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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데번 프라이스의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Unmasking Autism」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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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번 프라이스의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Unmasking Autism」을 읽고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이자 작가 데번 프라이스(Devon Price)의 저서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Unmasking Autism>입니다. 책의 부제, '자폐인 심리학자가 탐구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법'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자폐를 다루고 있습니다. 데번 프라이스는 성인이 되어 자폐를 진단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은 여러 사회적 어려움과 '가면 쓰기ㅡ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자폐 성향을 감추는 행동'을 통한 자신의 경험,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 책을 비롯한 여러 자폐 관련 책을 집필했습니다.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단순히 병리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을 벗어나 자폐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폐가 있는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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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번 프라이스는 우선 자폐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설명하는데 자폐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사회적 고정관념 때문에 진단받지 못한 성인이 많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스펙트럼의 관점에서 자폐인의 특성을 7개로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 외부에서의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한다 / 정보나 감각 데이터 가운데 무시해도 될 것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 큰 그림보다는 세부 사항에 고도로 집중한다 / 꼼꼼하고 신중하며 분석적이다 / 의사결정 과정이 효율적이기보다는 체계적이다 / 정신적 지름길이나 직감에 의존하지 않는다 / 어떤 상황을 처리할 때 신경전형인보다 시간과 에너지를 더 많이 필요로 한다 (P.45)

 

이러한 특징을 종합하면 자폐증은 신중한 이해 방식과 연결된다고 설명합니다. 세상을 이해할 때 감정이나 직관보다 논리와 이성에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자폐인은 폭력을 당할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악화되기 쉽다. 일부 가면 자폐인은 남들 앞에서 자기 자극을 가하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 보니 그릇된 대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섭식 장애나 알코올 및 약물 중독에 빠지고 불안형 애착 유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면 싫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깊이 관계 맺기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p.53)

 

책의 내용 중 곳곳에 '우리'라는 대명사가 종종 사용됩니다. 자신도 자폐가 있는 데번 프라이스가 이 책을 읽을 또 다른 자폐인에게 연대를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에서 가장 흥미로운 개념이 '가면 자폐증(Masked Autism)'이라는 숨겨진, 혹은 위장된 자폐입니다. 많은 자폐인이 사회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 위해 가면을 쓰는데 이것이 정신적, 정서적으로 큰 부담을 주고 이로 인해 자아 손상을 입게 됩니다. 이 '가면 자폐증'에 특히 취약한 집단으로 데번 프라이스는 여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여자아이는 대체로 자폐 성향이 덜하거나 모호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동시에 지적(p.88)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남성의 자폐증 유병률이 여성보다 높다는 임상적 통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가면 자폐증은 위장 보완이라는 두 가지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위장'은 신경전형인과 구별되지 않기 위해 자폐 성향을 숨기거나 모호하게 하려는 행동으로 목표는 자폐 사실을 들키지 않는 것이다. '보완'은 자폐증에 따르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특정 전략을 동원하는 것으로 목표는 독립적이고 고기능인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다. (p.147)

 

이 부분을 읽다 보면 '가면 자폐증'인 사람의 정신적 심리적 고통이 예상 못할 만큼 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평생을 위장하고 보완하며 산다는 것의 어려움과 비참함을 데번 프라이스는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에서는 자폐에 대한 자폐인 자신과 주변인들의 인식 개선을 강조합니다. 자폐인에게는 자기를 수용할 것을, 주변인들에게는 사회 전체가 고정관념을 버리고 자폐인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합니다.

 

데번 프라이스 자신이 그랬듯 자폐인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을 때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 시작은 자신이 자폐인임을 받아들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 


2025.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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