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신곡 : 지옥편ㅣ단테 알리기에리 Dante Alighieri
중세 13세기 이탈리아의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1265-1321)의 「신곡 The Divine Comedy」 중 첫 번째 이야기인 <지옥편>입니다. 「신곡」은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 세 가지 저승세계를 여행한 것을 주제로 1308년부터 1321년까지 약 13년에 걸쳐 집필한 서사시입니다. <지옥편>에서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따라 지옥을 여행합니다. 여기서 수백 명의 신화 속 인물, 역사 속 인물, 작가와 철학자, 신학자들을 두루 만납니다.
오래전 <지옥편>을 처음 읽었을 때 지옥 지도를 그려놓고 층계마다 속한 인물들의 이름을 적어가며 봤었는데 이번엔 문장에 집중해 읽어봅니다.
단테는 1300년 3월 25일 길을 걷다 동물들에게 위협을 당하고 베르길리우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뒤 그를 따라 지옥으로 내려갑니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 아, 이 거친 숲이 얼마나 가혹하며 완강했는지 / 얼마나 말하기 힘든 일인가! /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새로 솟는다. _<지옥편> 1절
「신곡」은 지옥, 연옥, 천국 세 편으로 각 편은 33절로 되어 있습니다. 맨 앞부분, 그러니까 <지옥편> 1절이 「신곡」을 소개하는 부분으로 추가되어 전체 100개의 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년의 단테가 하게 된 저승세계 여행의 서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치욕도 명예도 없이 / 살아온 사람들의 슬픈 영혼들이 / 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고 있다. / 하나님께 반항하지도 / 복종하지도 않았고 단지 자신에게만 충실했던 / 저 사악한 천사들의 무리도 섞여 있다. _<지옥편> 3곡
단테는 로마제국의 시인 베르길리우스(Vergilius, BC70-19)의 안내를 받아 지옥 여행을 시작합니다. 「신곡」은 기독교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항도 복종도 않고 자기만을 위해 살아온 천사들도 하늘에서 쫓겨나 지옥에 와있습니다.
지옥은 9개의 층으로 된 역피라미드의 원추형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깊은 9층 지옥은 루시퍼(Lucifer: 타락천사)가 머물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페이지 곳곳에 삽입된 영국의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의 그림이 「신곡」의 지옥여행을 잘 묘사해주고 있습니다.
왜 이곳에 들어가는가! 누굴 믿고 이러는가! / 넓게 열린 문에 속지 말지어다!" // 그의 운명적인 길을 방해하지 마라. / 뜻하는 것을 행하시는 권능이 / 그렇게 하기를 원하신다. / 더 이상 묻지 마라. _<지옥편> 5곡
그리스 신 미노스가 단테를 붙잡습니다. '넓은 문(마태복음 7:13)'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합니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의 지옥여행이 '권능자'의 허락에 의한 것이라며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신곡」 <지옥편>에서 말하는 가장 사악한 죄, 그러니까 루시퍼가 있는 9층 지옥에 떨어지는 죄는 '배반'입니다. 국가, 가족, 친구, 은인 등을 배신한 자, 사기꾼들은 영원히 차가운 얼음 속에서 신음하게 됩니다.
배반은 사람만이 지니는 악덕이기에 / 하나님이 더욱 싫어하신다. / 그렇기에 사기꾼들은 / 이 가장 낮은 고리들에서 가장 깊은 고통을 당하지. _<지옥편> 11곡
지옥 여행을 마치고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밝은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밖으로 나와 단테는 별을 보게 되는데 '별'은 「신곡」의 <연옥편>, <천국편>에서도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신곡」의 전체 주제가 '하나님'이라는 신의 존재로 수렴함을 보여줍니다.
마침내 우리는 둥글게 열린 틈을 통해 / 하늘이 실어 나르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고 / 그렇게 해서 밖으로 나와 별들을 다시 보았다. _<지옥편> 34곡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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