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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페터 한트케의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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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 한트케의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을 읽고


1966년 첫 희곡이자 실험적인 언어극, <관객모독 Publikumsbeschimpfung>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충격을 안겨준 오스트리아의 작가 페터 한트케(Peter Handke, 1942-)는 시대의 전위적인 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관객모독>을 읽으면서 독자로서 불쾌감이 일었던 기억이 나네요. 페터 한트케는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던 작가로 2019년 마침내 노벨문학상을 수상합니다. 

 

이 책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은 페터 한트케의 1970년 작품으로 전위적이지 않은 무난한(?) 서사를 가진 소설입니다. 모든 책의 제목이 그 내용을 잘 대변하지만 이 책의 독특한 제목ㅡ원문 제목도 동일함 Die Angst Tormanns Beim Elfmeterㅡ은 더없이 절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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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꽤 이름을 알린 골키퍼였던 요제프 블로흐는 빈의 건축 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다 조금 늦게 출근한 어느 날 현장감독이 그를 힐끗 올려다본 것을 해고의 표시로 이해하고 공사장을 떠납니다. 이것이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의 첫 장면입니다. 

 

공사장 현장감독의 명료한 의사 전달이 없었음에도 블로흐는 불성실한 자신에게 자발적 해고를 선고한 셈입니다. 블로흐는 사회적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보입니다.

 

 

블로흐는 금요일에 해고를 당하고 토, 일요일을 불안 속에 보내고 일요일은 매표원으로 일하는 여성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월요일 아침, 일하러 가지 않느냐는 그녀의 말에 블로흐는 그녀를 살해합니다. 불안의 근원인 '일'을 언급했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는 찾을 수 없습니다.

 

"오늘 일하러 가지 않으세요?" 하고 그녀가 물었다. 갑자기 그는 그녀의 목을 졸랐다. _본문 가운데

 

간절히 원하지만 사회에 소속되지 못하고 소통도 원활하지 못한 블로흐는 이제 또 다른 불안을 부여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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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실업자에서 실업자인 살인자가 된 블로흐는 경찰 추적을 피해 국경 마을로 도망갑니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감정이 피곤함, 예민함, 부담스러움 등인데 블로흐의 불안은 이러한 정서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는 듯 보입니다. 

 

블로흐는 피곤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모든 것이 선명하게 인식되었고 뚜렷하게 구별되었다. (...) 블로흐는 신경이 예민해졌다. 눈을 뜨고 있으면 주변이 부담스러웠고, 감고 있으면 주변의 물건들을 표현할 단어들을 찾아야 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_본문 가운데 

 

 

골키퍼 블로흐는 페널티킥 앞에 선 선수의 심리를 분석해서 자신의 위치를 잡아야 하고, 키커는 골키퍼의 판단을 교란시켜 킥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둘 사이에는 필연적인 불안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길에서 모르는 사람을 마주쳤을 때, 처음에는 어떻게 그를 파악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요. 올바로 알려면 상대를 잘 관찰하고 있어야 합니다. 상대는 그에 대항할 준비를 하고 있다가 도망을 가 버리니까요." _본문 가운데

 

국경지대에서 마주친 세관원과의 대화에서 블로흐는 자신도 모르게 도망자인 처지를 고백해 버립니다. 이 대목에서 골키퍼 블로흐의 불안이 살인자 블로흐의 불안으로 고스란히 옮겨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불안은 결국 타인을 비롯한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 불가능함을 반영하는 감정입니다.


2024.11.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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