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 루니의 「노멀 피플 Normal People」을 읽고
아일랜드 작가 샐리 루니(Sally Rooney, 1991)의 두 번째 소설, 2018년에 출간된 <노멀 피플 Normal People>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 직후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같은 해 맨 부커상 후보에 올랐으며 BBC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립니다.
<노멀 피플>은 청소년기에 만난 두 주인공, 메리앤과 코넬의 학창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성장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조금 더 넓게는 사회적 불평등과 청년층의 정체성 혼란, 관계에 관한 고정관념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코넬이 초인종을 누르자 메리앤이 문을 열어준다... 어. 안녕. 그가 인사를 건넨다. 들어와. (p.9) _첫 문장
코넬과 메리앤은 작은 마을에서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입니다. 둘은 서로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메리앤은 부유하지만 학교에서 인기 없는 외톨이고, 코넬은 친절하고 인기가 많지만 가난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노멀 피플>의 첫 문장에서 잠시 의아함을 느끼지만 후술 하는 내용에서 코넬의 어머니가 메리앤의 집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해가 됩니다. 뭔가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듯한 첫 문장입니다.
메리엔은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을 노골적으로 경멸하고 친구 없이 혼자 소설을 읽으며 점심시간을 보냅니다. 학교에서 가장 똑똑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메리엔을 몹시 싫어합니다. 그러나 코넬과는 마음이 잘 통합니다. 둘은 비밀리에 만나 사랑과 우정이라는 감정을 키워가지만 사실 코넬은 다른 친구들의 눈치가 보입니다.
떠올리면 기분 좋은 말이었다. 너는 착한 사람이고 모두가 너를 좋아해. (p.65)
어느 날 메리엔은 코넬에게 그가 착한 사람이고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고 말해줍니다. 그 말은 코넬을 오랫동안 기분 좋게 하고 그가 또 다른 사람에게 이 좋은 감정을 나눠주는 계기가 됩니다.
메리앤, 가끔은 하나님이 나를 위해 너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p.143)
일련의 사건으로 둘의 관계가 멀어지고 이후 대학생이 된 두 사람은 재회합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되어 있습니다. 조금 더 성숙한 두 사람에게 과거 서로에게 가졌던 좋은 감정이 되살아나고 다시금 사랑을 키워갑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결정들을 내리고, 그러고 나면 삶 전체가 달라진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야. 지금껏 넌 나한테 대체로 아주 좋은 영향을 미쳤고, 나는 내가 확실히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네 덕분이지. (p.285)
이제 그녀는 평범한 사람이다. (p.31)
메리앤은 오만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며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전히 부유하고 지적인 그녀이지만 더 이상 누군가의 찬탄의 대상도 매도의 대상도 아닌 평범한 사람, <노멀 피플>이 되었습니다. 적어도 메리앤에게 있어 성숙이란 것은 '평범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 '평범한 사람'임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25.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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