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소설 시 독후감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고

728x90
반응형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고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의 에세이와 시를 엮은 <삶을 견디는 기쁨>입니다. '견디다'와 '기쁨'은 언뜻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삶'이라는 정의에 둘은 잘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도록 등에서 보이는 헤르만 헤세의 사진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표지에 사용됐네요. 서로를 바라보는 고양이와 노인, 완벽한 구도입니다. 이 사진 속 헤세가 특히 저희 할아버지와 닮아 더 마음이 갑니다. 할아버지도 고양이를 좋아하셨죠. 

 

 

728x90

 

화요일에 할 일을 / 목요일로 미루는 일을 /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이 나는 불쌍하다. / 그는 그렇게 하면 수요일이 몹시 유쾌하다는 것을 / 아직 알지 못한다. _시 「알지 못하는 것」 가운데

 

헤르만 헤세의 시집을 몇 권 읽어봤지만 이 책 <삶을 견디는 기쁨>에는 위트 있는 시 몇 편이 새롭게 눈에 들어옵니다. 저만 느끼는 줄 알았던 비밀 같은 이야기를 헤세의 시를 통해 발견하네요. 미룰 수 있는 여유가 미리 일을 끝낸 후 누리는 여유보다 때론 달콤합니다. 

 

 

심리학자가 면밀히 조사했지만 / 아무것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 그 사이 가재가 달아나 버렸다. / 진료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가재는 의사의 도움 없이도 병이 나았고 / 다른 사랑을 하게 되었다. / 그러나 의사는 가재의 고뇌가 / 돈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 결론을 내린다. _시 「심리학」 가운데 

 

평생을 가족의 정신질환과 자신의 예민한 성정과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은 헤르만 헤세가 심리학에 대해 쓴 시라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그는 물론 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많이 치유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에 대한 당시 여러 지식인들의 회의적인 시선을 그 역시 갖고 있었습니다.  

 

반응형

 

 

나는 책이란 자리에 눕거나 바닥에 앉아 읽어야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_본문 가운데 

 

어느 날 헤세가 <천일야화>와 <사지드 바탈의 여행>을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습니다. 재미있게 한참을 읽은 후 그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려는데 두 권 모두 별 재미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를 그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생각에 동의합니다. 가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어린이 도서관 바닥에 주저앉아 그림책을 읽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자유로운 상상력이 머릿속에 떠오르곤 합니다. 

 

 

저녁이 따스하게 감싸 주지 않는 / 힘겹고, 뜨겁기만 한 낮은 없다. / 무자비하고 사납고 소란스러웠던 날도 / 어머니 같은 밤이 감싸 안아 주리라. _시 「절대 잊지 마라」 가운데 

 

'절대' 그것을 잊지 말라는 헤세의 따뜻한 당부가 담긴 시입니다. 무자비하고 사나운 날에도 어머니 같은 밤이 기다리고 있음을... 힘겨운 시간을 지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20세기 대문호의 위로입니다. 


2024.9. 씀.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