기를 찾아가는 길, 그러니까 르 클레지오와 제미아의 뿌리는 찾는 여정인 것입니다.
JMG 르 클레지오의 감각적인 문체에 더해 에세이의 곳곳에 수록된 브뤼노 바르베의 사진이 두 사람의 사막여행을 더 아름답고 흥미롭게 해줍니다. 덕분에 책 자체에서 사막의 기운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사막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일은 없다. 어떤 사막도 다른 것과 닮지 않았지만, 사막에 들어갈 때마다 심장은 더욱 세차게 고동친다. (p.29)
사하라 사막 같은 그야말로 '사막'을 체험해보진 않았지만 사막지형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경한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JMG 르 클레지오가 사막에 들어갈 때 심장이 더욱 세차게 고동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의 기분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이 독특한 감정의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 때로는 문 하나가 열리면서 한 사람이 길이 되고 / 그 길을 통해 신의 은총이 드러날지니 _자랄 알-딘 루미, 「마스나위」 1권 (p.39)
두 사람은 거친 사막을 벗어나 마침내 아루시 족 유목민이 사는 사기아 엘 함라 골짜기에 다다릅니다. 이 새로운 장이 시작되면서 시구 하나가 소개문으로 쓰였는데 글이 너무 좋습니다. 이제 막 사기아 엘 함라로 들어서는 두 사람에게 꼭 맞는 글입니다.
사막에 산다는 것, 그것은 절제하며 간소하게 사는 것이고, 태양의 열기를 견디는 법과 온종일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갈증을 참아내는 법, 기다리는 법과 설령 양의 고기는 남들이 다 먹고 뼈에 힘줄과 가죽만 달랑 남는 한이 있더라도 남보다 나중에 먹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두려움과 고통과 이기심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p.75)
사막에서 살아가는 일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묘사하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사막에서 살아남는 것은 황야를 이길만큼 거칠고 냉엄하고 혹독해지는 것이 아니라 극한의 상황에도 자신의 욕구를 이기고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를 내어주는 법을 배워가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용감하고 너그러우면서도 냉혹한 사람이 사막에 사는 것이라고.
그들은 지구상의 마지막 유랑자들이다. 그들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보다 더 참되고 사실적이다. 그들의 공간은 한계가 없다. (p.119) _에필로그
JMG 르 클레지오는 에필로그에서 <하늘빛 사람들>에 대한 그의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필요가 아닌 세월의 요구가 부르는 곳으로 가기 위해 언제든 천막을 걷을 준비가 되어 있는 유랑자들, 별과 달의 변화를 따라 시간을 헤아리는 자연을 닮은 사람들, 그리고 따분함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사막에서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이들이라고 묘사합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평온과 <하늘빛 사람들>의 평온함은 그 기원부터가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상에서 불현듯 사막같은 황야의 삶이 떠오르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5.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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