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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 집 쪽으로-콩브레」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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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스완네 집 쪽으로-콩브레」를 읽고


도서관 서가에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권 7권이 다 꽂혀 있는 걸 볼 때마다 '아, 아무도 안 빌려갔구나, 나도 읽어야 하는데..'라고 하면서 미루고, 1권을 읽다가 도저히 끝까지 못 읽고 반납하기를 반복한 게 벌써 여러 번입니다. 굳이 읽을 이유는 없는데 괜히 밀린 숙제처럼 부담입니다.

 

그러다 이 만화로 각색된 버전을 발견했습니다. 스테판 외에(Stephane Heuet, 1957)가 각색한 것으로 가볍게(!) 예습도 할 겸 읽어봅니다. 만화책이라고 하지만 마르셀 프루스트 소설 원문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는, 그러니까 축약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자의 소개에 따르면 고등학생 정도의 교양이라면 충분히 읽을만한 수준으로 각색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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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 버린 우리들의 과거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헛수고이다. 우리가 아무리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는 우리의 의식이 닿지 않는 아주 먼 곳, 우리가 전혀 의심해볼 수도 없는 물질적 대상 안에 숨어 있다. _본문 가운데 

 

전체 일곱 권의 대작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제1권의 1부에서 거대한 대장정이 시작되는 계기가 등장합니다. 우선 장소로는 시골마을 '콩브레', 주인공 마르셀이 어린 시절 식구들과 함께 들르곤 한 레오니 이모네가 있는 곳입니다. 프루스트가 콩브레를 자신의 일대기의 출발점으로 삼게 된 이유는 조금 뒤에 나옵니다.  

 

 

도대체 이 극도의 희열감은 어디서 온단 말인가? 내가 도달하려는 본질은 과자가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었다. 홍차에 적신 과자가 뭔가를 일깨운 것이다. (...) 이 모든 것, 마을과 정원들이 모두 내 홍차잔으로부터 고스란히 살아서 나왔다. _본문 가운데 

 

어느 겨울날, 외출에서 돌아온 마르셀은 어머니가 준비해둔 마들렌 과자에 홍차를 곁들여 마십니다. 그때 불현듯 희열을 느끼고 오래전 과거, 콩브레에서 맛본 그 맛임을 기억함과 동시에 당시의 모든 기억이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듯 생생히 떠오릅니다. 

 

제게도 그런 향기가 있습니다. 우연히 들른 어떤 장소에서 그 향ㅡ일부러 찾아서 맡기에도 어려운ㅡ이 느껴지면 과거의 한 시점으로 순식간에 옮겨가는 경험을 아주 가끔 합니다. 시판하는 향이 아니라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그 향. 그곳에 제 기억이 숨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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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브레 주변 산책을 하려면 방향이 완전히 다른 두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하나는 전형적인 강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게르망트 쪽', 또 다른 하나는 스완 씨네 소유지를 거쳐야 하는 '스완네 집 쪽'입니다. 여기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제1권 부제 「스완네 집 쪽으로」가 나옵니다. 스완네 집 방향은 메제글리즈 쪽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평야로 불리는 곳입니다. 주인공 마르셀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따라 그 길을 산책했습니다.  

 

 

이렇듯, 내가 밤에 잠이 깨서 아침이 될 때까지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때는, 콩브레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이나 예전에 지낸 슬픈 불면의 밤들을 기억하거나, 아니면 최근에 차 한 잔의 맛에 의해 되살아난 무수한 과거의 나날들을 돌이켜보면서 지내게 되었다. _본문 가운데 

 

중년의 마르셀은 보통 일찍 잠자리에 드는데 한밤중에 깨어나게 되면 지나간 수많은 기억들을 되새기곤 했습니다. 그리고 마들렌과 홍차로 콩브레로 돌아간 그날 이후 마르셀은 더욱 무수한 과거의 나날을 돌이켜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시작됩니다.

 

갓 구운 마들렌ㅡ또는 피낭시에ㅡ에 우유랑 설탕 넣은 홍차 마시고싶네요. 건강은 잠시, 넣어둬.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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