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폴슨(Gary Paulsen)의 「손도끼 Hatchet」를 읽고
<피시본의 노래 Fishbone's Song>의 저자인 미국의 청소년 소설 작가 게리 폴슨(Gary Paulsen, 1939-2021)의 <손도끼 Hatchet>입니다. 이 두 작품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게리 폴슨은 자연과 성장에 대한 스토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손도끼>는 1987년 출간된 소설로 이듬해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Newbery Medal)을 받습니다.
청소년문학이라 부담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한 자리에 앉아 순식간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냅니다.
주인공 브라이언(Brian)은 열세 살 소년으로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와 살고 있습니다. 여름 동안 캐나다 북부에 사는 아버지를 방문하기 위해 경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조종사가 심장 마비로 급사하고 혼자 남은 브라이언은 광활한 숲 속 호수에 불시착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열세 살 소년의 야생 생존기가 시작됩니다.
행운이 거슬러 올라가면 불행에 닿게 되는 거야 _본문 가운데
브라이언은 황야에서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배워나갑니다. 예상치 못한 불행이 가져다준 행운이지만 행운을 거꾸로 생각하면 '불행'이라는 것을, 열 세살 소년은 이미 깨달아버렸습니다.
어두운 은신처 구석에서 울던 그 때가 생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법칙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그것은 자기 연민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단지 나쁘다거나 틀렸다는 정도가 아니었다. 자기 연민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 '동기 부여를 해야지. 내 자신이야말로 지금 내가 가진 전부야. 뭔가를 해야만 돼.' _본문 가운데
다친 다리, 미칠 듯한 허기, 두려움과 외로움, 브라이언은 울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대체 어딘지도 알 수 없는 정글에서 그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자신 밖에 없었습니다. 몸을 피할 곳, 그리고 먹을 것을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이때 어머니가 선물해준 손도끼가 떠오릅니다. 비행기가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상황에서 작은 손도끼는 유일한 무기이자 도구입니다. 갈증에 호수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버찌를 한가득 먹고 설사와 구토를 해대는 상황 속에 브라이언은 불을 피우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결국 손도끼를 이용해 불씨를 만들어냅니다.
'친구가 생겼어. 나한테도 친구가 생겼다고. 밥을 달라고 계속 보채기는 하지만 좋은 친구야... 작은 불꽃이 많은 걸 만들었어. 자그마한 불꽃에서 친구와 경비원이 태어난 거야.' _본문 가운데
불꽃은 브라이언의 친구이자 들짐승으로부터 은신처를 지켜는 경비원이 되어줍니다.
야생에서 하루 하루 연명해 나가며 브라이언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합니다. <손도끼>에서 브라이언의 독백은 위대한 철학자의 명언에 버금가는 통찰을 줍니다.
'끈기. 가장 중요한 건 끈기야. 기다리고, 생각하고, 제대로 행동하는 것. 필요한 건 참고 기다리는 것과 생각하는 거야.' _본문 가운데
2024.8.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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