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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피시본의 노래 Fishbone's Songㅣ게리 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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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피시본의 노래 Fishbone's Songㅣ게리 폴슨


뭔가 비밀을 가득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난 듯한 느낌을 주는 묘한 책입니다. 그 비밀은 책이 끝날 때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지만 답답함 보다는 어딘가 아련함을 남깁니다. 미국의 작가 게리 폴슨(Gary Paulsen, 1939)의 소설 <피시본의 노래 Fishbone's Song>입니다.

 

게리 폴슨은 열네 살 어린 나이부터 신문팔이, 농장 일꾼, 가수, 군인, 선원, 트럭 기사, 사냥꾼, 배우, 연출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살다 현재는 작가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저자의 여러 삶의 경험이 '피시본'이라는 사람에게 응집되어 표현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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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주인공은 '피시본(Fishbone)'이라 불리는 노인과 소설 속 화자인 아이 '나'입니다. 소설은 뚜렷한 스토리 전개도 없고 배경이나 인물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나'라는 아이는 '피시본' 노인이 흘리는 단서들을 주워 모아 자기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제목이 <피시본의 노래>인 것도 '피시본'의 독특한 대화 스타일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이는 어떤 계기로 '피시본'과 함께 살게 됩니다. 강보에 싸인 핏덩어리 상태로 맥주 궤짝에 담겨 계곡물에 떠내려 왔고 피시본이 거두어 키웠다.. 정도로 예상할 수 있으나 피시본의 이야기를 아이가 잘 이해할 수 없듯, 독자는 소설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시말하면 '피시본'이라는 불명확한 사람이 곧 이 소설 <피시본의 노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그는 그냥 "할 때다"라고만 말하고 입을 다문다. 대신 멀리 구름을 본다. 그리고 웃는다. 오직 그만이 아는, 그만이 기억하는 무언가를 떠올리며. 물어보면 말해주기도 하고, 한참 나중에야, 한 해쯤 지나 말해주기도 한다. 

 

 

아이는 그런 피시본에게 배우고 성장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갑니다. 아이가 처음 배운 것은 아마도 '사랑'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피시본은 자신에겐 여자건 예수님이건 진짜 사랑이 오지 않았지만 그것이 분명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개의 사랑이 그걸 이해하도록 도와줄 거라고 말합니다. 피시본은 직접적인 가르침을 주는 법은 없습니다. 늘 비유나 과거의 일화로 암시하거나 노래의 형식을 빌어 함축적으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나는 무언가를 보아도 잘 몰랐다. 피시본은 말이 되는 말을 했지만 그것은 무언가를 아는 사람한테만 가 닿았다. 나는 그 무언가를 몰랐다. 무얼 어떻게 말하는지도 몰랐다. 

 

피시본이 한국전쟁(Korean War, 1950-1953)에 참전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한국에서 막 돌아왔을 때 정부 사람들이 그를 '서커스 조랑말'처럼 이곳저곳 데려다니며 지원을 받아냈다는 말을 아이가 하고 있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그를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영웅이라며 군인이 되는 게 좋은 것처럼 보이게 그를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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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피시본의 가르침을 대략 정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설의 화자 '나'가 몇 살인지 알 수 없지만 아이의 시각에서 노인 '피시본'의 가르침은 더 모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시본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설명을 하기보단 성장해 가며 그 뜻을 깨닫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죽이면 먹어야 한다. /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면 나쁜 일을 생각하지 마라. / 네가 무언가 붉다고 생각하면 붉은 것이다. / 집은 무언가를 밖에 두기 위한 것이지 안에 두기 위한 게 아니다. 날씨, 물것. 뱀 같은 것들. / 늘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라, 그러면 더 잘 보인다. 특히 사냥할 때. 아니면 무언가를 생각해내려 할 때.

 

 

아이도 자라면서 피시본의 의도를 조금씩 깨우쳐갑니다. 저자인 게리 폴슨이 말하지 않는 부분, 피시본이 말하지 않는 부분, 그것은 화자인 '나'와 독자들이 찾아내야할 부분입니다. 피시본의 말을 곱씹어 보고 말의 여백에 담긴 의미를 더듬어 그 공간을 자신의 것으로 채워 넣는 일, 아이가 그렇듯 우리도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겠지요.

 

그걸 보아야 했다. 피시본의 이야기 노래의 핵심을. 내가 보고 있는 것 너머, 혹은 그 속을 보도록.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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