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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설 시 독후감

[책] 그리스인 조르바ㅣ니코스 카잔차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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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스인 조르바ㅣ니코스 카잔차키스 Nikos Kazantzakis


성실한 직장인들에게는 어떤 의미에서 '금서'와도 같은 책입니다. 인간의 자유 의지와 진정한 자유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책,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 1883-1957)의 <그리스인 조르바(원제: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시간)>입니다. 1946년 출간된 장편소설로 책의 주인공 '그리스인 조르바'는 실존인물입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1917년 기오르고스 조르바와 탄광산업을 했으며 그 경험을 책으로 엮은 게 이 책 <그리스인 조르바>입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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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재미있지만 어딘가 도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그저, 자유롭지 못한 나의 육체와 마음을 직시하게 되고 어쩌면 영원히 자유를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좌절감에 심각한 괴로움마저 몰려옵니다. 성장에는 늘 고통이 수반됩니다.

  

 

책의 내용은 야생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는 신비한 인물 알렉시스 조르바와 그를 통해 '책벌레'인 젊은 그리스 지식인이 자유를 배워가는 이야기입니다. 화자로 등장하는 젊은 그리스 지식인은 니코스 카잔차키스 자신이겠지요. 두 사람은 피레에프스라는 항구 도시에서 처음 만납니다. 화자는 크레타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며 단테의 신곡을 읽으려던 찰나에 60대의 마르고 키 큰 남자(조르바)가 자신을 데려가라며 다짜고짜 다가와 요구합니다.

 

"날 데려가시겠소?"

"왜요?"

"왜! 왜! '왜'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 하시오? 가령, 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 된답니까? 자, 날 데려가시오."  

 

조르바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나는 이제야 알았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어도 만나지 못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펄떡펄떡 뛰는 심장과 푸짐한 말을 쏟아내는 커다란 입과 위대한 야성의 정신을 가진 사람. 모태인 대지에서 아직 탯줄이 채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산투르라는 악기 외에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60대의 조르바는 그렇게 젊은 지식인의 스승이 됩니다. 오래도록 삶의 지도자를 찾아다닌 젊은 지식인, 자신이 찾는 사람이 맞는지 가늠해 본 후 먼저 접근해 온 조르바. 결국 스승은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자에게 찾아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그리스 지식인에게 '자유'에 대해 말합니다. 자유를 얻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인데 그것은 '바보'가 되어 야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유성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보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 조르바에겐 지식인이 갖지 못한 그것이 있습니다. 

 

"이해하고 말고요. 그래서 당신한테 편안한 날이 찾아오지 않는 겁니다. 당신이 뭐가 부족하오? 돈도 있고 젊은 데다 건강하지. 사람도 좋고 당신한테는 부족한 게 없어요. 딱 한 가지만 빼고 말입니다. 바보짓 말입니다. 그게 없다면...." 

 

조르바가 한 말이 구구절절 다 옳은 말 뿐이라서 나는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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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흐른 어느날 젊은 지식인에게 시베리아에서 편지가 한 통 도착합니다. 조르바입니다. 

 

"난 아직 살아 있소이다. 너무 추워서 결혼을 했다오. 뒤집어 보면 사진이 있으니 보스도 얼굴을 볼 수 있을 게요."

 

사진 속 조르바는 젊은 지식인이 준 양복, 부불리나가 준 반지, 류바가 준 털 달린 외투, 모두 선물 받은 것들을 입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추위를 견디지 못해 결혼했다는 자유로운 영혼 조르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그 '신비'를 살아 내느라고 책 쓸 시간이 없거든요. 책 쓰는 일들이야 그쪽에서 할 일이고 인생의 신비를 제대로 사는 사람들은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또 제대로 살 줄 모르는 법이오. 아시겠어요?

 

생각이 많으면 글을 씁니다. 생각이 많으면 행동이 굼뜨고, 결국 하고 싶은 게 많고 실천은 못하는 사람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결국 글을 쓰는 욕구는 행동에 대한 욕구라는 조르바의 말이 지식인을 괴롭게 합니다. 

 

 

인간의 영혼은 날씨나 침묵, 고독, 누가 함께 있느냐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던가! 

 

조르바는 과거나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갑니다. 내 마음이 원하고 내 몸이 필요로 하는 것, 그것에 집중합니다. 

 

새 길을 닦으려면 새 계획이 필요한 법입니다. 나는 어제 일어났던 일 따위는 다시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도 미리 생각하지 않지요. 내게 중요한 건 바로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생전에 남긴 묘비명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가 죽기 전 진정한 자유를 얻었을지, 아니면 영원한 바람을 남긴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의 행적을 보면 조르바가 가르쳐준 자유를 얻기 위해 일생을 치열하게 살다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도 '스승 조르바'가 찾아오길.  


2023.12.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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