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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카롤린 엠케의 「혐오사회 Against Hate」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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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롤린 엠케의 「혐오사회 Against Hate」를 읽고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카롤린 엠케(Carolin Emcke, 1967)의 2016년 저서 <혐오 사회 Against Hate; Gegen den Hass>입니다. 저자는 전 세계 분쟁지역을 취재해 온 경험을 통해 오늘날 왜 이토록 혐오와 증오, 차별이 우리 삶에 만연하는지를 탐구해 왔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을 넘어 사회적으로 공모되고 있는 '혐오'라는 감정, 집단적 광기와 폭력의 거름이 되는 혐오와 증오의 메커니즘을 <혐오 사회>에서 예리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혐오 관련 범죄가 심심찮게 뉴스에서 들려오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동적인 혐오 역시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특정 국가나 개인의 일이 아닌 전 세계가 처한 현실에 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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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와 폭력을 고찰할 때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도 함께 고찰해야 한다... 증오하는 자들이 그 대상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은 문명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p.26) _「머리말」 가운데

 

<혐오 사회>는 머리말에서부터 이 문제가 사회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한 사안, 즉 다시 말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1부 본론으로 들어가면서는 랠프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1952)》의 한 부분을 소개문ㅡ"나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다. 내가 말하는 보이지 않는 현상을 나와 접촉하는 사람들의 눈이 지닌 특이한 성질 때문에 생긴다."ㅡ으로 쓰고 있습니다. 

 

한 개인은 자신이 처한 사회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혐오와 관련한 피해자이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특정한 인종, 낮은 사회계층, 특정 성별에 속한 사람의 경우 피해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혐오 사회>는 이를 '표준'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설명합니다. 

 

 

표준에 부합하는 사람은 표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표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하거나 비하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이 용인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힘을 행사하는지 감도 잡지 못한다. (p.118) 

 

예를 들어 사회적 약자로서 성소수자들이 처한 상황은 '표준'을 차별적 용어로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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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 모욕과 경멸 앞에서도 제발 '태연하게' 굴라는 암묵적 기대는, 모욕을 당해도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또 하나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p.124)

 

멸시당하는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유쾌한 척해야 하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혐오 사회>에서 사용하는 뼈아픈 용어들에 반응하지 않을 재간이 없습니다. 이 문장에서도 '체계적 모욕과 경멸'이라는 표현이 가해자로서든 피해자로서든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관념에 정곡을 찌릅니다. 

 

<혐오 사회>를 치료하기 위해 저자는 시민사회와 시민들이 저항하고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열한 형태의 멸시와 굴욕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고, 배제된 이들을 지원하고 연대할 수 있는 법률도 필요합니다. 보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사람을 구별, 아니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누구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 <혐오 사회>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다음 문장을 꼽고 싶습니다.  

 

부족한 상상력은 정의와 해방의 막강한 적대자다. (p.244)


2025.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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