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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의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No Visible Bruises」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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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의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No Visible Bruises」를 읽고 


"입법가들이 반드시 읽어야 한다", "내장을 뒤집어놓는다.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과 같은 추천사가 줄줄이 이어지는 책입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문학교수, 가정폭력 전문가인 레이철 루이스 스나이더(Rachel Louise Snyder)가 2019년 출간한 책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No Visible Bruises>입니다. 표제에서 암시하듯 이 책은 가정폭력의 심각성,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조명하는 논픽션으로 출간 전부터 주목을 받았고 출간 직후에는 《뉴욕 타임스》,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유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는 순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히.. 충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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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의 도입부에는 가정폭력 상담 전문가ㅡ정희진 여성학 박사ㅡ의 해제가 수록돼 있는데 여기서부터 이 책의 내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나는 30여 년간 가정폭력 상담 관련 업무에 종사해왔다. 내 경험에 의하면 가해 남편이 폭력을 멈추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본인이 사망했을 때, 출장, 징역 등으로 잠시 집에 없었을 때, 아내가 사망했을 때, 여성이 탈출해서 영원히 발견하지 못했을 때, 코마 상태일 때, 자녀들의 물리적 힘이 커졌을 때... (p.17) 

 

보통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쉽게 해볼 수 없다는 점에서 해제의 글은 우리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동시에 이 책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의 해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습니다. 덧붙여 폭력의 가해자는 그가 비록 남편의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따뜻한 상담'의 대상이 아니라 분명한 처벌의 대상이라고 강조합니다.

 

 

미국에서는 1분마다 20명이 자신의 반려자에게 폭행을 당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가 발표한 한 연구에서는 전 세계에서 2017년 한 해에만 여성 5만 명이 반려자나 가족에게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여성 5만 명. 이 보고서는 집을 "여자에게 가장 위험한 장소"라고 불렀다. (p.28) 


논픽션인만큼 이 책에는 통계자료, 인용문 등이 명확한 출처와 함께 제시됩니다. 신뢰성이 있는 내용이라 독자로서는 더 충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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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에서는 맨얼라이브의 교육학에 나오는 '남성 역할 신념 체계(Male role belief system)를 들어 남성의 폭력, 특히 가정폭력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남자는 무시당하지 않는다. 남자는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는다. 남자의 섹슈얼리티는 문제 삼지 않는다. 남자는 권위다. 남자는 버림받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에게 종속되어야 한다. 순종해야 한다.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p.232)

 

이 신념 체계가 도전을 받으면 그 남성은 치명적인 위험 상태가 되고 이 지점이 바로 폭력을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라는 것입니다. 맨얼라이브는 이 순간 그 남자의 '내면의 암살자'가 튀어나오고 '진정한 자아'가 사라지며 암살자는 조용히 움직인다고 설명합니다. 

 

 

'음..' '아..' '아하..' 이런 탄식과 함께 책을 다 읽고나면 무언가 행동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추천사에서 입법가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던 이유일 것입니다.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는 그럼에도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 희망은 이러한 어두운 사실과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 남성 친구들, 동료들, 남자 형제들, 친구의 남편들을 둘러보면 곳곳에서 동지를 발견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침투하고 있는 비겁한 여성 혐오의 영향을 거부하겠노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남자들을 안다. 내가 만나는 젊은 대학생들의 의식이 성숙했음을 본다. 그들 모두가 20년 전의 우리 세대 누구보다도 아는 게 더 많다. (p.430)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이 출간된 해가 전 세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그 이후의 가정폭력 상황은 더 심각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바라보고 가는 것 외에 우리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요.


2025.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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