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의 「에이번리의 앤 Anne of Avonlea」을 읽고
<빨간 머리 앤 Annd of Green Gables>의 후속 작품, 2부라고도 할 수 있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1874-1942)의 <에이번리의 앤 Anne of Avonlea>입니다. <빨간 머리 앤>이 출간된 그 이듬해인 1909년 발표되었습니다. 16세가 된 앤이 에이번리 마을에서 교사로 일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앤 시리즈는 나이 불문, 전세계 모든 '소녀'들의 감성코드죠.
상상의 세계에 들어갈 때는 혼자라는 사실을 앤은 오래전에 깨달았다. 그곳으로 이어지는 마법의 길은 가장 친한 친구와도 함께 걸을 수 없었다. _본문 가운데
앤과 다이애나는 둘도 없는 좋은 친구사이입니다. 그러나 이상주의자인 앤에 비해 다이애나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성향입니다. 덕분에 절친한 관계가 되었겠지만요. 다이애나스러운 반응에 한숨을 꾹 참는 모습에서 전편 <빨간 머리 앤>에서 보다 많이 성장한 앤의 모습이 보입니다.
언젠가 앤은 마릴라에게 말했다. "가장 즐거운 날은 굉장하거나 근사하거나 신나는 일이 생기는 날이 아니라 목걸이를 만들 듯이 소박하고 작은 즐거움들이 하나하나 조용히 이어지는 날이라고 생각해요." _본문 가운데
목걸이 장식을 하나 하나 엮어가듯 이어지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에이번리의 앤 Anne of Avonlea>의 곳곳에 글과 어울리는 삽화가 같이 수록돼 있습니다. 한 겨울의 자작나무 숲에서 오리 두 마리와 교감하는 앤의 모습이 그려진 페이지가 특히 마음에 듭니다. 사람은 자연과 어우러질 때 가장 아름다운 듯합니다.
어쩌면 낭만적인 사랑은 백마 탄 기사님처럼 화려하고 요란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옆에 있는 오래된 친구처럼 조용하게 다가오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사랑은... 평범한 산문처럼 나타날지도 모른다. _본문 가운데
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던 베일이 걷히자 드러나는 뜻밖의 감정과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앤의 땋은 머리를 잡아당기고 홍당무라고 놀려대던 길버트가 마침내 앤의 짝이 됩니다.
조용한, 잔잔한, 평범한, 소박한, 이라는 단어들이 <에이번리의 앤 Anne of Avonlea>의 전체 분위기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나이가 들어도 가끔 앤 시리즈에 손이 가는 이유이겠죠.
2024.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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